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력공사 발전자회사 노조가 한국전력의 신재생에너지 발전사업 허용을 담은 전기사업법 개정 움직임에 저항해 반대투쟁을 계기로 한국전력과 발전자회사의 통합 논의를 끌어낼 수 있을지 시선이 몰린다.

전기사업법 개정안은 대형공기업 한국전력의 참여를 통해 신재생에너지 확대정책에 속도를 높이자는 취지인데 이를 계기로 발전자회사가 고사할 수 있다는 목소리가 나오면 한국전력과 통합 논의가 점화할 수 있다.
 
한국전력은 신재생에너지발전 원하고 자회사 노조는 회사통합 바라고

▲ 한국전력공사, 한국수력원자력, 한국서부발전, 한국중부발전, 한국남부발전, 한국남동발전, 한국동서발전 로고.


다만 정부와 여당, 한국전력 모두 발전자회사와의 통합 논의는 현재 고려하고 있지 않아 공론화가 되기까지 갈 길이 멀어 보인다.

2일 발전자회사 노조에 따르면 한국전력의 신재생에너지 발전사업 참여를 보장하는 전기사업법 개정안의 국회 통과를 막기 위해 지속적으로 투쟁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발전자회사 노조 관계자는 비즈니스포스트와 통화에서 “국회 앞 1인 시위를 계속 이어나갈 것”이며 “전기사업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한 송갑석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면담을 거친 뒤 투쟁 방향을 조정하며 국회 설득 작업을 전개할 것”이라고 말했다.

남동·남부·중부·서부·동서발전 등 5곳의 발전자회사 노조 위원장들은 정기국회가 시작된 1일 국회 앞에서 송 의원이 대표발의한 전기사업법 개정안에 반대하는 피켓시위를 벌이며 전기사업법 개정안을 막겠다는 의지를 보이기도 했다.

전기사업법 개정은 송 의원이 신재생에너지 발전사업 진출에 의지를 지닌 한국전력과 교감을 하며 추진하는 것으로 보인다.

송갑석 의원실 관계자는 비즈니스포스트와 통화에서 “전기사업법 개정안을 발의하는 과정에서 한국전력의 의견을 청취했다”고 말했다.

한국전력은 2001년 전력산업구조 개편으로 전력 생산과 판매가 분리되면서 발전시장 참여가 불가능해 그동안 특수목적법인을 통한 간접투자 방식으로만 발전사업에 참여해왔다.

송 의원은 ‘시장형 공기업’이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신재생에너지 발전사업을 하는 때 두 종류 이상의 전기사업을 허용할 수 있도록 하는 전기사업법 개정안을 7월20일 발의했다. 법안에서 시장형 공기업은 사실상 한국전력을 가리키는 것으로 파악된다.

송갑석 의원실 관계자는 “정부의 그린뉴딜정책에 따른 신재생에너지 발전 목표량을 달성하려면 대형 공기업이 선도적으로 참여하는 것은 불가피하다”며 “한국전력이 그 역할을 맡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발전자회사 노조는 전기사업법 개정안이 통과되면 한국전력이 신재생에너지 발전사업을 사실상 독점할 것으로 바라본다.

한국전력이 발전자회사보다 월등한 자본과 조직, 정보를 들고 있기 때문에 발전자회사는 신재생에너지 발전사업 경쟁에서 한국전력에게 밀려 경영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것이다.

발전자회사 노조는 한국전력이 참여하는 신재생에너지 발전을 대규모 사업으로 한정한다고 하더라도 발전자회사들이 이미 수조 원의 투자를 준비하고 있다는 점에서 비효율을 낳을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이들은 출혈경쟁으로 발전자회사가 고사할 수 있으므로 한국전력의 신재생에너지 발전사업 참여 대신에 한국전력을 중심으로 발전자회사를 통합해 효과적으로 신재생에너지 전환정책을 추진해야 한다는 주장도 함께 내놓았다.  

발전자회사 노조는 지난해부터 전력산업정책연대를 구성해 발전자회사 통합을 위한 준비를 진행하고 있다.

발전자회사가 정부정책에 따라 석탄에서 신재생에너지로 발전설비를 전환하면서 중복적으로 과잉투자를 하고 있어 통합을 통해 투자 효율을 높여야 한다는 점을 명분으로 내세우고 있다.

그러나 정부와 여당, 한국전력은 발전자회사가 우려하는 한국전력의 신재생에너지 발전시장 독점은 나타나지 않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한국전력은 대규모 신재생에너지발전사업에만 참여해 발전자회사가 우려하는 경쟁은 없을 것이며 발전 사업의 참여로 공동접속설비, 발전사업단지 등 인프라를 효율적으로 구축할 수 있어 발전자회사의 사업성을 개선할 것으로 바라본다.

송갑석 의원실 관계자도 “한국전력과 발전자회사가 같이 컨소시엄을 구성해 신재생에너지 발전사업을 진행할 수도 있을 것”이라며 “상생의 방향으로 법안을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게다가 정부와 여당, 한국전력은 발전자회사 노조가 희망하는 한국전력과 발전자회사의 통합에 관해서도 별다른 호응을 보이지 않고 있어 발전자회사 노조들이 통합 논의를 끌어내기 쉽지 않아 보인다.

산업통상자원부에서는 지난해 7월부터 ‘전력시장 효율성 제고방안’이라는 연구용역을 진행하고 있지만 한국전력과 발전자회사 재통합 문제를 다루지는 않았다.  

송갑석 의원실 관계자는 “전력산업구조 개편도 이번 기회에 논의 테이블에 오를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라면서도 “사회적 공감대가 필요한 부분”이라고 말을 아꼈다.

한국전력 관계자도 “발전자회사 재통합과 관련해 논의된 내용이 없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승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