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CI가 주력 제품인 폴리실리콘의 업황 악화로 실적 부진의 늪에서 허덕이고 있다.

폴리실리콘 가격은 바닥을 친 것으로 파악됐으나 다시 하락세로 돌아섰고 중국 폴리실리콘 생산회사들의 증설로 OCI는 시장에서 입지 축소를 걱정해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
 
OCI, 폴리실리콘 가격 하락 바닥 몰라 고난의 행군 길어져

▲ 이우현 OCI 대표이사 사장.


7일 태양광 제품 가격 조사기관 피브이인사이트(PVInsights)에 따르면 1월 첫째 주 폴리실리콘은 직전 주보다 킬로그램당 0.27달러 떨어진 9.26달러에 거래됐다.

폴리실리콘 가격은 지난해 6월 첫째 주에 OCI의 제조원가 수준인 14달러 아래로 떨어진 뒤로 계속해서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OCI는 폴리실리콘 매출이 전체 매출의 40% 이상을 차지하고 있어 가걱 하락은 곧바로 수익성 악화로 이어진다.

폴리실리콘 가격이 지난 5주 동안 9.53달러를 유지하자 증권가에서는 폴리실리콘 가격이 바닥을 쳤다며 곧 반등해 OCI의 실적이 개선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었다.

그러나 또다시 가격이 하락해 OCI의 실적 개선 전망은 더욱 흐릿해진 셈이다.

피브이인사이트는 “중국의 폴리실리콘 제조회사들이 가격이 오르지 않자 비축 물량을 시장에 내놓으며 폴리실리콘의 공급이 늘어 가격이 하락했다”고 파악했다.

문제는 폴리실리콘 가격 하락을 초래한 공급 과잉이 이어질 것이라는 점이다.

2019년부터 글로벌 12만 톤 규모의 새로운 폴리실리콘 생산설비들이 가동돼 공급이 크게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글로벌 폴리실리콘 생산량 3위 회사인 OCI의 생산 규모가 현재 6만9천 톤 수준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대규모의 증설이 이뤄진 셈이다.

백영찬 KB증권 연구원은 “2019년 상업가동을 시작하는 12만 톤의 증설로 폴리실리콘 생산량이 2018년보다 23%가량 늘어나는 것”이라며 “폴리실리콘 공급 과잉은 상당한 기간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OCI는 공급 증가에 따른 가격 변동성을 줄이기 위해 장기 공급계약을 맺어 매출을 안정화하는 전략을 쓰고 있다.

하지만 중국 징아오솔라와 맺었던 연간 1조 원 규모의 장기 공급계약이 지난해 12월 5823억 원 규모로 축소됐고 트리나솔라와 체결했던 4774억 원가량의 계약도 같은 달에 종료돼 OCI는 새 계약을 맺어야 하는 상황에 놓여있다.

이런 상황에서 글로벌 폴리실리콘 생산시설이 확대됐다는 점은 OCI가 새 계약을 따내기 쉽지 않은 환경이 조성되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계약을 따낸다고 하더라도 공급단가가 대폭 낮아질 가능성도 크다.

글로벌 폴리실리콘 증설이 중국 생산회사들 위주로 진행됐다는 점은 OCI의 입지를 더욱 좁히고 있다.

12만 톤 규모의 증설 가운데 4만 톤은 글로벌 폴리실리콘 생산량 1위 회사인 중국의 GCL의 증설이며 5만 톤은 글로벌 태양광 셀 생산량 7위 회사인 중국 통웨이가 셀의 원재료 폴리실리콘을 직접 수급하기 위해 실시한 증설이다.

OCI는 중국에 폴리실리콘 생산량의 80%가량을 판매하고 있어 이들과 경쟁해야 하는 상황이지만 가격 경쟁력에서 크게 불리한 상황에 놓여있다.

한국수출입은행의 조사결과에 따르면 GCL과 통웨이의 폴리실리콘 제조원가는 킬로그램당 8달러 안팎이다. 현재 폴리실리콘 가격은 9.26달러인데 이 보다 낮은 가격에 공급하더라도 규모의 경제를 통한 이익 실현이 가능하다.

그러나 신한금융투자의 조사결과에 따르면 OCI의 제조원가는 킬로그램당 14달러 수준으로 중국 회사들과 가격 경쟁은 커녕 현재 형성된 사장가격에 판매해도 손해를 보는 구조다.

OCI 관계자는 “새로운 장기 공급계약을 맺기 위해 구매처를 물색하고 있으며 말레이시아 폴리실리콘 공장의 증설로 글로벌 증설에 대응하려 하고 있다”며 “제조원가 경쟁을 버텨내기 위해 다각도로 노력하고 있지만 힘든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OCI는 어려운 시기를 극복하기 위해 사업 다각화에도 노력을 기울였지만 아직 성과가 미흡하다. 

OCI는 폴리실리콘 이외에도 타이어 재료 카본블랙이나 합성수지 재료 무수프탈산 등을 생산하는 카본케미칼사업을 진행하고 있는데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30%가량에 이른다.

그러나 카본케미칼 제품들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미국과 중국의 무역분쟁 탓에 석유화학제품의 수요가 줄어 업황 부진이 계속되고 있다.

바이오사업에도 진출해 지난해 7월 부광약품과 합작 벤처 비앤오바이오를 설립했고 10월에는 바이오벤처 인수계획도 내놓았다. 하지만 이제 막 첫걸음을 뗀 단계인 데다 사업 성격상 단기 실적을 기대하기 어렵다.

OCI는 2018년 4분기에 영업손실 131억 원을 내며 영업이익이 적자로 전환한 것으로 추정됐다.

폴리실리콘 가격이 10달러 아래로 떨어지며 폴리실리콘사업에서 영업손실 650억 원을 냈고 카본케미칼사업도 업황 부진이 본격화되면서 영업이익으로 직전 분기보다 27.4% 줄어든 92억 원을 거둔 것으로 추산됐다.

폴리실리콘이 킬로그램당 15달러 이상에 거래되던 2017년 4분기와 비교하면 영업이익이 112.8% 급감한 것이다. [비즈니스포스트 강용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