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가 올해 쏘나타와 팰리세이드, 그리고 제네시스 브랜드를 통해 새로 출시할 SUV(스포츠유틸리티 차량)로 실적 회복에 힘을 싣는다.

25일 증권가 분석을 종합하면 올해 현대차 실적은 새로 출시될 주력모델의 판매에 달려 있다.
 
현대차 쏘나타 팰리세이드 제네시스SUV가 올해 실적 좌우

▲ 현대자동차 '팰리세이드'.


김평모 DB금융투자 연구원은 “현재 시점에서 중요한 것은 결국 신차”라며 “주요 지역에서 판매가 정체된 지금 올해 출시할 쏘나타와 제네시스의 GV80 등 신차 판매를 늘려 시장 점유율을 회복하는 것만이 실적 개선으로 갈 수 있는 유일한 길”이라고 내다봤다.

우선 곧 출시될 8세대 쏘나타의 흥행 여부가 실적 회복을 가늠할 수 있는 첫 이정표가 될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가 곧 출시할 신형 쏘나타는 2014년 7세대 쏘나타를 출시한 뒤 약 5년 만에 선보이는 완전변경(풀체인지)모델이다. 2018년 상반기에 개발을 대부분 마무리한 뒤 하반기부터 도로 시험주행 등에 나서며 양산 준비 단계를 밟았다.

현대차는 신형 쏘나타를 애초 2분기에 출시하려고 했으나 신차 출시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3월부터 국내에서 먼저 판매하겠다는 계획을 내부적으로 확정했다.

쏘나타는 현대차를 대표하는 중형 세단이다. 1985년 처음 출시한 뒤 35년 동안 모두 7번의 완전변경을 거쳐 8세대까지 이어올 만큼 역사도 길다.

하지만 최근 쏘나타의 입지는 위태롭다. 한급 아래 차량인 아반떼와 한급 위 차량인 그랜저 사이에서 적절한 입지를 다지지 못해 판매량을 유지하기 버거운 상황에 놓였다.

현대차는 2018년에 쏘나타(하이브리드 포함)를 국내에서 모두 6만5846대 팔았다. 아반떼(7만5881대)와 그랜저(11만3101대)보다 판매량이 적다.

2014년만 해도 매달 9천 대 가까이 판매됐지만 현재 월별 판매량은 약 40% 감소한 5500대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현대차는 쏘나타를 완전히 새롭게 디자인하고 상품성을 대폭 개선해 국내를 대표하는 중형 세단으로서의 위상을 되찾겠다는 계획을 세워두고 있다. 국내에 우선 출시한 뒤 하반기 미국에서도 양산·판매를 시작한다는 방침도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쏘나타를 미리 살펴본 현대차 내부 직원들에 따르면 디자인을 놓고 호불호가 확연하게 갈릴 것이라는 의견도 많지만 대체적으로 회사를 대표하는 중형 세단에 걸맞은 사양을 충분히 갖추고 있다는 긍정적 평가가 우세하다.

조수홍 NH투자증권 연구원은 “현대차 8세대 쏘나타의 성공적 런칭 여부가 현대차의 장기 실적 전망의 틀을 바꿀 수 있는 핵심 변수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현대차는 국내에 성공적으로 데뷔한 대형 SUV 팰리세이드의 미국 출시도 서두르고 있다.

현대차는 애초 6~8월경에 팰리세이드를 미국에서 판매하겠다는 목표를 세웠지만 24일 실적발표 콘퍼런스콜에서 “4~5월경에 북미 공장에서 팰리세이드 양산을 시작할 것”이라며 판매 시기를 앞당긴다는 계획을 공식화했다.

미국에서 자동차 수요가 둔화할 조짐을 보이고 있지만 SUV시장 성장세가 계속되고 있다는 점이 팰리세이드 출시에 따른 현대차 판매 회복의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자동차산업 분석기관 마크라인즈에 따르면 2018년 미국에서 판매된 세단 차량은 549만 대로 2017년보다 13.1% 급감했지만 SUV 판매량은 8% 늘어난 1179만 대였다.

현대차는 실적발표 콘퍼런스콜에서도 “팰리세이드가 속한 차급은 미국시장에서도 지속적으로 성장하는 차급이라 신차출시에 기대감이 크다”고 말했다.

현대차는 글로벌 인기 아이돌그룹 방탄소년단(BTS)를 팰리세이드의 홍보모델로 선정하며 출시 이전부터 브랜드 알리기에 공을 들였다. 방탄소년단을 활용한 광고는 해외 커뮤니티에서 이미 상당한 반응을 이끌어냈다.
 
현대차 쏘나타 팰리세이드 제네시스SUV가 올해 실적 좌우

▲ 현대자동차 제네시스 'GV80' 콘셉트카.


페이스북과 트위터 등 사회관계망 서비스(SNS)에는 방탄소년단이 등장한 팰리세이드 광고를 본 뒤 “이제 나의 드림카는 현대차다” “자동차 광고 중간에 눈물을 흘렸다는 것을 믿을 수 없다. 차 융자 받으러 은행에 간다” 등의 해외 누리꾼들의 긍정적 반응이 쏟아졌다.

고급 브랜드 제네시스의 GV80은 하반기 현대차의 판매 회복을 이끌 모델로 꼽힌다.

GV80은 현대차가 2017년 4월 뉴욕국제오토쇼에서 처음으로 콘셉트를 공개한 제네시스의 첫 양산형 SUV다. 수 년의 연구개발 기간을 거쳐 연간 10만 대 규모로 양산하겠다는 공격적 목표를 최근 확정했을 만큼 현대차가 공을 쏟은 차량이다.

현대차 제네시스가 내놓은 차량들이 최근 미국 자동차전문지 등에게 호평을 받고 있는 만큼 SUV 라인업 추가는 제네시스 브랜드 차량의 판매실적 반등에도 기여할 가능성이 크다.

모터트렌드는 2018년 말 제네시스의 G70을 ‘2019 올해의 차’에 선정하며 “30년 전 현대차가 엑셀을 미국에 처음 출시할 때만 해도 미국인들은 ‘현대’라는 이름을 어떻게 발음해야 할지도 몰랐다”며 “30년이 지난 지금은 제네시스가 BMW 3시리즈의 강력한 대항마를 만들었다”고 평가했다.

현대차는 현대차와 제네시스의 판매망을 분리하려는 계획을 세웠다가 미국 딜러들의 반발에 부딪혀 한동안 미국에서 제네시스의 판매 활로를 찾는데 고전했다.

하지만 지난해 말 딜러들과 원활하게 문제를 해결했고 현재 미국 50개 주에서 판매 승인을 확보한 상태라 GV80의 출시가 제네시스 브랜드 안착에 힘을 실을 수 있을 것으로 현대차는 내다보고 있다.

이상현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현대차는 미국의 재고량이 줄어든 데다 팰리세이드와 쏘나타 등 신차 출시로 실적 회복을 기대할 수 있는 상황”이라며 “팰리세이드 북미 판매가 본격화하는 하반기부터 수출 평균 판매단가(ASP)가 개선 추세를 보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비즈니스포스트 남희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