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앱 거래규모 1조 시대의 불편한 진실  
▲ (왼쪽부터) 배달의민족 김봉진 대표, 요기요 배달통 나제원 대표

배달앱 거래 규모가 1조 원으로 커졌다. 불과 5년 만이다.

4천만 명에 육박하는 사람들이 배달앱을 스마트폰에 설치하고 월 500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배달앱을 통해 음식을 주문한다.

국내 배달앱 빅3는 배달의민족, 요기요, 배달통이다. 이 3개사가 시장의 90% 이상을 차지한다.

1위는 배달의민족이다. 1년 매출은 300억 원, 앱 누적 다운로드는 1700만 건에 이른다. 월 주문량은 500만 건이나 된다. 웃음을 자극하는 마케팅 전략으로 이용자를 가장 많이 확보했다.

2위는 독일계 음식배달 서비스 회사인 딜리버리히어로의 자회사 요기요다. 연매출은 200억 원, 누적 다운로드는 1000만 건을 넘어섰다.

딜리버리히어로가 지난해 말 인수한 배달통이 연매출 100억 원, 누적 다운로드 1100만 건으로 3위를 차지하고 있다.

배달앱 빅3는 소상공인과 소비자 모두가 상생하는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목표를 내걸고 사업을 시작했다.

그러나 수수료를 놓고 소상공인에게 갑의 횡포를 부리고 결과적으로 소상공인이 수수료 부담을 소비자에게 전가하도록 한다는 비난이 끊이지 않는다.

게다가 최근 소홀한 개인정보 관리로 개인정보가 유출되고, 이런 일이 일어나도 책임회피에만 급급해 배달앱의 신뢰도도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

◆ 수수료, 빅3 배달앱의 고질적 문제

배달의민족, 요기요, 배달통을 이용해 소비자가 전화로 주문할 경우 수수료가 붙지 않는다.

하지만 이들 배달앱에서 카드나 휴대폰으로 결제하면 수수료가 부과된다. 빅3 배달앱이 수익모델로 삼고있는 이 수수료가 소상공인에게 갑의 횡포라는 비난의 대상이 된다.

수수료는 업체별로 다르다. 요기요는 음식가격의 12.5%를 수수료로 받는다. 요기요는 수수료가 비싼 대신 광고비를 걷지 않는다.

배달의민족 수수료는 콜센터, 문자, 단말기 등 주문방식에 따라 5.5%~9% 수준이고 배달통 수수료는 2.5%다.

업주가 1만5천 원짜리 치킨을 한 마리 팔면 이익이 3750원 정도 남는다. 그러나 고객이 요기요를 통해 결제할 경우 수수료(12.5%) 1875원을 내면 손에 쥘 수 있는 돈은 1870원으로 줄어든다.

배달의민족과 배달통은 상대적으로 결제 수수료가 낮지만 광고로 원성을 산다. 배달의민족과 배달통은 소상공인들로부터 광고비로 월 3만3천 원에서 최대 5만5천~7만7천 원을 받고 있다.

배달통은 광고상품을 3단계로 세분화해 운영한다. '리스트'로 불리는 상품의 경우 광고하지 않는 일반업체보다 상위에 노출하는 조건으로 매달 3만3천 원을 받는다.

‘프리미엄’ 광고는 리스트를 선택한 업체들보다 더 위에 노출하는 대신 5만5천 원을 내도록 한다. 월 광고비가 7만7천 원인 '프리미엄캐쉬백' 상품은 리스트 광고를 하는 업체보다 위에 노출하고 추가로 광고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소상공인 입장에서 광고효과를 거두기 위해 많은 비용을 지불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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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류승용을 내세원 배달의 민족의 광고
배달의민족은 광고하지 않는 업체보다 상위에 노출하는 '파워콜' 광고상품 등록 때 월 3만3천 원을 받는다. 이보다 더 우선순위로 보여지는 '울트라콜' 등록 때 월 5만5천 원을 내게 한다.

소상공인들은 배달앱과 관계를 끊기도 힘들다. 한 치킨집 주인은 “프렌차이즈 본사가 등록을 요구해 배달앱 사용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라며 “일부품목은 팔면 손해가 나지만 울며 겨자 먹는 심정으로 배달앱을 쓴다”고 말했다.

주변 치킨집들이 모두 배달앱을 이용하기 때문에 배달앱과 거래를 끊으면 불이익을 당할 가능성도 높다. 각종 할인과 포인트 혜택을 누리기 위해 배달앱을 이용하는 사람들이 계속 늘고 있기 때문이다.

배달앱으로 소상공인의 수익이 줄어들자 그 부담이 소비자에게 전가되기도 한다. 수익이 줄어들자 음식값을 올리고 서비스 품질을 낮추는 소상공인도 생겨나고 있다.

수수료 논란에 빅3 배달앱의 고민도 깊다.

배달통은 수수료 논란이 일자 지난해 말 수수료를 4.5%에서 업계 최저인 2.5%로 낮췄다. 요기요는 최고 수수료를 부과하는 대신 광고비를 없앴다. 배달의민족은 소상공인들에게 더 많은 고객을 보장하고 다양한 혜택을 제공하는 방법을 확대하고 있다.

