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선박시장에 컨테이너선 발주가 쏟아지고 있다.

한국조선해양,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 등 한국 조선3사에게는 코로나19에 따른 수주 부진을 막판에 만회할 기회다. 또 수주 기세를 내년으로 이어갈 수도 있다.
 
컨테이너선 발주 연말연시 쏟아진다, 조선3사 수주부진 만회할 기회

▲ (왼쪽부터) 가삼현 한국조선해양 대표이사 사장, 이성근 대우조선해양 대표이사 사장, 정진택 삼성중공업 대표이사 사장.


16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조선3사가 수주할 만한 대형 이상급 컨테이너선의 발주 계획이 내년 상반기까지 100척 이상 물량으로 추진되고 있다.

트레이드윈즈나 헬레닉시핑뉴스 등 글로벌 조선해운 전문매체들이 정리한 것만 해도 옵션물량을 포함해 80척이다.

발주처가 조선사에 선박 건조 의향을 타진해 존재만 파악됐을 뿐 조선사들의 경합내역 등 자세한 사항이 공개되지 않은 물량도 20척 이상인 것으로 추산된다.

대만 해운사 완하이(Wan Hai), 영국 클린캐리어스(Clean Carriers), 이탈리아 코스타마레(Costamare), 이스라엘 ZIM, 중국 코스코(COSCO), 프랑스 CMA-CGM 등 선사들의 컨테이너선 발주 프로젝트가 아직 수주전의 윤곽이 드러나지 않은 20척 이상의 물량이다.

조선3사 모두 이 가운데 최소한 1곳 이상으로부터 건조 의향을 놓고 타진을 받은 것으로 파악된다.

조선사 관계자들은 “컨테이너선 건조를 위해 여러 선사와 논의하고 있다”며 “최대한 빨리 수주로 이어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조선3사가 건조의향서(LOI)를 확보해 수주에 근접한 물량들도 있다.

일본 해운사 ONE은 1만3천 TEU(20피트 컨테이너 적재량단위)급의 컨테이너선을 20척 확보하기 위해 그리스 해운사 캐피탈마리타임(Capital Maritime)을 통한 용선 발주를 준비하고 있다.

한국조선해양과 삼성중공업이 각각 확정물량 5척, 옵션물량 5척의 건조의향서를 캐피탈마리타임과 맺었다.

대우조선해양은 독일 컨테이너선사 하팍로이드(Hapag-Lloyd)가 발주하는 2만3천 TEU급 극초대형 컨테이너선의 건조의향서를 확정물량 6척, 옵션물량 6척 확보했다.

대우조선해양은 앞서 11월 모나코 해운사 조디악마리타임(Zodiac Maritime)의 1만5천 TEU급 컨테이너선 6척의 수주를 확정하기도 했다.

대만 해운사 에버그린(Evergreen)의 1만5천 TEU급 컨테이너선 10척과 캐나다 시스팬(Seaspan)의 1만2200TEU급 컨테이너선 6척은 조선3사가 건조의향서를 확보하기 위해 경합에 나선 물량들이다.

트레이드윈즈에 따르면 시스팬의 6척은 한국, 중국, 일본 조선사들이 모두 수주에 도전하고 있다. 그러나 에버그린의 10척은 삼성중공업의 수주 가능성이 높다고 트레이드윈즈는 전했다.

이 매체는 삼성중공업이 2019년에도 에버그린으로부터 같은 선박을 6척 수주한 만큼 발주처와 친숙한 조선사라는 점을 들었다.

최광식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조선3사가 건조의향서를 확보했거나 건조의향서 체결을 놓고 경합하는 컨테이너선 물량들은 2021년 상반기까지 본계약으로 이어질 것”이라며 “2021년 조선3사 수주는 컨테이너선이 상당량 기여할 것이다”고 내다봤다.

연말연시 잇따른 컨테이너선 발주계획은 물량이 말 그대로 막대하다. 2만 TEU급 이상의 컨테이너선을 건조해 본 경험이 없는 일본 조선업계에까지 수혜가 미칠 정도다.

최근 일본 이마바리조선은 ONE이 해운사 쇼에이키센(Shoei Kisen)을 통해 용선 발주한 2만3천 TEU급 컨테이너선을 6척 수주했다.

히가키 유키토 이마바리조선 사장이 쇼에이키센을 소유하고 있는 만큼 ‘배려’ 차원의 발주로 해석된다.

그러나 선박 건조 경험이 없는 이마바리조선에 선박을 발주하는 것을 ONE이 허가했다는 것은 현재 컨테이너선 발주시장이 그만큼 뜨겁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국내 조선업계에서는 컨테이너선 주문이 밀려드는 가운데 선박 건조가격이 낮아 아쉽다는 시선도 있다.
 
컨테이너선 발주 연말연시 쏟아진다, 조선3사 수주부진 만회할 기회

▲ 대우조선해양이 건조한 컨테이너선. <대우조선해양>


조선해운시황 분석기관 클락슨리서치가 2020년 11월 기준으로 집계한 신조선가지수는 125포인트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포인트 하락했다. 신조선가지수는 1988년 1월의 선박 건조비용을 100으로 놓고 매달 가격을 비교한 것으로 지수가 100보다 클수록 선박 가격이 많이 올랐다는 뜻이다.

이는 코로나19 탓에 선박이 발주되지 않아 글로벌 조선사들이 수주를 위해 손해를 보지 않는 선에서 선박 건조가격을 낮춰 영업하고 있기 때문이다. 2020년 1~11월 글로벌 선박 발주량은 1447만 CGT(표준화물선 환산톤수)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2.6% 급감했다.

그러나 증권업계에서는 잇따르는 컨테이너선 발주계획을 글로벌 물동량의 회복 조짐으로 해석하고 선박 발주가 늘면 선박 건조가격도 자연스럽게 오를 것이라는 시선이 나온다.

이동헌 대신증권 연구원은 2021년 코로나19로 멈춘 글로벌 경제활동이 재개되면서 올해 발주되지 않은 이연물량까지 한꺼번에 시장에 쏟아질 것으로 파악하고 내년 조선3사의 선박 수주량이 2020년보다 적게는 40%, 많게는 80%까지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이 연구원은 “수주 회복기에 선박 건조가격이 아니라 수주량이 주요 변수다”며 “선박 건조가격은 조선사들의 수주가 늘어나는 시점을 통상 3~6개월 후행하는 만큼 2021년 하반기부터 선박 건조가격도 높아질 것이다”고 전망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강용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