SK이노베이션의 화학 자회사 SK종합화학과 SKC가 폐플라스틱 재활용사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화학계열사들을 통해 폐플라스틱 재활용 순환체제를 구축하는데 앞장서고 있는데 이는 최 회장이 3월 말부터 대한상의 회장으로서 ESG경영을 산업 전반에 확산하는 데도 보탬이 될 것으로 보인다.
 
SK그룹 폐플라스틱 재활용 열심히, 최태원 ESG경영 재계 확산 뒷받침

최태원 SK그룹 회장.


22일 SK종합화학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안에 폐플라스틱에서 열분해유를 추출하는 기술의 검증 단계를 거치고 이와 관련한 사업성 검토도 마친다는 계획을 세웠다.

열분해유는 폐플라스틱을 열로 분해해 추출한 원료로 플라스틱 선순환체계를 위한 핵심 기술로 꼽힌다. 

플라스틱과 같은 석유화학제품을 생산하기 위해 원유 정제 과정에서 나오는 나프타를 투입하는데 SK종합화학은 열분해유로 나프타를 대체해 플라스틱 신제품을 생산하는 플라스틱 선순환체계를 구축하는 방안을 추진하는 것이다. 

SK종합화학은 SK이노베이션 환경과학기술원과 함께 열분해유로 다시 플라스틱 제품을 만드는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아직 플라스틱 제품까지 생산하는 단계는 아니지만 솔벤트와 윤활기유 등 화학제품 시제품을 만드는 데는 성공했다. 

SK종합화학은 플라스틱 생산 기술뿐만 아니라 이전 공정인 열분해유 생산도 미국 회사와 협력해 대규모로 생산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 

SK종합화학 관계자는 "특히 다양한 소재가 혼합돼 재활용이 어려운 폐비닐 등에서도 열분해유를 추출할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할 것이라는 기대를 받고 있다"고 말했다.

SK종합화학 외에 SKC도 모든 폐플라스틱을 열분해유로 만드는 기술을 개발하고 있으며 2023년 완공을 목표로 연 3만5천톤 규모의 친환경 열분해유를 생산할 수 있는 공장 설립도 추진하고 있다. 

SKC는 이 공장에서 생산되는 열분해유를 보일러 연료로 사용할 계획이지만 앞으로 불순물 제거 수준을 높여 나프타 등 고부가 플라스틱 원료로도 활용할 방침을 세워뒀다.

최태원 회장은 SK그룹 차원에서 플라스틱 친환경 순환체제를 구축하는데 선두주자로 나서려는 움직임을 보이는 셈이다.

최근 석유화학업계 이외 산업 전반에서도 플라스틱을 재활용하거나 플라스틱 사용을 줄이려는 움직임이 강화되고 있어 최 회장의 친환경 행보가 사회적으로 더욱 힘이 실릴 것으로 보인다. 

유통업계에서는 종이 빨대나 비닐봉지 등 일회용품을 없애고 대신에 자연적으로 분해될 수 있는 생분해성 플라스틱을 사용한 친환경 제품으로 교체되고 있다. 

다만 석유 및 석유대체연료사업법과 폐기물관리법에 따르면 폐플라스틱 열분해유는 발전용 연료로만 상업적 판매가 가능하고 그 외 다른 석유화학 제품을 위한 원료로는 판매할 수 없다. 아직 기술이 나오지 않아 관련 법 조항이 마련되지 않았다.

이런 점 때문에 SK그룹이 폐플라스틱에서 추출한 열분해유로 다시 플라스틱 신제품을 만들어 판매하기 위해서는 관련 법 조항이 신설될 필요가 있다.

최태원 회장은 3월24일 열리는 대한상의 의원총회를 통해 대한상의 회장에 정식 임명된다.

최 회장은 그동안 ESG경영 전도사로 불릴 만큼 친환경사업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 대한상의 회장에 오른 뒤 본격적으로 ESG경영 확산에 힘을 줄 것으로 여겨지는데 플라스틱 선순환체계와 관련한 법적 기반을 마련하는 데도 목소리를 낼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에서도 긍정적으로 폐플라스틱 순환체제를 바라보고 있다. 최근 박진규 산업부 차관이 SK이노베이션 환경과학기술원에 있는 열분해유 연구개발 현장을 방문해 시제품 생산설비를 살펴봤다.

SK그룹 이외에도 한화솔루션도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과 손잡고 폐플라스틱 열분해유 사업에 뛰어들었으며 GS칼텍스도 폐플라스틱을 활용한 친환경 복합수지사업에 힘쓰고 있다.

최태원 회장이 앞장서 법적 기반과 생태계를 마련해둔다면 다른 정유사와 화학사들도 친환경사업으로 전환하는데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시선이 재계에서 나온다. [비즈니스포스트 성보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