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쓰오일과 GS칼텍스, 현대오일뱅크, SK이노베이션 등 정유4사가 스타트업과 제휴를 늘리며 외부에서 성장동력을 찾는 데 분주하다.

정유4사는 올해 코로나19로 정유사업에서 대규모 적자를 낸 데다 장기적으로 친환경기조에 따라 석유의 중요성이 점차 감소하면서 비정유사업으로 발을 뻗는데 속도를 낼 것으로 예상된다.
 
정유4사 올해 적자 5조, 스타트업과 석유 밖에서 성장동력 발굴 분주

▲ (왼쪽부터) 김준 SK이노베이션 대표이사 총괄사장, 허세홍 GS칼텍스 대표이사 사장, 후세인 알 카타니 에쓰오일 CEO, 강달호 현대오일뱅크 대표이사 사장.


29일 에쓰오일에 따르면 ‘비전 2030’에 따라 2030년까지 수소, 연료전지, 재활용 등 다양한 신사업에 진출하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이를 위해 에쓰오일은 신사업 진출의 교두보가 될 수 있는 스타트업들과 협업을 모색하는 한편 유망한 스타트업에는 직접 지분투자를 하며 관계를 다지고 있다.

정유업계 한 관계자는 “정유사들도 친환경기조에 따라 변화를 모색하고 있다”며 “스타트업과의 관계는 기존 사업과 시너지를 낼 수 있거나 신성장동력이 될 수 있는 사업을 찾는 기회의 역할을 한다”고 말했다. 

에쓰오일 외에 나머지 정유3사도 비슷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

GS칼텍스는 신사업 전담팀을 꾸려서 주유소를 활용한 사업을 중심으로 협업하거나 투자할 스타트업을 찾고 있다. 앞서 10월 베트남 세차 스타트업에 지분투자를 하며 베트남 현지시장에 진출할 기반을 마련했다.

현대오일뱅크도 주유소와 유휴부지를 활용하기 위해 협력업체 발굴에 힘쓰고 있다. 

최근 공유창고업체, 공유주차업체 등 4차산업과 관련된 스타트업과 제휴를 맺으며 사물인터넷(IoT) 기반 공유주차서비스, 공유창고사업 등에서 성과를 내기 시작했다.

SK이노베이션은 환경문제를 해결하는 데 기여하는 스타트업과 협업에 공을 들이고 있다. 

해양유류방제 로봇 개발업체와 플라스틱 열분해 장비 개발업체 등을 파트너사로 선정해 자금조달, 경영지원 등을 직접 지원하고 있다.

정유4사는 재도약을 위해 외부 성장동력이 절실한 상황에 놓여 있다.

정유4사는 올해 코로나19에 따른 정제마진 악화로 힘든 한 해를 보내고 있다. 정유4사 합쳐 올해 들어 3분기까지 누적 영업이익 4조8074억 원을 냈다. 

하지만 여전히 정제마진은 개선되지 않고 있다. 

12월 4째주(21~25일) 평균 복합정제마진은 배럴당 1.3달러로 3주 연속 상승했지만 여전히 손익분기점인 4~5달러를 밑돌고 있다. 이에 정유4사의 올해 연간 영업적자는 모두 5조 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됐다. 

그렇다고 정유4사가 눈앞의 적자를 조금이라도 만회해보기 위한 노력 차원에서 외부 신사업으로 눈을 돌리는 것만은 아니다.

글로벌 탄소중립정책에 따라 석유의 중요성이 점차 낮아지고 수소, 태양광 등 친환경에너지가 대체에너지로 떠오르고 있다.

대표적으로 내연기관차를 전기차와 수소차 등 친환경차로 전환하는 움직임을 꼽을 수 있다.

유럽에서는 노르웨이와 네덜란드가 2025년부터 내연기관자동차 판매를 금지하는 법안을 추진하고 있다. 또한 독일은 2030년부터, 프랑스는 2040년부터 내연기관차 퇴출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제주도는 2030년부터, 서울시는 2035년부터 내연기관차 신규등록 중단을 추진하고 있다.

게다가 조선업계에서는 LNG(액화천연가스)를 연료로 쓰는 선박들의 발주가 나오고 있는 데다 수소나 암모니아 등 친환경선박 개발에도 열을 올리고 있어 정유4사의 움직임도 분주해질 수밖에 없다.

산업연료로서의 석유 수요도 전망이 어둡다. 

GS칼텍스는 온실가스 배출규제에 대응하기 위해 공장연료를 저유황 중유에서 LNG(액화천연가스)로 전부 바꿔버렸다. 

이를 통해 이산화탄소를 19% 넘게 감축하며 온실가스 배출량 저감비용으로 연간 115억 원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성보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