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업계가 폭풍전야의 상황에 놓여 있다.

코로나19에 실적 부진이 이어지면서 통상 연말에 하던 하반기 정기인사도 앞당겨 긴장감에 휩싸였다.
 
[데스크리포트] 11월 기업 동향과 전망-유통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5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유통기업들이 올해 하반기 임원인사에서 온라인사업 위주의 인적쇄신과 함께 위기 대처에 실패한데 따른 질책성 인사를 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고 있다.

롯데, 신세계, CJ 등 대형 유통기업들은 연말 인사 준비에 속도를 내고 있다.

신세계그룹의 이마트부문은 임원 수를 줄이고 온라인에 힘을 실어주는 조기 임원인사를 단행했고, CJ그룹 중 코로나19 타격이 컸던 외식사업 위주의 CJ푸드빌은 희망퇴직을 접수받았다.

대한상공회의소에 따르면 2020년 4분기 소매유통업 경기전망지수(RBSI)는 85로 조사됐다. RBSI는 기업활동과 경기동향 등에 대한 기업가의 판단과 예측을 종합해 지수화한 지표로 100을 기준으로 미달하면 경기가 악화될 것으로 예상하는 기업이 많다는 뜻이다.

업태별로 보면 온라인과 홈쇼핑 업종을 제외한 대형마트(54), 백화점(96), 편의점(78), 슈퍼마켓(61) 모두 경기 전망을 부정적으로 내다봤다.

1년 가운데 4분기는 연말행사, 계절 효과 등으로 소비심리가 살아나는 데 올 연말은 코로나19 사태로 이런 효과가 떨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 롯데그룹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두 달여 만에 일본에서 귀국하면서 연말 인사에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포스트 코로나19 대비가 시급한 만큼 임원인사를 올해는 11월 중으로 앞당길 것으로 예상된다.

롯데그룹 유통사업은 올해 2분기 영업이익이 98.5%나 급감했다. 유통업계에서는 신 회장의 위기의식이 연말 인사에 그대로 반영될 수 있다고 바라본다.

특히 이영호 식품BU장, 김교현 화학BU장 등이 실적 부진의 책임을 질 가능성이 큰 것으로 분석된다. 반면 강희태 유통BU장에는 롯데쇼핑의 실적 악화에도 계속 힘이 실릴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롯데그룹은 지난달 롯데쇼핑 헤드쿼터(HQ·본부) 기획전략본부장(상무)에 '구조조정 전문가' 정경운 동아ST 경영기획실장을 앉혔다. 롯데쇼핑 내 백화점, 마트, 슈퍼, 이커머스(전자상거래), 롭스 등 5개 사업부를 총괄하며 구조조정, 방향성 재정립 등을 추진할 요직에 외부인사를 기용한 것이다.

이밖에 롯데그룹은 3세경영체제의 준비에 착수했다. 신동빈 회장의 장남 신유열씨는 올해 상반기 일본 롯데에 입사했다. 정확한 직책은 확인되지 않았으나 이사급 이상인 것으로 알려졌다.

재계에서는 신동빈 회장이 한·일 양국의 경영권을 거머쥐며 ‘원톱체제’를 갖추면서 3세경영체제 구축의 시동을 건 것으로 바라보는 시각이 많다. 다만 신씨가 한국 롯데 경영권을 이어받기 위해서는 국적 정리 등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 신세계그룹

신세계그룹은 백화점부문에 대한 정기인사를 예년과 같이 12월 초에 실시한다.

일각에서는 백화점과 면세점이 코로나19 타격을 피하지 못한 만큼 파격적 인사가 나올 것이란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이에 앞서 신세계그룹 이마트부문은 최근 2021년 정기 임원인사를 단행했다. 강희석 이마트 대표이사를 SSG닷컴 대표에 내정해 겸직하게 한 것이 가장 눈에 띈다. 강 대표에게 온·오프라인을 모두 맡겨 시너지효과를 노리겠다는 포석으로 풀이된다.

이밖에 신세계그룹은 이마트에브리데이 대표이사에 김성영 이마트24 대표이사를, 이마트24 대표이사에는 김장욱 신세계I&C 대표이사를 내정했다.

신세계그룹의 2세경영시대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이명희 회장의 보유지분 증여로 이마트와 신세계는 정용진 부회장과 정유경 총괄사장체제가 확고하게 다져질 것으로 보인다.

정용진-정유경 남매의 독자경영이 더 강화됐다는 해석이 나온다. 정 부회장과 정 총괄사장은 광주신세계 등 아직 경영권 정리가 안 된 계열사 지분의 교통정리에도 나설 것으로 관측된다.

◆ 현대백화점그룹

현대백화점그룹은 11월 중 정기인사를 단행할 것으로 보인다.

올해는 지난해 ‘젊은 피’ 수혈의 효과가 입증돼 연이은 세대교체보다는 현체제를 유지하며 ‘포스트 코로나19’에 대비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현대백화점그룹은 지난해 11월 말 백화점·한섬·리바트 수장을 모두 교체하고 젊은 경영진을 선임하면서 과감한 세대교체에 들어갔다. 현대백화점 수장에는 김형종 한섬 사장을, 한섬과 리바트에는 1960년대 태어난 김민덕·윤기철 대표이사를 각각 선임했다.

현대백화점그룹 안팎에서는 올해 면세점, 화장품사업에서 공격적 투자로 외형 성장을 이룬 만큼 이번 인사는 큰 변화보다 안정을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나온다.

◆ CJ그룹

올해 CJ그룹 정기인사는 기존 12월에서 보름 이상 앞당겨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는데 허민회 CJENM 대표이사의 후임으로 강호성 CJ 경영지원총괄 겸 CJENM 경영지원총괄 부사장이 유력한 것으로 전해졌다.

강 부사장은 2013년 CJE&M(현재 CJENM)의 전략추진실 법무실장으로 영입됐다. 그 뒤 지주사 CJ로 이동해 2018년 경영지원총괄 부사장으로 승진했고 올해 7월부터 CJENM 경영지원총괄을 겸임하고 있다.

허민회 대표의 거취도 주목된다. CJ그룹에서 한번 경영일선에서 물러나면 재기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데 허 대표에 대한 이재현 히장의 신뢰가 각별한 만큼 새로운 기회가 주어질 것이라는 시선도 만만찮다. 

CJ그룹은 외부와 협력도 적극 추진하고 있다.

최근 삼성전자 미래기술 사업화를 담당하고 있는 벤처조직 스타랩스와 CJ올리브네트웍스가 업무협약을 맺은 것이 대표적이다. 이를 이재현 CJ그룹 회장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사이 '사촌동맹'의 신호탄으로 확대해석하는 눈길도 있다.

이와 함께 CJ그룹은 네이버와 연합전선을 구축해 콘텐츠, 커머스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다. CJENM과 스튜디오드래곤, CJ대한통운은 네이버와 모두 6천억 원 규모의 주식을 맞교환하기로 했다.

이번 주식교환을 통해 CJ그룹 계열사들이 얻게 되는 네이버 지분율을 개별적으로 보면 CJ대한통운 0.64%, CJENM 0.32%, 스튜디오드래곤 0.32% 등이다.

CJ그룹은 연말인사에 앞서 구조조정을 시작했다. CJ그룹 외식계열사 CJ푸드빌은 자산 매각, 경영진 급여 일부 반납 등에 이어 본사 직원 중 5년차 이상 400여 명을 대상으로 희망퇴직도 받았다. [비즈니스포스트 이병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