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전재수 "이익 누리고 책임 안 지는 오픈마켓 현실 고쳐야"

▲ 전재수 더불어민주당 의원. <전재수 의원실>

“오픈마켓과 같은 통신판매 중개업자들은 이익을 향유하면서 책임은 지지 않고 있다. 이런 현행 전자상거래법의 문제점을 알게 되면서 반드시 개정해야 한다고 느꼈다.”

전재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전자상거래 등에서의 소비자 보호에 관한 법률 전부 개정 법률안(전자상거래법 전부개정안)’을 내놓은 배경이다.

전 의원은 최근 오픈마켓을 비롯한 온라인 거래 중개플랫폼에서 제품이나 서비스를 산 소비자가 피해를 입으면 플랫폼 운영사도 책임을 지도록 법률 전반을 정비하는 내용의 전자상거래법 전부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전 의원은 비즈니스포스트와 11일 인터뷰에서 "2019년 1월23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개최한 토론회의 논의결과를 토대로 전자상거래법 전부개정안의 내용을 다듬고 있다"고 말했다.

- 전자상거래법 전부 개정안을 발의한 취지는 무엇인가?

“전자상거래법이 2002년 제정돼 온라인 거래시장이 급속하게 바뀌는 현실을 담는 데 한계가 있다. 이 문제가 국정감사에 해마다 단골로 나오지만 대안이 없어 소비자 피해가 커지고 업계에도 나쁜 이미지만 덧씌워지고 있다. 그래서 완벽하진 않더라도 문제를 공론화해 업계, 학계, 소비자가 머리를 맞대고 논의할 촉매제로서 전자상거래법 전부 개정안을 발의하게 됐다.”

현행 전자상거래법은 오픈마켓, 배달앱, 포털사이트, 소셜커머스 등 온라인 거래를 중개하는 플랫폼을 통신판매 중개업자로 규정하고 있다. 중개 플랫폼 사업자는 통신판매 중개업자라는 사실을 미리 고지하면 소비자가 피해를 입어도 책임을 지지 않는다.

그러나 온라인 거래가 활성화되면서 중개 플랫폼과 관련한 소비자의 피해도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네이버 G마켓 11번가 옥션 인터파크 등 국내 상위 5위 오픈마켓에 관련된 소비자 피해가 2018년 상반기에만 4925건 신고돼 2013년 568건에서 9배 가까이 늘어났다.

전 의원도 오픈마켓을 이용하다 피해를 입은 지인들의 경험을 전해듣고 전자상거래법의 개정에 박차를 가하게 됐다고 한다.

- 전자상거래법 전부 개정안을 발의하는 데 영향을 미친 사례가 있는가?

“한 지인이 유명 오픈마켓에서 산 패딩 점퍼의 지퍼에 하자가 생겨 환불을 요구했는데 판매업자는 연락이 안 되고 오픈마켓은 통신판매 중개업자라 책임·보상 의무가 없다고 답변했다. 오픈마켓 이름을 앞세워 광고했는데 문제가 생기니 당사자가 아님을 사전에 고지해 책임이 없다고 했다.

지인은 몇 달을 씨름해 환불을 결국 받았지만 절차가 너무 어려워 유명 오픈마켓에서 상품을 굳이 살 필요가 있는지 의문이 들었다고 했다. 그 외에도 오픈마켓에서 ‘가짜 제품’이 판매됐는데 오픈마켓 사업자가 사실을 알고도 아무 조치를 취하지 않는 등 피해 사례가 제법 많이 확인되고 있다.”

전자상거래법 전부 개정안을 살펴보면 통신판매 중개업자의 개념을 없애고 상품 소개와 주문, 결제를 수행하는 온라인쇼핑 중개 플랫폼을 전자상거래 사업자로 규정해 소비자 피해를 책임지게 했다. 중개만 하는 배달앱 등은 사이버몰 사업자로 분류해 의무를 일부 추가했다.

1월 국회 토론회에서는 전자상거래법 전부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오픈마켓 사업자들이 위축돼 전자상거래 규모의 빠른 증가세가 꺾일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온라인 거래 중개플랫폼에 입점하려는 중소기업이나 영세 소상공인의 진입장벽이 높아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

전 의원은 이런 의견을 고려해 전자상거래법 전부 개정안의 내용을 계속 다듬고 있다면서도 통신판매 중개업자가 소비자 피해를 제대로 책임져야 시장이 중장기적으로 커진다고 강조했다.

- 전자상거래법 전부개정안의 내용을 2월 안에 전문가협의체를 통해 다듬겠다고 했다. 협의체에 누가 참여해 법안의 어떤 내용을 중점적으로 검토하는가?

“전문가협의체에 소비자단체, 사업자단체, 학계, 법조계 대표들과 공정거래위원회·한국소비자원 관계자 등 10여 명이 참여한다. 1월 국회 토론회에서 나온 의견을 심도 있게 검토하겠다. 특히 이번 개정안은 전자상거래법의 집행체계와 용어를 다시 정비하는 등 많은 변화를 시도했다. 그만큼 시장에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여러 전문가의 조언을 구해 법안을 가다듬으려 한다.”

- 전자상거래 전부 개정안이 통과되면 통신판매 중개업자가 과도한 책임을 지게 되면서 소규모 회사나 중소 상공인이 피해를 입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데 어떻게 생각하는가?

“전자상거래법 전부개정안에 단순 중개만 맡는 사이버몰 운영자도 의무가 일부 추가돼 부담을 느낄 수 있다. 하지만 소비자 보호라는 법의 취지와 비대면 거래의 특성을 감안하면 개정안에 들어간 의무는 최소한의 내용이라 과도한 책임으로 보기 어렵다.

통신판매 중개업자가 소비자를 보호하기 위해 노력한다면 전자상거래를 향한 소비자의 신뢰가 중장기적으로 높아지고 공정한 질서 관행도 확립됐다. 이를 통해 전자상거래시장이 더욱 커지고 발전하면서 영세 사업자의 사업 기회와 소비자의 선택권도 확대될 것으로 기대한다.”

전 의원은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활동하면서도 소비자를 위한 법안을 여럿 내놓았다. 그가 2018년 7월에 정무위의 ‘하반기 1호’로 대표발의한 은행법 개정안도 은행에서 금리 산정 정보를 소비자에게 제공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런 전 의원의 활동은 국민에게 ‘이웃 사람’ 같은 정치인이 되겠다는 다짐과도 맞물려 있다. 4수 끝에 국회에 입성한 경험을 토대로 국민의 생활에 밀착된 입법에 힘을 쓰고 있다.

- 앞으로 소비자 문제에 관련해 어떤 방향의 입법을 추진하겠는가?

“어떤 분야를 미리 결정하거나 주안점을 두고 접근하지 않겠다. 모든 사람은 결국 무엇인가 소비하면서 살기 때문에 결국 국민 모두는 소비자다. 내 업무가 국민을 위해 일하는 것인 만큼 불편함이나 어려움을 호소하는 소비자가 있다면 분야를 막론하고 입법이나 의정활동을 통해 문제 해결에 온힘을 쏟겠다.”

전 의원은 1971년 생으로 동국대 역사교육과를 졸업하고 같은 대학에서 정치학 석사학위를 땄다. 노무현 정부에서 청와대 경제수석실 행정관과 제2부속실장을 지냈다.

지난 10년 동안 구청장과 국회의원 두 차례 등 모두 세 차례 선거에 떨어지고 네 번째 2016년 20대 총선에서 당선됐다. 더불어민주당 원내부대표를 지냈다. '사람 사는 세상' 노무현 재단 자문위원을 맡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규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