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은 기업에게 쉽지 않은 한 해가 될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19의 영향은 올해 하반기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위기의 강을 건너 포스트 코로나19를 준비하는 기업들에게는 기회의 문이 활짝 열리겠지만 그렇지 못하면 큰 어려움에 놓일 수 있다.

미국 바이든 대통령의 등장도 북한과 미국 관계, 미국과 중국 관계의 변화를 예고한다. 세계 경제질서도 급변할 수 있다.

서울과 부산시장 보궐선거를 시작으로 대통령선거 국면이 본격적으로 열리면서 기업에게 불확실성도 커지게 된다.

2021년을 움직일 변수를 중심으로 기업들의 대응을 미리 짚어 본다. <편집자주>

1. 대선 바이든 친환경 그리고 경제
2. 새 틀 짜기
3. 그린뉴딜
4. 상생경영
5. 디지털 전환  
포스코에게 그린뉴딜은 위기이자 기회, 최정우 2차전지소재로 수소로

최정우 포스코 대표이사 회장.

최정우 포스코 대표이사 회장이 2021년에는 세계적 ‘그린뉴딜’을 타고 신성장부문에서 가시적 성과를 거둘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최 회장은 포스코그룹 차원에서 신성장부문에 대규모 투자를 진행해왔다.

올해 글로벌 완성차회사들이 세계적 친환경정책에 발 맞춰 전기차 생산을 본격화하면서 포스코도 2차전지소재사업에서 수익성을 확보해 자리잡고 수소사업에서 저변을 확대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본업인 철강산업에서도 탄소배출규제가 심화되고 있어 최 회장으로서는 친환경정책 강화흐름이 기회이자 위기가 될 수도 있다.

◆ 글로벌 그린뉴딜에 2차전지소재사업 빛 본다

5일 증권사 분석을 종합하면 미국과 중국, 유럽 등 세계 각국에서 친환경정책을 강화하면서 올해 전기차 보급이 본격적으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따라 최 회장이 임기 1기에서부터 그룹 차원에서 투자를 진행하고 있는 2차전지소재사업에서 성과도 가시화할 가능성이 크다.

5일 유럽자동차제조협회(ACEA)와 중국승용차협회 등에 따르면 2021년 글로벌 전기차 수요는 중국과 유럽에 힘입어 366만2천 대로 예상됐다. 2020년 예상치보다 38.6% 증가한 수준이다.

올해 세계 전체 자동차시장에서도 전기차 비중은 4.5%로 2020년 3.6%보다 0.9%포인트 높아질 것으로 전망됐다.

더욱이 올해를 기점으로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적극적으로 신재생에너지에 투자를 시작하면서 세계 전기차시장 규모가 폭발적으로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은 20일 대통령 취임식과 함께 임기를 시작한다.

바이든 당선인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달리 미국이 다시 파리기후협약체제에 가입하는 것을 시작으로 그린산업을 키울 계획을 세워뒀다.

전기차 보급 확대는 자연스럽게 전기차배터리 및 소재와 관련한 수요로 이어져 포스코의 신성장부문인 2차전지소재사업 매출 증가로 이어질 수 있다.

포스코케미칼은 이미 에너지소재본부를 에너지소재사업부로 확대개편해 조직과 인력을 확충했다. 정대헌 포스코케미칼 음극소재실장이 사업부장을 맡고 전략실과 마케팅실을 새로 만들어 관련 인력을 배치해 올해 적극적으로 고객사를 확보하겠다는 전략이 깔려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해 12월 미국 GM과 LG화학의 합작회사인 얼티엄셀즈에 양극재를 공급하면서 신규 고객사를 확대하는 모습을 보여왔는데 올해는 이런 흐름이 본격화될 수 있다는 것이다.

최 회장은 취임한 뒤로 포스코그룹의 신성장부문으로 2차전지소재를 점찍고 그룹 차원으로 사업을 키워왔다.

금융정보회사 FN가이드에 따르면 2차전지소재를 담당하는 계열사 포스코케미칼은 2021년 연결기준으로 매출 2조1026억 원, 영업이익 1355억 원을 낼 것으로 예상됐다. 2020년 추정치보다 매출은 33.01%, 영업이익은 108.43% 늘어나는 것이다.

