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범석 쿠팡 대표이사가 택배사업에 다시 진출해 CJ대한통운과 연합전선을 구축한 네이버와 정면대결을 펼친다.

김 대표는 현재 쿠팡의 전체 거래액에서 30% 정도에 불과한 오픈마켓 비중을 대폭 끌어올려 ‘쇼핑공룡’으로 변신하고 있는 네이버에 대항할 것으로 예상된다.
 
[오늘Who] 쿠팡 택배 재진출, 김범석 CJ대한통운 연합 네이버에 맞서

김범석 쿠팡 대표이사.


3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쿠팡의 물류자회사 쿠팡로지스틱서비스가 최근 택배사업 자격을 재취득하겠다고 나선 것을 두고 네이버가 CJ대한통운과 협력해 풀필먼트(물류 일괄대행)서비스를 확대하는 데 따른 대응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쿠팡은 2019년 9월 ‘로켓배송(익일배송)’에 집중하겠다며 택배사업자 자격을 반납했다.

하지만 1년 만에 국토교통부에 화물자동차 운송사업자 신청서를 제출하며 택배시장에 다시 뛰어들 준비를 하고 있다.

쿠팡의 택배사업 진출은 오픈마켓 경쟁력을 강화해 새로운 수익원을 확보하기 위한 전략으로 해석되고 있다.

최근 언택트쇼핑이 각광받으며 택배 수요는 크게 증가하고 있다. 특히 풀필먼트(물류 일괄대행)는 물류능력이 없는 영세한 사업자들로부터 수요가 매우 높아지고 있다.

풀필먼트는 물류업체가 판매업체로부터 위탁을 받아 배송부터 보관, 재고관리, 교환과 환불까지 모든 과정을 담당하는 물류 일괄대행서비스다.

쿠팡은 올해 7월 ‘로켓제휴’라는 풀필먼트서비스를 선보이며 일정한 수수료를 받고 오픈마켓에 입점한 판매자의 물류 일괄대행을 진행했다. 하지만 현재는 쿠팡이 택배사업자 자격이 없어 일반적 풀필먼트와 달리 입점 판매자의 상품을 매입하는 형식으로 운영돼 ‘편법 택배’ 논란이 일기도 했다.

하지만 쿠팡이 택배 운송사업자로 지정되면 다른 업체의 화물을 운송하는 ‘제3자물류(3pl)’를 할 수 있어 진정한 의미의 풀필먼트서비스를 진행할 수 있다.

김 대표는 올해 3월 "고객의 삶을 이전보다 100배 낫게 만드는 것이 쿠팡의 미션이다"고 말했는데 풀필먼트서비스가 확장되면 이런 미션의 어느 정도는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김 대표는 풀필먼트서비스를 통해 오픈마켓사업 확대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온라인 분석 소프트웨어 개발업체 RJ메트릭스에 따르면 매출액 기준 세계 랭킹 1위부터 1천위 권의 이커머스업체들에서 발생하는 매출은 전체 매출의 34% 정도를 차지한다. 나머지 1천위에서 100만 위 사이의 업체들의 매출액은 66%나 된다.

이런 통계는 오픈마켓에 입점해 풀필먼트서비스까지 필요로 하는 영세업체가 많을 뿐만 아니라 그 시장 규모도 매우 크다는 점을 의미한다.

하지만 쿠팡은 전체 거래액 가운데 사입하는 비중이 70%이고 오픈마켓 비중은 30%에 그친다. 반면 경쟁업체인 네이버는 스마트스토어를 통해 국내 오픈마켓시장을 사실상 장악하고 있다. 

네이버 스마트스토어는 올해 상반기 전체 거래액이 2019년 상반기보다 60% 증가하는 등 매년 큰 폭의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여기에 네이버가 최근 CJ대한통운과 손잡고 풀필먼트서비스까지 갖출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쿠팡에게는 더 큰 위협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쿠팡도 풀필먼트서비스를 본격적으로 진행한다면 오픈마켓에서 충분히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유승우 SK증권 연구원은 “영세한 판매자일수록 규모의 경제 효과가 없어 물류비용에 관한 부담이 매우 큰 데 이를 쿠팡이 해결해줄 수 있을 것이다”며 “더군다나 쿠팡은 ‘로켓제휴’ 형태로 빠른 배송서비스를 제공하기 때문에 물류비 절감효과는 더욱 클 것이다”라고 예상했다.

쿠팡은 풀필먼트서비스를 통해 수익성도 극대화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풀필먼트서비스를 통해 입고된 상품은 쿠팡의 재고가 아니라는 점에서 재고비용은 낮아진다. 또 소비자가 로켓제휴 등을 통해 빠르게 배송받을 수 있는 품목이 많아지기 때문에 소비자의 충성도도 높일 수 있다.

게다가 쿠팡은 네이버보다 경쟁우위에 설 수 있는 부분도 있다.

쿠팡은 이커머스 데이터와 물류 데이터를 일원화하고 있어 병목현상이나 오배송률이 낮다. 상품의 주문부터 최종구간 배송까지 모든 과정에 쿠팡이 직접 관여하기 때문에 문제가 생긴다 하더라도 실시간으로 어디가 문제인지 파악이 가능하다.

반면 네이버와 CJ대한통운은 데이터가 이원화돼 있어 병목현상을 초래할 수 있다. 또 소비자들이 유통업체에 오배송에 관해 클레임(불만)을 제기해도 바로 해결되기 어려운 상황이 발생할 가능성도 적지 않다. 

유 연구원은 “쿠팡의 풀필먼트서비스는 쿠팡과 입점 판매자, 구독자 모두에게 이익이 되는 서비스로 쿠팡의 흑자전환 가능성을 높여줄 것이다”라며 “풀필먼트서비스를 통해 판매자와 쿠팡의 매출이 증가하고 구독자들도 빠른 배송 선택지가 증가하는 선순환 구도가 만들어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비즈니스포스트 나병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