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SD엔진이 3년 만의 흑자전환을 눈앞에 뒀다. 동시에 대우조선해양이 주요 고객에서 이탈할 가능성에도 직면하고 있다.

글로벌 선박시장에서 중국 조선사들의 LNG(액화천연가스)추진선 수주가 늘고 있어 고영열 HSD엔진 대표이사 사장은 대우조선해양을 메울 고객을 잡을 수도 있다.
 
HSD엔진 중국에서 수주 늘어, 고영열 대우조선해양 이탈해도 메운다

▲ 고영열 HSD엔진 대표이사 사장.


22일 증권사 전망을 종합해보면 HSD엔진의 2020년 실적 전망치(컨센서스)는 매출 8509억 원, 영업이익 219억 원이다.

매출은 26.2% 늘고 영업이익을 내 2017년 이후 3년 만에 흑자전환하는 것이다.

HSD엔진 관계자는 “매출이 지난해보다 증가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올해 들어 이중연료 추진엔진(D/F엔진)의 수주비중도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중연료 추진엔진은 LNG와 석유연료를 모두 연료로 활용할 수 있는 선박엔진이다. 기존 석유연료 추진엔진보다 제작 가격이 10~15%가량 비싸 수익성이 좋다.

고영열 사장은 HSD엔진의 영업흑자 기조를 더욱 다지기 위해 중국 선박시장을 주시하는 것으로 보인다..

HSD엔진의 선박엔진 수주 내역을 들여다보면 중국에서 수주한 신규수주 물량이 2019년 들어 3분기까지 390억 원어치에서 2020년 들어 3분기까지 1138억 원으로 급증했다. 

이에 따라 전체 신규수주 물량 가운데 중국이 차지하는 비율도 2019년 3분기 기준 11%에서 2020년 3분기 40%로 크게 높아졌다.

같은 기간 중국 물량이 전체 수주잔고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36%에서 59%로 확대됐다. 이전까지 비중이 가장 컸던 국내 조선사(대우조선해양과 삼성중공업) 발주물량을 넘어섰다.

해상 환경규제가 강력해지고 있어 글로벌 선박시장에서 이중연료 추진엔진을 탑재한 LNG추진선의 발주가 늘고 있다. HSD엔진으로서는 긍정적 업황 변화다.

그러나 증권업계는 HSD엔진이 업황 변화에 따른 기회와 함께 위기도 마주하고 있다고 본다.

최광식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한국조선해양과 대우조선해양이 기업결합 승인을 앞두고 있다”며 “기업결합이 확정되면 HSD엔진은 선박엔진 수주의 50~80%를 차지하는 두 고객사(대우조선해양과 삼성중공업) 가운데 한 곳과 거래가 차차 줄어들 것이다”고 내다봤다.

한국조선해양은 자회사 현대중공업이 자체 엔진사업부를 보유해 선박엔진을 외부에 발주하지 않는다. 대우조선해양도 한국조선해양에 인수된 뒤 HSD엔진보다 현대중공업 엔진사업부를 찾을 공산이 크다는 것이다.

글로벌 선박엔진 제조사들 가운데 이중연료 추진엔진을 실제 선박에 탑재해 성능을 검증한 회사는 현대중공업 엔진사업부와 HSD엔진 단 2곳뿐이다. 

이를 고려하면 대우조선해양은 한국조선해양에 인수되더라도 HSD엔진과의 거래 관계를 완전히 단절하지는 않을 가능성이 크다.

그렇더라도 물량 감소 자체는 피할 수 없어 보인다.

조선업계 한 관계자는 “대우조선해양은 지금까지 엔진 물량의 70~80%를 HSD엔진에 발주했다”며 “한국조선해양에 인수된 뒤에는 이 비중이 30% 수준까지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고 사장에게 중국 선박시장은 대우조선해양의 선박엔진 발주물량 감소분을 메울 대안인 셈이다.

선박 중개회사 SSY브로커리지(Simpson Spence Young)에 따르면 2020년 10월 말 기준으로 한국 조선사들이 글로벌에서 발주된 LNG추진선의 53%를 수주했다. 지난해 말 73%에서 수주비중이 줄었다.

여전히 대형선박은 한국 조선사들이 LNG추진선 수주시장을 과점하고 있지만 중국 조선사들이 중소형선박의 LNG추진선 수주 비중을 늘리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중국에서 LNG추진선 수주가 늘어나는 것이 국내 조선업계에는 위기일지 몰라도 고 사장에게는 다가올 위기를 극복하는 기회가 되고 있다.

고 사장은 2018년 6월부터 HSD엔진 대표이사를 맡고 있다.

고 사장 취임 당시 HSD엔진은 수주는 2015년 7163억 원에서 2016년 4054억 원, 2017년 3113억 원으로 악화일로를 걷고 있었다.

이런 수주 부진은 2018년 영업손실 353억 원, 2019년 영업손실 218억 원의 실적 부진을 낳았다. 고 사장에게는 올해 거둘 흑자를 이어가는 과제는 무겁다. [비즈니스포스트 강용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