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이 2021년에는 선택과 집중으로 수익성 개선에 고삐를 죌 것으로 예상된다.

정 부회장은 최근 몇 년 동안 다양한 신사업을 추진하면서 유통업의 변화를 꾀했는데 내년에는 성과가 나타나는 사업에 역량을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오늘Who] 이마트 코로나19 이길 방향 찾아, 정용진 더 선택과 집중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


30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코로나19가 내년 상반기까지는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이마트 등 신세계그룹 계열사들은 주력사업에서 실속을 챙기는 전략을 유지할 것으로 파악된다.

정 부회장은 올해 코로나19로 유통업계가 어려운 상황에서도 선방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특히 이마트의 체험형 매장 전환, SSG닷컴의 신선식품 강화 전략 등이 성공을 거두며 올해 실적 개선세가 두드러지고 있다.

이마트는 올해 폐점 없이 신선식품 매장을 강화하고 맛집과 서점, 키즈존 등 체험형 공간을 넓히는 방식으로 42곳의 매장을 리뉴얼했다. 리뉴얼을 진행한 월계점과 순천점은 리뉴얼 전보다 매출이 30% 이상 증가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또 SSG닷컴의 당일배송 ‘쓱배송’과 ‘새벽배송’은 코로나19에 따른 온라인 장보기 수요 증가에 힘입어 올해 매출이 지난해보다 50% 이상 늘었다. 과일, 정육, 수산 등 신선식품 매출은 65.3%, 밀키트(반조리 간편식) 매출은 196.3% 증가했다.

정 부회장은 최근 몇 년 동안 ‘중간은 없다’며 파격적으로 보이는 다양한 유통사업 모델을 선보였다.

정 부회장의 야심작으로 불렸던 가전 전문매장 ‘일렉트로마트’와 초저가제품 ‘노브랜드’ 등은 성공적으로 시장에 안착했다.

하지만 프리미엄 푸드마켓인 ‘PK마켓’과 만물잡화점 ‘삐에로마켓’, 헬스앤뷰티(H&B) 매장 ‘부츠’는 실패했고 올해 모두 철수를 결정했다.

이마트가 운영한 전문점은 지난해 말까지 연간 영업손실 900억 원을 내며 이마트 성장에도 걸림돌이 됐는데 실패를 인정하고 수익성 개선을 위해 과감히 정리한 것이다.

정 부회장은 내년에는 소비자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고 있는 사업을 중심으로 수익성을 강화하는 데 초점을 맞출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마트가 강점을 보유하고 있는 신선식품사업  점유율 확대가 최우선 과제로 떠오른다.

정 부회장은 최근 이마트 광고에 직접 출연해 땅끝마을에서 배추를 수확해 요리를 선보이며 큰 관심을 받았다. 정 부회장이 평소에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소비자들과 활발하게 소통을 하고 있지만 직접 광고에 출연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번 광고는 소비자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고 있어 이마트의 신선식품 이미지를 높이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또 정 부회장은 올해 6월 이마트 월계점을 방문해 “고객이 찾는 신선식품은 이마트에 꼭 있어야 하고 더 나아가 이마트에서만 볼 수 있는 차별화된 상품이 있어야 고객들이 찾는다”고 말하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코로나19가 장기화하고 있어 내년 이마트 실적에 부담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말이 나온다.

하지만 대형마트는 필수산업시설로 분류돼 영업중단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예상된다. 게다가 최근 식료품 수요는 오히려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오늘Who] 이마트 코로나19 이길 방향 찾아, 정용진 더 선택과 집중

강희석 이마트 대표이사 사장.


박종대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거리두기 2.5단계 격상으로 12월8일 이후 할인점 영업시간이 2시간 단축됐지만 식품 수요가 크게 증가하면서 12월 이마트의 성장률은 11월을 오히려 넘어 설 것이다“며 ”식품 온라인 수요는 증가하고 있어 코로나19는 이마트에 우호적 사업환경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마트와 SSG닷컴의 시너지 극대화 작업도 진행하고 있다.

SSG닷컴은 23일부터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장점을 결합한 ‘매장 픽업서비스’를 시범운영하고 있다.

SSG닷컴에서 ‘쓱배송’ 전용상품을 주문하고 이마트 점포에서 상품을 찾아가는 방식으로 5인 이상 집합금지 등 방역대책이 강화되는 가운데 사람 접촉을 최소화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정 부회장은 올해 연말인사에서 강희석 이마트 대표이사 사장을 SSG닷컴 대표이사까지 겸직하도록 했는데 ‘옴니채널’ 구축 작업을 발빠르게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옴니채널이란 소비자가 온라인, 오프라인, 모바일 등 다양한 경로를 넘나들며 상품을 검색하고 구매할 수 있도록 한 서비스를 말한다.

차재헌 DB금융투자 연구원은 “SSG닷컴은 이미 온라인 식품채널에서 침투율이 높아지고 있으며 내년에는 시장 지배력이 더 강화될 수 있다”며 “이마트는 올해 3분기 실적 반등에 성공했는데 2021년에도 실적 개선세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비즈니스포스트 나병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