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현대 현대미포조선 대표이사 사장이 연임한다.

신 사장은 그동안 LNG(액화천연가스)와 LPG(액화석유가스) 등 가스추진선의 건조역량을 확보하기 위해 노력해왔다. 이런 노력의 결실을 내년부터 수확할 것으로 전망된다.
 
[오늘Who] 현대미포조선 가스추진선 다각화, 신현대 내년부터 수확

신현대 현대미포조선 대표이사 사장.


19일 현대중공업그룹의 2020년 정기 임원인사에서 계열사 대표이사들을 포함한 기존 최고 경영진들이 모두 유임됐다.

신현대 사장은 2021년 3월25일이 현대미포조선 대표이사 임기 만료일이었다. 이날 임원인사로 임기가 연장됐다.

신 사장에게 이번 연임의 의미가 각별하다.

현대미포조선 대표이사 임기 동안 MR탱커(순수 화물적재톤수 5만 DWT 안팎의 액체화물운반선)와 피더 컨테이너선(20피트 컨테이너 적재량 1천~2999TEU의 소형 컨테이너선)의 건조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하기 위해 가스추진선의 설계 확보에 공을 들였다.

LNG추진선과 LPG추진선은 가스추진엔진을 선박에 탑재하는 과정에서 선박 건조가격에 ‘프리미엄’이 붙는다. 석유연료추진선보다 수익성이 좋은 일감이라는 뜻이다.

양쯔장조선소 등 중국의 중형조선사들이 현대미포조선보다 낮은 선박 건조가격을 앞세워 MR탱커와 피더 컨테이너선 수주시장에서 경쟁자로 떠오르고 있다. 신 사장의 가스추진선 개발 노력에는 경쟁을 피하는 의도도 담겨 있다.

대표이사 연임은 신 사장이 그동안의 노력을 직접 수확할 기회를 받은 것과 마찬가지인 셈이다.

조선해운시황 분석기관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글로벌 선박시장에서 피더 컨테이너선의 노후선박(선박연령 15년 이상 선박) 비중은 2021년 53.5%에서 2024년 67.5%까지 늘어난다.

척수로 따지면 2021년 402척에서 2024년 510척이 된다. 노후선박을 교체하기 위한 발주가 늘어날 수밖에 없다.

증권업계에서는 노후한 피더 컨테이너선을 교체하는 발주가 LNG추진방식으로 이뤄질 것이라는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박무현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피더 컨테이너선은 내륙 운하와 강 하구를 운항하는 선박으로 친환경 추진기술이 크게 요구되는 선박이다”며 “컨테이너선은 동급의 다른 선박들보다 탄소 배출량도 많고 연료 소모량도 커 LNG추진선으로 달라져야 하는 이유도 가장 크다”고 분석했다.

LNG추진 피더 컨테이너선은 아직 존재하지 않는 선박이다. 그러나 현대미포조선은 건조가 어렵지 않을 것이라는 태도를 보였다.

현대미포조선 관계자는 “이미 MR탱커에 LNG추진엔진을 탑재한 경험이 많이 있으며 신 사장의 임기 동안에는 소형 LNG운반선을 통해서도 LNG추진선의 역량을 키웠다”며 “LNG추진 피더 컨테이너선도 발주가 나오느냐의 문제지 일단 수주한다면 건조 과정에서 기술적 문제는 없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LPG추진 중형 LPG운반선(2만~4만5천 m3급 LPG운반선)도 내년 발주가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는 선박 가운데 하나다.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중형 LPG운반선은 노후선박 비중이 2021년 19%에서 2024년 35%까지 커진다. 척수로는 40척에서 77척으로 늘어난다.

일반적으로 LNG운반선이 화물로 탑재한 LNG를 연료로 활용하는 것과 달리 LPG운반선은 벙커씨유 등 석유연료 추진방식으로 건조돼 왔다. LPG가 연비 효율로만 따지면 석유연료보다 좋지만 선박연료로 대중적이지는 않아서다.

신 사장은 LPG운반선도 화물로 탑재한 LPG를 연료로 활용할 수 있도록 LPG추진엔진을 선박에 탑재하는 설계를 확보하기 위한 연구개발에 공을 들였다.

이런 노력은 현대미포조선이 올해 초 싱가포르와 노르웨이에서 LPG추진 중형 LPG운반선을 잇따라 수주하는 결과로 이어졌다.

현재 글로벌 조선사들 가운데 LPG추진 중형 LPG운반선은 현대미포조선의 경쟁자가 없다. 현대미포조선의 첫 LPG추진 중형 LPG운반선 인도는 2021년 6월로 예정돼 있다.

신 사장이 임기 동안 LNG추진 피더 컨테이너선과 LPG추진 중형 LPG운반선의 건조를 통해 새로운 선박들의 경쟁력을 입증한다면 현대미포조선은 2013년 수주 ‘대성공’의 재현을 기대할 수도 있다.

현대미포조선은 2012년 7월 새로운 친환경선박인 에코십(Eco-ship) 설계를 적용한 MR탱커를 처음으로 인도했다.

이 선박은 친환경성뿐만 아니라 연비 효율 측면에서도 기존의 MR탱커들보다 뛰어났다. 선주사들은 신형 에코십 설계가 적용된 선박의 경쟁력을 확인한 뒤 앞다퉈 현대미포조선을 찾았다.

현대미포조선은 2013년 한 해에만 수주잔고에 MR탱커를 135척 쓸어담았다. 이는 현대미포조선의 2년치 일감에 가까운 수준이다. [비즈니스포스트 강용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