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이노베이션과 LG에너지솔루션이 미국에서 벌이고 있는 전기차배터리 소송전이 막바지에 이르렀다.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는 배터리 영업비밀 소송의 최종판결을 2월 내리는데 그 전에 SK이노베이션과 LG에너지솔루션이 극적 합의를 이룬다면 올해 배터리업계의 판도가 달라질 수 있다.
 
[데스크리포트] 1월 기업 동향과 전망-정유 화학 방산

▲ 김종현 LG에너지솔루션 대표이사 사장.


LG화학, 롯데케미칼 등 주요 화학업체들은 올해를 새로운 성장의 출발점으로 삼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지난해와 같은 안전사고를 되풀이하지 않는 것이 중요해 보인다.

<화학 정유>

◆ SK이노베이션


SK이노베이션은 해를 넘겨 LG에너지솔루션과 다투고 있는 전기차배터리 영업비밀 침해 관련 소송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물밑 협상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2월10일 최종 판결이 예고된 마큼 SK이노베이션이 그 전에 LG화학과 합의를 이뤄내려 할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미국 정계에서도 두 회사의 합의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미국 내 전기차업체들의 생산차질과 패소에 따른 SK이노베이션 조지아 배터리공장의 고용차질 등을 고려해 국제무역위가 판결을 미뤘다는 시각이 제기되는 이유다.
 
영업비밀 소송의 주요 쟁점은 SK이노베이션이 인력 빼가기 등을 통해 LG에너지솔루션의 배터리 영업비밀 기술을 탈취했다는 것이다.

미국 국제무역위원회는 지난해 2월 이미 LG에너지솔루션의 모회사 LG화학이 주장한 SK이노베이션의 증거인멸을 인정해 SK이노베이션에게 조기패소 판결을 내렸다.

애초 최종판결일은 지난해 10월5일이었으나 국제무역위는 10월26일, 12월10일로 2차례 연기했다. 이후 또 다시 2021년 2월10일로 최종판결일을 미뤘다.

SK이노베이션은 올해 정유사업에서의 실적 반등도 고민해야 한다.

지난해 본업인 정유사업에서 정제마진 악화로 고전하며 2조4천억 원이 넘는 영업손실을 본 것으로 추정된다. 거액의 비용이 들더라도 LG에너지솔루션과 합의에만 성공한다면 배터리사업에서 미래 성장동력을 마련할 수 있다.

◆ LG에너지솔루션

LG에너지솔루션은 SK이노베이션과 배터리 영업비밀 소송에서 상대적으로 유리한 위치에 있지만 마냥 여유로운 처지는 아닌 것으로 파악된다.

조기패소 판결을 받아둔 상태이지만 소송에서 100% 완승을 장담할 수 없는 데다 최종판결 전 원만한 합의를 바라는 미국 정치권의 요구를 대놓고 무시하기도 어려운 처지다.

판매대수 기준 미국 전기차시장은 현재 유럽과 중국시장의 3분의1 규모에 불과하지만 앞으로 가파른 성장이 기대되고 있다. 특히 미국 3대 완성차회사인 GM과 포드, 피아트크라이슬러(FCA)는 모두 올해 공격적 전기차 출시계획을 앞다투어 내놓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글로벌 전기차배터리 선두를 놓고 중국 CATL과 치열하게 1위를 다툰다. LG에너지솔루션이 주행거리가 긴 하이니켈배터리를 앞세워 2021년부터 1위를 굳히기 위해서라도 미국시장을 소홀히 할 수 없다.  

더구나 2024년까지 현재의 2배가 넘는 매출 30조 원 달성을 위해 LG에너지솔루션은 활발한 투자를 이어가야 한다. 투자재원을 마련하기 위한 기업공개의 흥행을 위해서도 소송에 따른 경영 불확실성을 없앨 필요성도 크다.

