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자동차가 준중형 SUV(스포츠유틸리티 차량) ‘스포티지’ 판매에서 속앓이를 하고 있다.

7월 출시된 소형 SUV ‘셀토스’쪽으로 소비자 수요가 쏠리는 이른바 ‘간섭효과’에 따라 스포티지가 직접적 타격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기아차 셀토스 흥행에 스포티지 타격, 내년 말 완전변경까지 긴 기다림

▲ 기아자동차 '스포티지 더 볼드'.


1년 남짓 남은 완전변경(풀체인지)모델 출시까지 판매 부진이 한동안 이어질 가능성이 높은데 기아차가 스포티지만의 차별화한 경쟁력을 만들어 내느냐가 부활의 핵심열쇠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4일 기아차에 따르면 셀토스의 흥행으로 차급이 겹치는 다른 모델들의 판매 감소에 영향을 주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기아차는 9월에 셀토스를 국내에서 6109대 판매했다. 8월과 동일한 판매량으로 두 달 연속 국내 소형 SUV 가운데 가장 많은 판매대수를 보였다.

현대자동차의 코나와 쌍용자동차의 티볼리가 9월에 각각 3636대, 2125대 판매됐다는 점에서 셀토스가 경쟁차종을 압도하고 있다고 봐도 무방하다.

셀토스의 인기는 소형 SUV 시장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다.

셀토스의 크기는 전장(차량 길이) 4375mm, 전폭(차량 너비) 1800mm, 전고(차량 높이) 1600~1620mm다. 준중형 SUV와 크기가 비슷할 뿐 아니라 아니라 실내공간도 넓어 준중형 SUV의 수요를 대거 흡수하고 있다.

기아차의 스포티지도 셀토스의 '흡입력'에 큰 타격을 받고 있는 대표적인 차다. 

스포티지는 9월에 1414대 팔렸다. 6월만 해도 3130대 판매됐지만 7월 2620대, 8월 1721대 등으로 뚜렷한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2018년만 해도 월평균 3천 대씩 꾸준히 판매됐다는 점을 고려하면 현재의 판매 부진은 셀토스 출시에 따른 간섭효과라고 볼 수 있다. 셀토스는 7월에 정식 출시됐다.

기아차에게 더욱 큰 고민은 스포티지의 판매 부진이 적어도 1년 동안은 계속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기아차가 현재 판매하고 있는 4세대 스포티지는 2015년 9월 출시된 뒤 2018년 7월에 한 차례 부분변경(페이스리프트)한 뒤 8월에 연식변경된 모델이다. 내년 4분기에 완전변경모델 출시를 앞두고 있어 내년까지는 현재 모델로 버텨야 한다.

새 모델 출시가 예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기존 모델로 셀토스와 경쟁하기에는 스포티지의 상품성이 다소 밀린다는 지적이 우세한 편이다.

기아차가 지난해 스포티지 부분변경모델 ‘스포티지 더 볼드’를 출시할 때만 해도 동급 차량 가운데 고속도로 주행보조(HDA) 기능이 탑재된 차량은 스포티지가 유일했다.

하지만 셀토스도 이 기능을 스포티지와 마찬가지로 선택사양으로 제공하고 있다.

게다가 첨단 운전자 보조시스템(ADAS) 가운데 스티어링휠을 조작해 운전자 편의성을 높이는 ‘차로 유지보조’ 기능은 스포티지에는 아예 제공되지 않는다. 

물론 인공지능 스피커를 통해 집에서 차량 기능을 활성화할 수 있는 ‘홈투카’ 기능이 스포티지에만 제공되고 있다는 점은 분명한 경쟁요소다. 하지만 차량 기본성능과 직접적으로 연관되는 사양은 아니라는 점에서 소비자 수요를 확 당겨올 강점은 아닌 것으로 여겨진다.

기아차가 스포티지의 완전변경모델을 통해 판매량을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셀토스와 차별화된 준중형 SUV만의 상품성을 지녀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는 이유다.

업계에서는 기아차가 이런 상품성 차별화를 위해 5세대 스포티지의 몸집을 중형 SUV인 쏘렌토의 1세대 모델과 같은 크기까지 대폭 키우는 방안을 검토할 수 있다고 바라본다. [비즈니스포스트 남희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