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연수 GS리테일 대표이사 부회장이 GS리테일와 GS홈쇼핑 합병의 시너지 구체화에 골몰하고 있다.

허 부회장은 GS리테일의 디지털 전환을 위해 많은 시도를 하고 있는데 GS홈쇼핑의 온라인 경쟁력을 다방면으로 활용할 방안을 찾고 있다.
 
GS리테일 GS홈쇼핑 합병 시너지 어디서 찾나, 허연수 결국은 디지털

허연수 GS리테일 대표이사 부회장.


17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허 부회장이 2021년 7월까지 GS리테일과 GS홈쇼핑이 합병하겠다는 계획을 전격적으로 발표한지 2개월이 지났지만 투자자 등 시장의 반응은 아직 차갑다.

장기적으로는 긍정적이라고 보면서도 단기적으로 큰 성과를 내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유정현 대신증권 연구원은 “기존의 대형 오프라인 채널 중심의 유통사들도 GS리테일과 마찬가지로 온라인부문에 전력투구하는 양상인데다 네이버, 카카오와 같은 온라인 플랫폼사업자들도 쇼핑부문을 확장하는 시장 상황을 고려할 때 GS리테일이 예상하는 합병 시너지 창출에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바라봤다.

주가도 최근 다른 유통업체들과 비교해 지지부진하다.

특히 현재까지 GS리테일과 GS홈쇼핑이 발표한 내용으로는 세부적 계획을 알 수 없어 굳이 합병할 필요까지 있었느냐는 말도 나오고 있다.

GS리테일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아직까지는 전체적으로 합병일정과 비전 등 큰 틀에서 계획을 세웠다”며 “올해 상반기에는 GS리테일과 GS홈쇼핑의 시너지를 극대화할 수 있는 구체적 방안들을 공개하는 자리가 있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GS리테일은 최근 디지털 전환을 위해 가장 많은 변화를 시도하고 있는 유통기업 가운데 한 곳이다.

지난해 11월부터 KT와 인공지능을 활용한 물류 최적화를 진행하고 있고 LG전자와 손잡고 로봇배송서비스도 시범운영하고 있다. GS25에서 수집한 소비 데이터를 다양한 분야의 데이터들과 융합해 상품화하고 신한카드와 제휴를 맺어 신규서비스를 내놓기도 했다.

허 부회장은 고려대학교 전기공학과를 졸업했는데 유통업계에서는 드문 공대 출신인 만큼 디지털 전환에 발 빠르게 대응하고 있다. 2018년 국내 편의점업계 최초로 무인편의점을 시범운영했고 지난해 6월에는 드론 배송시스템을 시연하기도 했다.

GS리테일과 GS홈쇼핑의 합병 추진도 허 부회장의 디지털 전환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분석된다. GS리테일과 GS홈쇼핑의 합병을 디지털 전환을 위한 방점으로 판단하고 있는 것이다.

GS리테일은 현재 오프라인 매장을 기반으로 한 사업이기 때문에 온라인에서는 쿠팡과 네이버쇼핑 등 이커머스업체와 경쟁에서 밀릴 수밖에 없다. 따라서 이들과 맞서려면 물류와 배송 경쟁력을 높여야 하는데 유동성 부채가 6천억 원이 넘는 GS리테일로서는 투자할 여력이 부족하다.

하지만 GS홈쇼핑은 2020년 3분기 말 기준으로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이 6184억 원에 이른다. 또 2018년 순이익 1339억 원, 2019년 순이익 1100억 원 등 매년 1천억 원이 넘는 순이익을 거둬 한 때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불리기도 했다.

GS리테일과 GS홈쇼핑이 합병한다면 막대한 현금 창출력을 바탕으로 온라인 전용 물류센터 건립에 투자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이진협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GS리테일과 GS홈쇼핑의 합병으로 신선식품 모바일 플랫폼에 대한 투자가 본격화될 것으로 전망되는데 필수적으로 요구되는 사안은 온라인 전용 물류센터 투자다”며 “투자재원은 GS홈쇼핑의 현금 창출력을 통해 확보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GS리테일과 GS홈쇼핑은 이미 합병 전 물류 효율화작업부터 진행하고 있다.

GS샵에서 홈쇼핑으로 주문한 물건을 편의점 GS25 점포에서 받을 수 있게 된 것이다. 택배를 받을 때 비대면을 선호하는 고객 수요를 노린 것인데 택배를 찾으러 오면서 편의점에 들르는 고객이 늘어나는 시너지 효과도 기대된다.

GS리테일은 올해 상반기에는 냉장 보관함으로 보관 가능 범위를 점차 확대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는데 이는 결국 다른 대형유통업체들과 같이 온라인 신선식품시장을 공략하기 위한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유통업계의 한 관계자는 “편의점과 홈쇼핑시장 모두 사실상 포화상태에 있는 만큼 GS리테일과 GS홈쇼핑 모두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다”며 “최근 유통업계의 대변화가 GS리테일과 GS홈쇼핑에 오히려 기회가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나병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