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주 NXC 대표이사가 신사업 확대를 통한 넥슨의 기업가치 높이기에 팔을 걷어붙였다.

김 대표가 꿈꿔왔던 ‘넥슨의 디즈니화’ 기반을 마련하는 행보로 풀이된다. 중장기적으로는 기업가치 상승을 바탕으로 매각을 다시 시도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오늘Who] 김정주 매각 무산 뒤 절치부심, 지주사 NXC 다각화 활발

김정주 NXC 대표이사.


14일 게임업계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김 대표는 게임 외의 신사업 확대를 통해 좁게는 NXC, 넓게는 넥슨 전반의 수익성을 끌어올리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게임산업은 다른 산업과 비교해 시장 트렌드가 빠르게 바뀐다는 특징이 있다. 게임사가 이런 트렌드 변화에 제때 대응하지 못하면 수익성 저하를 피하기 힘들다.

다만 게임사가 변화된 트렌드에 맞는 게임을 개발하는 동안 수익을 안정적으로 낼 수 있는 다른 신사업 매출원이 있다면 수익성 문제를 일정 부분 보완할 수 있다.

김 대표는 자서전 ‘플레이’ 등을 통해 넥슨을 한국의 디즈니로 만들겠다는 목표를 밝혀왔는데 그러려면 게임 외의 수익원을 확충해야 할 필요성도 있다.

NXC 관계자도 “김 대표는 평소에도 미래 먹거리에 상당한 관심을 보이고 있다”며 “게임은 변화가 빠른 업종인 만큼 다른 미래 산업에서도 성장동력을 찾으려 한다”고 말했다. 

김 대표가 손을 댄 신사업을 살펴보면 금융 분야의 행보가 두드러진다. 앞서 김 대표는 2016년 가상화폐 거래소 ‘코빗’을 인수하는 등 금융업에 관심을 기울여 왔다.

금융업은 수수료로 안정적 수익을 거둘 수 있는 업종이다. 게임을 주로 즐기는 ‘MZ세대(1980년대 초반~2000년대 초반 출생)’도 금융권의 잠재적 주요 고객층으로 떠오르고 있다.

김 대표는 넥슨의 매각 불발 이후인 2020년 2월 NXC 자회사로 ‘아퀴스’를 설립해 금융거래 플랫폼 개발에 나섰다. 

MZ세대를 겨냥해 주식과 가상화폐 등 금융자산 전반을 손쉽게 거래할 수 있는 플랫폼을 만들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NXC가 최근 매물로 나온 국내 최대 규모의 가상화폐 거래소 ‘빗썸’ 인수를 검토하고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넥슨코리아도 신한은행과 손잡고 게임과 금융을 결합한 신사업 추진에 나섰다. 인공지능(AI)과 데이터 기반의 신사업모델, 금융인프라 기반의 결제사업 등을 주요 협업 내용으로 제시했다.

김 대표는 금융 외의 미래사업에도 관심을 보이고 있다. NXC가 미국 민간 항공우주기업 스페이스X에서 2020년 8월 모집한 전환우선주 신주에 1600만 달러를 투자한 것이 대표적 사례다.

이에 앞서 김 대표는 레고 거래플랫폼 브릭링크, 프리미엄 유모차 제조사 스토케, 이탈리아 애완동물 사료기업 아그라스델릭 등에도 투자했다. 

NXC 관계자는 “NXC는 게임뿐 아니라 미래 성장동력이 있는 다양한 분야에 투자를 검토하고 있다”며 “패션과 교육, 구독경제 등 여러 분야에 투자하고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김 대표가 중장기적으로 넥슨 매각을 다시 시도할 가능성을 염두에 두면서 신사업 행보를 넓히고 있다는 시선도 나온다.

김 대표가 2019년 NXC 보유지분 98.64%의 매각을 시도했다가 무산된 배경에는 높은 매각가격에 비해 넥슨의 수익성이 점차 떨어지고 있다는 시장의 우려가 깔려 있었다.

당시 넥슨은 모바일게임 중심으로 바뀐 트렌드에 제때 대응하지 못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트라하’와 ‘야생의 땅 듀랑고’ 등의 대형 모바일게임이 잇달아 실패했기 때문이다. 

김 대표는 매각 무산 이후 넥슨 게임조직을 개편하고 허민 원더홀딩스 대표와 협업체계를 구축하는 등 게임사업을 재정비했다. 

그 결과 넥슨은 2020년 ‘V4’와 ‘바람의나라:연’, ‘카트라이더 러쉬플러스’ 등의 흥행작을 잇달아 내면서 모바일게임시장에 안착하는 데 성공했다. 

여기에 더해 넥슨이 신사업 분야의 안정적 수익원까지 확보한다면 기업가치를 한 단계 더 높일 수 있다는 것이다.

게임업계의 한 관계자는 “김 대표가 2019년 넥슨 매각을 보류하면서 재매각을 시도할지는 확실치 않아졌다”면서도 “김 대표가 오래 전부터 게임 외의 사업에 관심을 더욱 보였던 점을 고려하면 넥슨 기업가치가 충분히 뛰었을 때 재매각을 시도할 가능성도 무시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규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