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업종 주가 상승세가 이어질까?

LNG선(액화천연가스 운반선과 추진선)의 수주 전망이 밝고 선박 지표도 좋아 조선주의 주가 상승세가 지속될 것이라는 낙관적 의견이 많다.
 
조선주 더 갈까, ‘LNG선 수주호조’ 낙관론과 ‘이미 고평가’ 신중론 팽팽

▲ 삼성중공업이 건조한 LNG운반선. <삼성중공업>


하지만 조선주가 이미 고평가됐다는 점에 기반을 둔 신중론도 나온다.

20일 4개 상장 조선사들의 올해 주가 흐름을 분석해 보면 4분기 들어 주가가 고공행진하고 있다.

3분기의 마지막 거래일인 9월29일과 4분기 최근 거래일인 12월18일을 비교하면 한국조선해양 주가는 30.59%, 대우조선해양 주가는 13.24%, 삼성중공업 주가는 32.83% 올랐다. 현대미포조선 주가는 무려 67% 급등했다.

연말 조선사들의 잇따른 수주에 국제유가 상승세가 겹치며 조선주를 향한 투자심리가 확연히 개선되고 있다.

증권업계에서는 조선주의 상승세가 계속될 것이라는 의견이 많다. 가장 큰 이유는 국내 조선사들의 주요 먹거리인 LNG운반선의 발주 전망이 밝다는 것이다.

LNG의 수요 증가추세와 공급 증가추세를 비교한 블룸버그뉴에너지파이낸스(BNEF)의 자료에 따르면 2025년부터 LNG의 수요와 공급 사이 차이가 커지기 시작해 2035년에는 수요가 700Mtpa에 이르는 반면 공급은 460Mtpa에 그친다. Mtpa는 1년당 100만 톤을 뜻한다.

2025년부터  수요와 공급 차이를 메우기 위한 신규 LNG 개발 프로젝트가 필요할 것으로 보이는데 이에 필요한 선박은 늦어도 2023년부터는 발주돼야 한다.

조선해운시황 분석기관 클락슨리서치가 5년 단위로 분석한 LNG운반선의 발주량을 살펴보면 기존 최대치는 2011~2015년의 연평균 44척이었다.

김홍균 DB금융투자 연구원은 2021~2025년에는 이를 뛰어넘는 연평균 50척의 LNG운반선이 발주될 것으로 예상했다.

LNG운반선은 요구되는 건조 기술의 난도가 높아 건조할 수 있는 조선사가 몇 없다.

현재 글로벌 선박시장의 주력인 17만4천 m3급 이상의 LNG운반선을 수주잔고에 보유한 조선사는 현대중공업, 현대삼호중공업,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 등 국내 4곳과 중국 2곳을 더한 6곳뿐이어서 한국 조선사들이 독점에 가깝게 수주시장을 점유하고 있다.

해상 환경규제 강화로 LNG운반선뿐만 아니라 LNG추진선도 수요가 크게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국제해사기구는 2023년부터 선박의 탄소배출량을 2008년 평균보다 40% 감축하는 에너지효율 설계지침(EEXI)규제를 도입한다. 이 규제로 2013년 이전 인도된 1만7천여 척의 선박들은 용선시장에서 경쟁력을 상실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대중화된 선박연료 가운데 에너지효율 설계지침규제의 탄소 감축 기준을 충족할 수 있는 것은 LNG와 LPG 등 가스연료뿐이다. 그리고 가스연료 추진선을 제대로 건조할 수 있는 조선사들은 사실상 국내 조선사들밖에 없다는 평가를 받는다.

박무현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현재 한국 조선사들의 수주 상담은 거의 모두 LNG추진선 사양으로 진행되고 있다”며 “앞으로 기존 중고선박을 대체하기 위한 엄청난 수량의 LNG추진선 수요가 나타나게 될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원/달러 환율에서 원화 강세(달러 약세)가 지속되고 있다는 점도 조선주 주가에 호재다.

한국 조선업계는 선박 건조기술과 관련 기자재들을 대부분 국산화한 만큼 원화를 기준으로 선박 건조가격을 협상한다. 그러면서도 정작 계약은 달러로 맺는다.

이에 선주사들은 달러화가 원화 대비 약세일 때 한국 조선사들을 주로 찾는다. 원화 강세 시기에 조선사들의 수주가 늘어나 주가도 함께 오르는 것이 지금까지 조선주 주가의 패턴이었다.

김홍균 DB금융투자 연구원, 박무현 하나금융투자 연구원, 이동헌 대신증권 연구원 등 다수의 증권사 연구원들은 최근 조선업종 주식의 투자의견을 ‘투자 확대(OVERWEIGHT)’로 제시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조선주 주가의 상승여력이 더 이상 크지 않다는 의견도 나온다. 이봉진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조선업종 투자의견을 ‘중립(NEUTRAL)’으로 제시했다.
 
조선주 더 갈까, ‘LNG선 수주호조’ 낙관론과 ‘이미 고평가’ 신중론 팽팽

▲ 현대삼호중공업이 건조한 LNG추진 초대형 컨테이너선. <현대중공업그룹>


조선주 주가는 11월에 가장 가파르게 올랐다. 코로나19 백신의 개발 소식이 전해져 글로벌 경기 회복을 향한 기대가 커졌고 국내 조선사들의 수주도 많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연구원은 올해 조선사들의 수주가 매출 증가를 견인할 정도까지는 아니라고 봤다.

올해 11월 누적 기준으로 한국조선해양은 수주목표의 58.8%를, 대우조선해양은 56.3%, 삼성중공업은 47.6%를 각각 채웠다.

조선사는 인건비와 설비 유지비 등 고정적 지출(고정비)이 많아 매출이 증가하지 않으면 영업이익도 늘지 않는다. 조선사들의 수주는 2~3년에 걸쳐 매출에 반영되는 만큼 올해 수주 부진은 앞으로 조선사들의 실적이 좋지 않을 것이라는 말과 같다.

2017년 국내 조선사들이 매출 이상의 수주실적을 올리자 2018년 조선주가 높은 평가를 받았다. 당시 조선주의 PBR(주가를 1주당 순자산가치로 나눈 값)은 0.8배 수준이었다.

18일 기준으로 조선주 PBR을 살펴보면 한국조선해양이 0.66배, 대우조선해양이 0.72배, 삼성중공업이 0.97배, 현대미포조선이 0.84배다. 올해 수주가 2017년에 미치지 못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일부 조선주는 이미 고평가됐다고 볼 수도 있는 대목이다.

이봉진 연구원은 “시장 전체의 가치 재평가가 이뤄지지 않는다면 조선주의 가치가 과거 고점을 넘어서는 데는 한계가 있다”며 “아직 PBR이 2018년 수준에 도달하지 못한 한국조선해양 주식이 조선업종의 최선호주(톱픽)다”고 분석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강용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