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 안전사고 계속, 안전대책에 넣은 1조가 헛되지 않으려면

▲ 전국금속노조 포스코지회와 포스코사내하청지회 포항지회가 10일 포항고용노동부 앞에서 9일 발생한 사고와 관련해 긴급 기자회견을 열었다. <전국금속노조 홈페이지> 

포스코 사업장에서 안전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다.

포스코가 이미 안전대책에 1조 원 이상의 돈을 투입했지만 계속 사망사고가 발생하고 있어 현장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을 피하기 쉽지 않아 보인다.

전국금속노조 포스코지회(포스코 노조)는 포항제철소에서 9일 발생한 추락사고와 관련해 근본적 산업안전 대책을 마련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한대정 전국금속노조 포스코지회 수석부지회장은 10일 비즈니스포스트와 전화통화에서 “사고현장에 있던 관계자들의 말을 들어보면 배관 마모가 심한부분을 용접하기 위해 협력사 노동자가 올라갔다가 부식된 배관을 밟았고 배관이 무너지면서 추락한 것으로 보인다”며 “작업장 아래 있던 집진기의 가동을 중지하지 않고 작업을 해 사람이 빨려 들어가 사고가 발생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 사고가 발생했을 때 협력사 직원은 안전벨트 등 장비를 착용하고 있던 것으로 알고 있다”며 “하지만 철판이 끊어지면서 함께 떨어지는 과정에서 안전벨트가 절단된 것으로 파악되고 현장에서 잘려진 안전벨트가 나왔다고 들었다”고 덧붙였다.

9일 발생한 사고가 '인재'라는 얘기다.

포스코 노조는 10일 노동부 포항지청에서 연 기자회견에서도 “해마다 반복되는 사망사고에도 포스코는 형식적이고 일방적 대책만 내놓으면서 노동자의 안전과 생명을 앗아가고 있다”며 “이번 사망사고는 포스코 산업안전보건시스템이 근본적으로 심각한 상황이라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고 주장했다.

현재 포스코는 1조 원의 돈을 투입해 사업장의 안전시설을 보강하고 있다.

그러나 포스코 광양제철소에서 11월24일 노동자 3명이 산소밸브를 교체하다 폭발로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고 이번에 2주 만에 포항제철소에서 협력사 직원 1명이 추락하는 사고가 또 발생했다.

최정우 회장은 광양제철소 사고 발생 하루 뒤인 11월25일 취임 뒤 처음으로 직접 사과문도 발표했다.

이후 포스코는 2일 특별안전대책을 발표하면서 앞으로 12개월 동안 비상 안전방재 예방기간으로 설정해 전사적으로 안전역량 강화에 집중하겠다고 방침을 세우기도 했다.

그러나 특별안전대책 발표 일주일 만에 다시 사망사고가 발생한 것이다.

포스코는 특별안전대책을 내놓으면서 앞으로 3년 동안 추가적으로 1조 원을 투입해 노후된 시설에 안전을 보강하는 것을 포함해 안전관리 요원의 2배 증원, 안전관리기술대학 설립 등 계획을 세웠다.

큰 틀에서 보면 2018년에 내놓은 것과 비슷하다.

포스코가 2018년 5월에 내놓은 안전대책도 3년 동안 1조2천억 원가량의 특별예산을 투입해 안전관리조직 신설과 인력 육성, 밀폐공간과 같은 중대재해가 발생할 수 있는 장소나 시설물에 안전장치 보완, 외주회사 교육과 감시인 배치 등이 주요한 내용이었다.

이 예산이 집행되는 기간이 올해 연말까지인데 포스코 노조에 따르면 90%가량이 쓰인 것으로 파악됐다.

포스코 관계자는 “구체적으로 예산이 얼마나 집행됐는지는 공개하기 어렵다”면서도 “안전시설 보강 등을 중심으로 기존에 설정돼 있는 부분을 연말까지 사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당시 내놓은 안전대책에서 가장 많은 예산이 잡힌 것은 안전시설이었고 특히 '스마트 안전설비'에 방점이 찍혔다.

포스코는 ‘스마트 세이프티’를 강조하면서 사업장에 사물인터넷 등을 적용한 최첨단 안전설비를 마련하면서 안전대책을 강화하고 있다고 알려왔다.

포스코가 2020년 4월 발간한 2019년 기업시민보고서를 살펴보면 “제철소 현장에 지능형 CCTV와 로봇 등을 확대 적용해 안전사각지대를 없애고 위험요소를 사전에 제거하고 있다”며 “작업표준을 철저히 준수하고 잠재적 리스크 발견과 대응을 위해 4대 안전전략 수립과 현장 중심의 안전관리 체계를 강화하고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실제로 사업장 고위험 작업자 1200명에게 스마트워치를 보급하기도 했다.

하지만 포스코에서 재해자 수는 줄어들지 않고 있다.

포스코의 사업장 재해자 수(직영+협력사 모두 포함)는 2016년 17명에서 2017년 8명, 2018년에 16명, 2019년에는 20명으로 집계됐다.

최정우 회장은 안전이 포스코 경영이념인 ‘기업시민’의 근간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오히려 안전대책이 퇴보하고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많은 자금을 투입한 안전장치들은 보조적 수단에 불과하고 안전사고를 막기 위한 주기적 정비가 가장 필요하다는 것이다.

노조는 회사가 비용 절감을 위해 인력을 축소하면서 정비시간 부족에 시달리는 등 안전사고가 날 수밖에 없는 작업환경을 만들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포스코 노조 관계자는 “회사가 올해부터 정비 관련 협력회사 인원을 해마다 5%씩 모두 3년에 걸쳐 15%가량 줄이기로 했다”며 “정규직도 퇴직자 수보다 적은 수를 채용하고 있어 자연 감소인원까지 포함하면 1인당 작업량이 기존보다 증가해 그만큼 작업시간이 촉박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현장에서는 안전사고를 막기 위해서는 작업인원을 늘려 충분한 작업시간을 보장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보고 있다.

포스코 노조에 따르면 기존에는 2인 1조 업무를 진행하면서 각 라인마다 고장 여부와 상관없이 주기적으로 정비를 했다면 현재는 사고가 발생한 뒤에야 고친다는 것이다.

안전사고를 막기 위해 1조 원을 투입하는 것은 과감한 결정이다. 하지만 1조 원을 투입하고도 안전사고를 막지 못한다면 대책을 처음부터 재점검하고 현장의 상황을 제대로 들여다보는 노력도 필요하다. [비즈니스포스트 장은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