배달통의 한 관계자는 수수료 논란과 관련해 “배달통의 경우 배달주문에서 수수료가 없는 전화주문이 차지하는 비중이 80%에 이른다”며 “배달통의 수수료가 음식점의 생존을 위협한다는 주장은 무리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전단지와 같은 전통적 마케팅과 배달앱을 병행할 때 점주들의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부분에 충분히 공감한다”며 “소규모 음식점들과 상생할 수 있는 다양한 방안을 모색하겠다”고 덧붙였다.

요기요 관계자는 요기요의 수수료가 가장 높지만 모바일 결제시스템을 통해 축적한 주문 데이터를 분석해 점주들에게 도움을 주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요기요가 빅데이터를 활용해 제공하는 컨설팅은 전화주문 비중이 큰 배달앱회사가 해 줄 수 없는 부분”이라며 “수수료가 높지만 요기요의 모바일 결제시스템을 작용하면 결국 혜택이 가맹점에게 돌아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 필요할 때만 중요한 개인정보

배달앱이 지나치게 많은 개인정보를 요구하는 점도 문제가 된다.

배달의민족과 배달통 앱을 설치하려면 ID(이름과 연락처)를 비롯해 주소록, 위치, SMS, 휴대전화, 사진미디어파일 등 10개 항목의 개인정보를 앱이 열람하고 수정하는 것을 허용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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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차승원이 등장하는 요기요의 광고
즉 배달앱을 깔면 앱이 이용자의 스마트폰에 저장된 주소록을 읽고 수정할 수 있다는 의미다.

이를 이용해 배달앱은 이용자가 앱을 통해 음식점에 전화를 걸 경우 050으로 시작하는 배달앱 전용 가상전화번호를 이용자 휴대폰에 기록한다.

또 휴대폰 주소록에 해당 음식점의 직통 전화번호가 이미 저장되어 있으면 주소록을 임의로 수정해 배달앱 전용번호로 바꿔놓기도 한다. 직통 전화번호 대신 배달앱 전용 번호를 쓰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배달앱이 이렇게 모아 놓은 사용자 개인정보가 유출되는 사고도 생겼다.

배달통은 지난해 말 회원 개인정보 일부가 해킹으로 유출됐다고 밝혔다. 당시 배달통 가입자는 75만 명이었다. 유출정보는 가입자의 이메일 주소, 생년월일, 휴대전화번호 등으로 알려졌다.

배달통은 지난달 29일 방송통신위원회로부터 회원 개인정보 유출로 7958만 원의 과징금을 부과받았다.

방통위는 배달통에 대해 지난해 11월 시행된 '개정 정보통신망법'을 적용해 한층 무거운 처분을 내렸다. 개정 전 법규를 적용하면 과징금은 2200만 원 수준이지만 개정법안으로 과징금 규모가 3.6배 커졌다.

◆ 문제 생기면 나 몰라라

한국여성소비자연합은 지난달 배달의민족 요기요 배달통 등 7개 배달앱회사의 소비자 보호 실태를 조사한 결과 배달앱이 취소와 환불에서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7개 업체 모두 ‘가입자와 음식점의 분쟁발생 때 책임을 지지 않는다’는 면책조항을 약관에 두고 있었다. 또 요기요를 제외한 6곳은 ‘배달음식에 문제가 있어 가입자의 신체에 피해가 있을 때 배달앱은 손해배상 청구 대상이 아니다’라는 약관을 고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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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동석이 나오는 배달통 광고
가입자에게 취소환불규정을 안내하지 않는 배달앱도 메뉴박스, 배달이오, 배달114 등 3곳이나 됐다.

배달앱 주문취소 과정도 복잡해 소비자에게 혼란을 줄 여지가 큰 것으로 나타났다. 배달앱 주문 취소과정은 ‘가입자가 배달앱회사에 요청’→‘배달앱회사가 가맹 음식점에 문의’→‘가맹점의 수락 결정’의 과정을 거친다.

소비자연합이 배달통을 이용해 ‘박가네 최강찜닭’을 시켜보니 전화(50분)보다 25분이 더 긴 1시간15분 뒤에 배달이 됐다. 배달의민족, 요기요 등 상위업체도 파닭이나 떡볶이, 피자 등을 주문할 때 전화보다 5~15분 정도 더 걸렸다.

배달앱 서비스를 이용해 미성년자가 아무 제한없이 술을 주문할 수 있다는 점도 큰 문제로 지적됐다.

조사결과 7개 업체 가운데 이용약관에 '미성년자 이용제한 조항'이 있는 업체는 배달365, 요기요, 배달통 등 3곳이었다.
 
하지만 실제 7개 업체에서 예외없이 미성년자가 술 등 유해음식을 주문하는 것이 가능했다. 배달앱 서비스를 이용한 미성년자의 술 주문을 제한할 수 있는 현실적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수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