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업계가 코로나19에 따른 위기 극복의 돌파구를 인적쇄신에서 찾고 있다.

올해 연말인사는 신상필벌의 기조가 강화되며 세대교체가 자리잡았다.
[데스크리포트] 12월 기업 동향과 전망-유통

▲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왼쪽)과 정용진 신세걔그룹 부회장.


롯데와 현대백화점, 신세계의 연말인사를 보면 50대 경영진이 대거 전면에 나서고 기존 임원들의 자리는 축소된 공통점이 있다.

이런 변화는 시장의 요구를 빠르게 파악하고 신성장동력을 적극적으로 발굴해낼 수 있는 젊은 경영자를 전진 배치해 위기를 타개하려는 의도로 분석된다.

또 조직슬림화를 통해 내부 혁신을 이루겠다는 포석으로도 풀이된다.

◆ 롯데

롯데그룹은 쇼핑과 백화점 부문에서 구조조정 효과가 조금씩 나타나고 있다.

롯데쇼핑은 부실 점포의 구조조정을 진행해 왔는데 수익성을 개선하며 체질 바꾸기에 속도를 내고 있다.

할인점과 슈퍼, 하이마트를 중심으로 정리 작업이 이뤄진 만큼 내년에는 백화점을 중심으로 구조조정에 속도를 낼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롯데쇼핑은 3년 안에 240여 개 점포를 폐점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올해 연말까지 100여 곳이 감소하는 점을 감안하면 내년에도 올해와 비슷하거나 조금 적은 수의 매장이 문을 닫을 것으로 보인다.

롯데쇼핑 3분기 실적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와 비교해 백화점(아울렛 포함), 할인점, 슈퍼, 하이마트의 국내 매장 수는 79곳이 감소했다. 업종별로는 백화점이 1곳, 롯데마트 10곳, 하이마트 12곳, 슈퍼 56곳 등이다. 여기에 헬스앤뷰티(H&B) 스토어인 롭스 20여 곳까지 더하면 1년 새 문을 닫은 매장은 100곳이 넘는다.

롯데는 고강도 인적쇄신을 이어가고 있는 중이다. 최근 2년 새 6개 실의 수장을 모두 교체했고 올해만 600여 명의 임원 중 약 30%가 자리에서 물러나고 약 10%가 새 얼굴로 채워졌다. 100여 개의 자리가 줄어들었다.

◆ 신세계

문성욱 신세계인터내셔날 부사장이 앞으로 역할을 확대할 것으로 전망된다.

문 대표가 신세계톰보이 대표이사와 함께 신세계그룹의 벤처캐피털(CVC)회사인 시그나이트파트너스의 대표를 겸임하게 됐다.

문 대표는 정유경 신세계그룹 백화점부문 총괄사장의 남편인데 앞으로 신세계의 스타트업 발굴 및 투자사업을 책임지게 됐다.

시그나이트파트너스는 신세계그룹이 야심차게 추진해온 벤처캐피털 계열사다. 올해 7월에 설립된 이 회사는 자본금만 200억 원 규모로 신세계인터내셔날이 지분 50%, 신세계백화점이 30%, 신세계센트럴시티가 20%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코로나19 사태로 백화점과 면세점 등 오프라인 유통가의 위기가 고조된 만큼 신세계그룹 역시 세대교체를 통해 활로를 모색하고 있다.

이마트부문은 유통업계에서 가장 빠른 10월에 인사를 단행해 11개 계열사 중 6개 계열사의 대표이사를 교체했다. 임원 수 역시 10%가량 줄였다.

백화점부문은 최근 신세계백화점과 신세계디에프 등 자회사 6곳 등 백화점부문에 대한 임원인사를 실시했다. 이번 인사로 백화점부문 기존 임원 60여명 중 약 20%가 퇴임하고 본부장급 임원 70% 이상이 교체됐다. 새로 선임된 임원을 고려해도 전체 임원 규모는 5%가량 줄어들었다.

◆ 현대백화점

내년 초 서울 여의도에 여는 현대백화점 파크원점의 안착 여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2016년 9월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이 파크원에 백화점을 출점하겠다고 밝힌 지 4년여 만의 개점인데 정 회장의 '도심형 대형점포'를 앞세운 수도권 집중 전략이 통할지 유통업계는 주목하고 있다. 

올해 현대백화점그룹은 프리미엄아울렛 2곳, 시내면세점과 인천공항면세점을 잇따라 신규 출점했다.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신사업에도 과감한 투자도 단행했다.

인사시기를 예년보다 한 달 가량 앞당겨 유통 대기업 중 가장 소규모의 인사를 단행했다. 29명이 승진했고, 19명이 자리를 옮겨 모두 48명에 대한 인사가 이뤄졌다.

하지만 대표이사의 나이를 50대로 낮추는 등 마찬가지로 세대교체를 진행했다. 철저한 성과주의를 바탕으로 전문성과 추진력을 두루 갖춘 젊은 인재를 대거 중용해 그룹의 미래 성장을 이끌 기반을 마련하는 데 중점을 뒀다는 분석이 나온다.

코로나19로 현대백화점의 올해 3분기 누적 매출은 작년 같은 기간보다 11.4% 감소했고 누적 영업이익은 반토막났다.

◆ CJ

이재현 CJ그룹 회장은 지난해 비상경영체제를 선포했는데 올해 연말인사에서는 어떤 기조를 보여줄지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계열사 사장단 대부분 남아 있는 임기가 길지 않다는 점에서 이들의 거취가 주목된다.

올해 CJ그룹은 내실을 기할 수 있는 방향으로 인사를 실시할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CJ제일제당, CJ프레시웨이, CJ CGV, CJ ENM, CJ푸드빌 등의 대표가 교체될 것이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와 함께 이 회장의 장남인 이선호 CJ제일제당 부장의 복귀 여부도 관심사다. 마약 밀반입사건으로 경영일선에서 물러난 상황이지만 향후 승계를 위해 임원으로 승진하거나 복귀할 가능성이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병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