하루가 다루게 치고 올라오는 만만치 않은 경쟁자의 기세를 꺾느냐, 앞날을 위해 원만한 합의를 이루느냐를 놓고 김종현 LG에너지솔루션과 신학철 LG화학 대표이사 부회장을 포함한 LG그룹 고위경영진의 고민이 깊을 것으로 보인다. 

◆ LG화학

신학철 LG화학 대표이사 부회장은 2021년 신년사를 통해 크게 두 가지 목표를 제시했다. 

하나는 폭발적으로 성장하는 전지사업본부를 자회사로 분사한 뒤에도 본업인 석유화학사업에서 기업가치를 지속해서 키우는 일이다. 다른 하나는 전지사업에 이은 새로운 성장동력을 발굴하는 과제다. 

신 부회장은 2020년 추정 매출 13조 원에 이르는 전지사업본부를 자회사 LG에너지솔루션으로 떼내고도 5년 뒤 LG화학의 사업만으로 지난해 수준인 매출 30조 원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올해는 그런 성장 목표를 향해 가는 출발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우선 올해 하반기 양산을 목표로 2조6천억 원을 투자해 각각 80만 톤 규모의 나프타 분해설비(NCC)와 고부가 폴리올레핀(PO) 증설을 진행한다.

이와 함께 동남아 인도 등 글로벌 시장에서 아크릴로니트릴부타디엔스티렌(ABS)와 NB라텍스 등 고부가 제품을 중심으로 성장하기 위한 영업강화와 시설 확충에 고삐를 죌 것으로 예상된다. 

첨단소재분야에선 배터리소재인 양극재 생산규모를 늘리면서 다른 배터리 소재사업을 발굴해 나갈 것으로 전망된다. 또 차세대 디스플레이로 꼽히는 올레드소재사업과 바이오사업 육성에도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다만 안전문제가 걸림돌이 될 수 있다. LG화학은 지난해 인도공장, 전남 여수와 충남 대산 공장 등에서 사고가 발생해 사람이 다치고 죽는 일을 겪었고 큰 손실도 입었다. 올해 이런 일이 되풀이 되지 않아야 2021년을 신 회장이 공언한 성장의 해로 만들 수 있다.

◆ 롯데케미칼

롯데케미칼도 LG화학과 마찬가지로 안전 문제가 올해 실적을 좌우할 중요한 변수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지난해 충남 대산공장 화재에 따른 이미지 실추와 실적 부진에서 벗어나야 한다. 

롯데케미칼은 올해 2차전지소재인 분리막을 비롯해 친환경 고부가가치 소재와 관련한 투자 확대의 가능성을 열어뒀다.

분리막 판매량을 4천 톤에서 2025년 10만 톤까지 늘린다. 글로벌 친환경기조로 재생용기 사용 수요가 높아지는 데 대응해 재생 폴리프로필렌(PCR-PP) 소재 개발에도 박차를 가할 것으로 보인다.

김교현 롯데케미칼 대표이사 사장은 신년사에서도 안전과 환경을 경영기조에서 중요시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기도 했다. 환경과 안전은 김 사장에게 올해 가장 중요한 경영과제인 셈이다.

◆ 한화솔루션

한화솔루션에게 첨단소재부문은 아픈 손가락이다. 외형으로 보면 3대 주력사업부문 가운데 하나지만 케미칼부문이나 큐셀부문(태양광)과 달리 영업적자를 거듭하고 있다.

한화솔루션은 올해 수소 저장용기사업에서 첨단소재부문의 활로를 찾을 것으로 예상된다.

수소 저장용기는 저장과 운송 등 미드스트림(중간 단계) 영역에서 필수제품이지만 시장 진입장벽이 높다. 도레이를 포함한 일본의 소수 회사들과 국내 일진복합소재 정도가 관련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정부가 수소충전소 보급목표 달성을 위해 팔을 걷어붙인 만큼 대용량 수소 저장용기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는데 한화솔루션은 지난해 12월 인수한 미국 고압탱크업체 시마론이 기술력을 활용해 수소 저장용기사업 진출을 모색한다. 

