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톡스가 올해에는 소송과 관련한 불확실성을 덜어낼 수 있을까?

메디톡스는 수년째 소송에서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는데 소송 장기화로 시장의 신뢰마저 흔들리고 있다.
 
메디톡스 수많은 소송전 결과 적자, 법적 공방 끝이 안 보여 불안 커져

정현호 메디톡스 대표이사.


17일 메디톡스의 2020년 3분기 사업보고서를 들여다보면 메디톡스 및 메디톡스 경영진과 관련해 진행되고 있는 국내외 소송은 모두 16건으로 파악된다. 국내에서 13건, 해외에서 3건이다. 

하지만 이는 지난해 9월 말 집계된 숫자이고 메디톡스가 지난해 10월 대전지방법원에 대전식품의약품안전청을 상대로 낸 ‘집행정지 신청 및 명령취소 소송’ 등을 포함하면 현재 진행되는 소송건수는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메디톡스는 대웅제약과 보툴리눔톡신 균주를 놓고 4년째 법정공방을 벌이고 있다. 

메디톡스는 전 직원이 대웅제약에 보툴리눔톡신 균주와 제조공정을 금전적 대가를 받고 팔아넘겼다고 주장하며 2018년 3월 대웅제약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내린 보툴리눔톡신 제제 ‘메디톡신’ 등 제품의 품목허가 취소처분과 관련한 행정소송도 진행하고 있다. 

중국 협력업체 등에서 제기한 물품대금 청구소송도 5건에 이른다. 이 과정에서 메디톡스는 중국에 보툴리눔톡신 제제를 불법으로 수출했다는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 

메디톡스는 회사 운명을 걸고 소송에서 이기기 위해 애쓰고 있지만 이를 지켜보는 주주들의 속은 타들어가고 있다. 

소송이 어떻게 끝나느냐에 기업가치가 크게 흔들릴 수 있기 때문이다. 대웅제약과 소송 결과가 나올 때마다 주가가 출렁이는 것도 이런 불안감이 반영된 것으로 볼 수 있다.   

당장 메디톡스를 상대로 제기된 물품대금 청구소송과 손해배상 청구소송 7건만 해도 소송가액 규모가 123억5800만 원에 이른다. 메디톡스가 2020년 1~3분기에 낸 매출(970억804만 원)의 7분의 1 수준이다. 

더욱이 지난해 메디톡스는 15년 만에 영업적자를 냈을 것으로 추정된다.

금융정보회사 FN가이드는 메디톡스가 2020년 연결기준으로 매출 1558억 원, 영업손실 229억 원을 냈을 것으로 추산했다. 2019년 실적과 비교해 매출은 24.3% 줄어드는 것이고 영업손실을 내 적자전환하는 것이다. 

메디톡스가 대웅제약을 상대로 처음 소장을 접수했던 2018년 3월만 해도 메디톡스 주가는 50만 원 안팎에서 거래됐는데 3년이 지난 현재 20만 원 고지도 넘어서지 못하고 있다. 15일 메디톡스 주가는 15만6200원에 장을 끝냈다. 

메디톡스는 우선 대웅제약과 소송을 마무리하는 데 힘을 쏟을 것으로 보인다. 누가 이기고 지느냐에 따라 두 회사의 운명이 갈리는 만큼 소송에 쏠린 시선이 많다.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가 14일 메디톡스와 대웅제약 사이 균주소송의 최종판결 전문을 공개했는데도 메디톡스와 대웅제약은 서로 엇갈린 해석을 내놓으며 공방을 이어가고 있다.

메디톡스는 국제무역위가 ‘유전자 자료는 사실상 확실한 증거이며 이를 토대로 대웅제약의 균주가 메디톡스로부터 유래됐다는 점이 확인됐다’고 말한 점을 국내 소송에서 강력한 근거로 내세울 것으로 파악되는데 해석의 여지가 있는 만큼 메디톡스가 국내 소송에서도 확실한 우위를 차지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최근 들어 보툴리눔톡신 기업의 불명확한 균주 출처를 놓고 경각심이 높아지고 있는 점은 메디톡스에게 긍정적이다.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국내 보툴리눔톡신기업의 균주 출처를 조사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질병관리청은 2020년 12월부터 국내 보툴리눔톡신 기업을 대상으로 보툴리눔톡신 균주 관련 전수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질병관리청은 전수조사 결과 품목허가 신청에서 보툴리눔균주 출처 표기가 허위로 드러나면 검찰 고발까지 할 수 있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보툴리눔톡신 제품은 제조기술이 있어도 균주가 없으면 생산이 불가능하다. 때문에 보툴리눔톡신기업에게 균주는 핵심가치인 셈이다. 

메디톡스 관계자는 “국제무역위 판결문을 활용한다면 충분히 소송에서 승기를 쥘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며 “국내 소송에서도 국제무역위 판결과 동일한 결론이 나올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차화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