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과 정유경 신세계 총괄사장이 개정 공정거래법으로 큰 부담을 안게 됐다.

개정 공정거래법으로 보면 일감 몰아주기 규제대상에 계열사가 대거 포함된다. 일감몰아주기 규제대상이 된다고 해도 바로 제재를 받는 것은 아니지만 아무래도 신경이 쓰일 수밖에 없다.
 
신세계그룹 일감몰아주기 규제대상 대거 늘어, 정용진 정유경 부담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


15일 공정거래위 등에 따르면 9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공정거래법 개정안이 2021년 말부터 시행되면 신세계그룹의 일감 몰아주기 규제대상 계열사는 기존 1곳에서 18곳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개정 공정거래법은 대기업집단의 일감 몰아주기 규제대상을 총수일가가 지분 30% 이상 보유한 계열사에서 20% 이상 보유한 계열사로 확대한다. 또 이런 회사가 지분 50%를 초과해 보유하고 있는 자회사도 규제대상이 된다.

일감 몰아주기는 △다른 계열사와 연간 거래금액 200억 원 △내부거래가 전체 매출의 12% 이상 △정상가격과 거래조건의 차이 7% 이상 등 3가지 조건 가운데 하나라도 포함되면 해당된다.

현재 이마트와 신세계는 총수일가 지분이 각각 28.1%에 이르기 때문에 공정거래법 개정안의 규제대상이 된다. 게다가 이마트와 신세계가 지분 50%를 초과해 보유하고 있는 16개 자회사들도 규제대상에 오르게 된다.

신세계그룹은 다른 주요 대기업집단과 비교해 많은 계열사가 규제를 받게 된다.

롯데그룹은 법 개정과 상관없이 2개의 계열사가 일감 몰아주기 규제대상이고 CJ그룹은 법 개정으로 규제대상이 5개에서 9개로 늘어나는 데 그친다.

물론 적법절차에 따라 내부거래를 하면 일감 몰아주기가 아니다.

공정거래법은 효율이나 보안 등 예외를 인정하기도 한다. 하지만 공정거래위원회의 감시대상에 많은 계열사들이 오르는 것은 그 자체로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

신세계그룹이 규제대상에서 벗어나는 가장 쉬운 방법은 이마트와 신세계의 총수일가 지분율을 20% 이하로 낮추는 것이다.

현재 이마트 지분은 정용진 부회장이 18.55%를 보유하고 있고 이명희 신세계그룹 회장이 10%를 보유하고 있다. 둘이 합쳐 지분율은 28.55%에 이른다. 신세계 지분은 이명희 회장이 10%를, 정유경 총괄사장이 18.56%를 보유하고 있다.

그러나 이마트와 신세계는 사실상 신세계그룹의 지주회사나 마찬가지이고 정 부회장과 정 총괄사장이 이 지분을 통해 그룹 전체를 지배하고 있는 만큼 지분율을 낮추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일각에서는 신세계그룹이 지주회사로 전환하면 사익편취 문제를 말끔히 해소할 수 있다는 시선도 나온다.

신세계와 이마트를 각각 지주부문과 사업부문으로 분리한 뒤 2개 지주부문을 합병해 새 지주사를 만들면 모든 계열사들이 일감몰아주기 규제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시나리오의 실현 가능성은 크지 않은 것으로 분석된다.
 
신세계그룹 일감몰아주기 규제대상 대거 늘어, 정용진 정유경 부담

정유경 신세계 총괄사장.


현재 정용진 부회장과 정유경 총괄사장이 각각 이마트와 신세계의 지분을 높이며 책임경영을 강화하고 있고 분리경영 이야기까지 나오는 상황에서 지주회사 전환은 이런 흐름에 역행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정 부회장과 정 총괄사장은 우선 일감 몰아주기 논란이 커질 수 있는 계열사를 중심으로 내부거래 비중을 축소하는 데 초점을 맞출 것으로 전망된다.

이마트나 신세계가 지분 50%를 초과해 보유하고 있는 자회사의 지분율을 낮추는 방법도 있다.

과거 이마트가 54.7%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던 신세계푸드는 현재 이마트가 지분율을 46.78%로 낮춰 일감 몰아주기 규제대상에서 제외된다.

김한이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번 사익편취 규제 강화에는 해당 회사가 지분율 50%를 초과 보유한 회사도 규제대상에 포함된다”며 “따라서 알짜 자회사들의 지분율 변동 가능성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바라봤다.

신세계그룹은 2018년에도 신세계건설, 신세계I&C, 신세계푸드의 내부거래 비중이 높다는 지적을 받았다. 당시 신세계그룹 총수일가의 신세계푸드, 신세계건설, 신세계I&C 지분율은 규제대상이 될 정도도 아니었다.

하지만 신세계그룹은 총수일가가 보유하고 있던 신세계건설, 신세계I&C, 신세계푸드 지분을 매각하며 사익편취 논란을 적극 해소했다. [비즈니스포스트 나병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