◆ GS칼텍스

GS칼텍스는 올해 미래형 주유소사업 확대에 속도를 낼 것으로 예상된다.

새 브랜드 에너지플러스를 단 미래형 주유소 '에너지플러스 허브'는 기존 주유소 공간에서 주유, 세차, 정비 외에 전기차 및 수소차 충전, 카쉐어링, 드론 배송, 편의점 등의 생활서비스 콘텐츠가 결합된 새로운 에너지 충전공간이다.

GS칼텍스는 미래형 주유소뿐 아니라 에너지 플러스 브랜드를 활용한 도심형 복합개발사업, 세차사업 등 신사업을 통해 정유사업의 뒤를 이을 새 먹거리를 탐색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방산>

◆ LIG넥스원


구본상 LIG 회장의 LIG넥스원 대표이사 복귀가 또다시 미뤄질 가능성이 나온다.

LIG는 LIG넥스원의 지분 46.4%를 보유한 최대주주인데 구 회장은 LIG 지분 56.2%를 보유해 LIG넥스원을 지배하고 있다.

방산업계에서는 구 회장이 올해 10월 취업제한 제재가 풀리는 만큼 LIG넥스원 등기이사에 올라 대표이사에 복귀할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그러나 구 회장은 최근 세금을 탈루해 특정범죄 가중처벌법 등에 관한 법률(특가법)을 위반한 혐의로 불구속기소돼 법적 불확실성이 높아진 상황에 놓였다. LIG 측은 세법 적용의 차이일 뿐 고의성이 없다고 해명하며 적극적으로 법정에서 다투겠다는 방침을 내놨다.

구 회장은 과거 사기성 기업어음(CP)을 발행한 혐의로 2012년 10월 구속돼 2016년 10월 만기 출소했다.
 
구 회장은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특경가법) 위반 혐의로 실형을 선고받았는데 특경가법은 징역형 집행이 종료된 날로부터 5년 동안 방산업체 등 특정업체에 취업할 수 없도록 하고 있다.

LIG넥스원은 2021년 탄도탄 요격체계 천궁 성능개량사업(PIP)과 보병용 중거리 유도무기 ‘현궁’의 3차 양산사업, 항공기용 피아식별장치(IFF) 모드5, 레이더사업 등을 중심으로 국내사업 매출을 크게 늘릴 것으로 기대한다.

오너경영자인 구 회장이 혐의를 벗고 경영일선에 돌아온다면 장기적 사업 확대에 한층 힘이 붙을 수 있다.

◆ 한국항공우주산업

한국항공우주산업의 올해 실적 회복속도는 완제기 수출 여부에 달린 것으로 보인다.

한국항공우주산업의 국내 군수사업 전망은 밝다. 올해 차세대 전투기 KF-X개발사업이 본격화되면서 관련 매출이 지속적으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1조 원 규모의 수리온 헬기 4차 양산사업의 기대감도 여전하다.

다만 코로나19로 민항기 기체부품 수출의 불확실성이 여전해 지난해 이루지 못한 완제기 수출 여부가 실적 회복속도를 결정할 것으로 전망된다.

◆ 한화시스템

한화시스템은 올해 전술정보통신체계(TICN)와 피아식별장비(IFF), 위성사업 등을 중심으로 실적을 확대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위성사업은 한국과 미국의 미사일협정 개정에 따라 앞으로 본격적 성장이 기대된다. 한화시스템은 지난해 영국업체 페이저 솔루션을 인수하고 미국 업체 카이메타에 지분투자도 진행하며 저궤도 위성안테나사업 진출을 본격화했다.

한화시스템은 지난해 코로나19에도 영업이익이 전년 6%가량 늘어날 것으로 추정된다. 증권가에서는 한화시스템이 올해도 최소한 지난해 이상의 영업이익 증가세를 유지할 것으로 전망한다. [비즈니스포스트 박창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