올해부터는 증설 효과에 따라 포스코케미칼에서 2차전지소재사업을 맡고 있는 에너지소재사업 매출이 전체 매출의 40% 이상 웃돌 것으로 전망됐다.

포스코케미칼은 2021년 에너지소재사업에서 매출 9770억 원을 거둘 것으로 전망됐는데 이는 전체 매출에서 46.5% 비중에 해당한다.

2020년 에너지소재 매출이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33.8%였던 점과 비교하면 10%포인트 이상 높아지는 셈이다.

에너지소재사업의 매출 증가는 그동안 투자를 통해 확대한 2차전지소재인 양극재와 음극재의 생산능력 향상이 이끌 것으로 파악됐다.

포스코케미칼은 올해 양극재 연간 생산능력이 4만 톤으로 지난해보다 2만5천 톤 늘었다. 음극재 연간 생산능력도 2021년 6만4천 톤으로 2020년보다 2만 톤 증가할 것으로 예상됐다.

최 회장이 포스코 회장에 취임한 뒤로 그룹 차원에서 투자해 온 결실을 눈앞에 두고 있는 을셈이다.

최 회장은 2018년 7월에 취임한 뒤로 같은 해 12월 2차전지소재사업을 키우기 위해 당시 음극재사업을 운영하던 포스코켐텍과 양극재사업회사인 포스코ESM 생산법인 합병을 결정하고 그룹 차원의 투자를 진행해왔다.

최 회장은 당시 합병법인인 포스코케미칼에서 2022년까지 약 1조8천억 원을 투입해 음극재 설비투자와 양극재 2~3단계 증설 투자를 추진할 계획을 세웠다.

아직까지 1조 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통한 증설효과가 반영되지 않았다는 점과 올해를 기점으로 전기차 전환이 더욱 빨리질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포스코가 ‘그린뉴딜’로 수혜를 볼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포스코케미칼은 2020년 11월에 1조 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추진하기로 결정했다.

포스코케미칼은 유상증자를 통해 확보한 자금으로 양극재 광양공장 증설 등 시설투자에 6900억 원을 투입하고 흑연과 리튬 등 원재료 확보에 1600억 원을 사용하기로 했다.

이를 통해 양극재 생산능력은 2023년 10만 톤까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됐다.

전기차 수요가 늘어나고 있는 유럽에 공장을 설립하기 위해 1500억 원을 투입하기로 했다.

최 회장은 2030년까지 글로벌 2차전지소재산업에서 시장 점유율 20%, 연매출 23조 원을 낸다는 청사진을 그려놓고 있다.

◆ 수소사업 확대 서둘러

최 회장에게 2차전지소재사업에서 수익성을 확보하는 일은 절실하다.

철강사업의 미래가 밝지 않은 상황에서 또 다른 신성장부문사업으로 수소사업 진출을 서두르고 있는 만큼 기존 2차전지소재사업이 빠르게 자리를 잡아야할 필요성이 커졌다.

신규사업인 수소사업을 키워야 하는 상황에서 기존사업인 2차전지소재사업조차 자리를 잡지 못하는 상황이라면 최 회장으로서는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

특히 최 회장이 2018년 7월 취임한 뒤에 철강과 비철강, 신성장부문에서 2030년까지 수익비중을 40대 40대 20을 내겠다는 목표를 제시해 2차전지소재사업에서 성과를 내는 것은 더없이 중요하다. 2020년 3분기까지 누적 영업이익 기준으로 철강 34%, 비철강 62%, 신성장 2% 수준을 보이고 있다.

더욱이 해외뿐 아니라 국내에서도 수소사업을 놓고 주요 대기업들도 참여를 선언하면서 포스코로선 서두르지 않으면 뒤처질 가능성이 크다.

지난해 수소사업 진출을 공식화한 곳은 포스코그룹을 제외하고 현대자동차그룹과 한화그룹, 두산그룹, SK그룹까지 4곳으로 모두 만만치 않은 경쟁상대로 평가된다.

최 회장은 지난해 11월 수소사업 진출안건이 이사회를 통과하고 한 달여 만에 수소사업의 중장기 비전을 발표했다. 

같은 달 실시한 포스코그룹 임원인사 및 조직개편에서 회장 직속조직으로 산업가스·수소사업부를 신설하며 수소사업 진출을 서두르고 있다.

산업가스·수소사업부 부장에는 유병옥 포스코 구매투자본부장 부사장을 선임하고 5개 임원단위 조직을 둬 그룹 내 우수인력을 배치했다.

최 회장은 우선 철강 공정에서 나오는 부생수소 생산량을 늘리면서 해외기업과 협력해 친환경 생산 방식으로 수소를 생산하는 기술 개발에 주력하기로 했다.

수소사업에서 생산과 운송, 저장, 활용으로 이어지는 수소사업 인프라 구축에도 우선적으로 힘을 쏟을 것으로 보인다.

아직까지 수소를 생산할 수 있지만 수소충전소의 위험성 등의 문제로 보급이 제대로 되지 않고 있어 수소에너지로 전환되지 못하고 있다.

◆ 철강사업에서는 탄소배출규제로 부담 커져

최 회장이 수소사업에 발 빠르게 움직이는 것은 신성장동력뿐일 아니라 본업인 철강사업 경쟁력과도 맞물려 있다.

철강산업은 대표적 탄소배출사업으로 꼽힌다.

포스코는 2019년에 온실가스를 8148만1198톤 CO2-eq(온실가스 배출단위)을 배출해 국내기업 가운데 1위를 차지했다. 2위는 현대제철로 2224만5165톤의 온실가스를 배출했다.

철광석을 녹이는 과정에서 코크스(석탄을 가공한 연료)를 사용하기 때문에 이산화탄소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

세계철강협회는 쇳물 1톤을 생산하는데 평균 이산화탄소 1.83톤이 배출된다고 보고 있다.

하지만 유럽과 미국 등 선진국에서 철강제품 등 탄소 배출이 많은 국가에 탄소 조정세 등을 도입하는 방식으로 무역장벽을 쌓고 있다는 점에서 포스코의 수출길이 더욱 좁아지고 있다.

최 회장도 이를 타계하기 위해 탄소배출을 줄이는 데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포스코는 국내 철강회사 가운데 수출비중이 절반에 가까운 47% 수준으로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최 회장이 포스코의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선언한 만큼 수소사업 진출은 어쩌면 당연한 결과라는 해석이 나온다.

철강업계에서 석탄을 대신할 친환경 원료 가운데 대표적으로 수소가 꼽히는 만큼 수소를 활용한 에너지사업에 진출해 에너지 사용자이자 생산자 역할을 수행하면서 신사업과 주력사업을 이끌겠다는 전략을 세웠다.

이런 관점에서 올해는 포스코와 최 회장에게 위기이자 기회가 될 수 있다.

최 회장은 2021년 신년사에서 “올해 코로나19로 경영환경의 불확실성이 급증하는 가운데 새로운 위기와 기회요인이 공존하는 한 해가 될것으로 전망된다”며 “철강산업은 뉴모빌리티와 도시화, 디지털화, 탈탄소화, 탈글로벌화가 빠르게 이뤄지는 메가트렌드 변화에 직면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 회장은 2020년 12월 기후행동보고서를 통해 포스코 탄소배출을 2030년까지 현재 수준에서 20%를 줄이고 2040년까지는 절반수준, 2050년에는 탄소중립을 이루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탄소중립이란 이산화탄소를 배출한 만큼 이산화탄소를 흡수하는 대책을 세워 순배출량을 ‘0’인 상태로 만드는 것을 의미한다.

포스코는 우선 인공지능 기술을 활용해 에너지 효율을 더욱 끌어올리고 수소환원 기술을 부분적용하는 방식으로 탄소배출을 단계적으로 낮추기로 했다.

아직까지 기술이 개발되지 않았지만 포스코는 수소에너지를 바탕으로 한 ‘수소환원제철소’ 기술을 통해 화석연료제철소를 수소환원제철소로 전환할 방침도 세워뒀다. [비즈니스포스트 장은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