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재 SK하이닉스시스템IC 대표이사가 중국 우시에 설립된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공장을 본격 가동할 채비에 들어갔다.
중국 파운드리시장 진출을 본격화하게 된 만큼 가장 많은 일감을 주는 SK하이닉스 이외에도 고객사를 다변화하는 일이 중요해졌다.
6일 SK하이닉스시스템IC에 따르면 3일부터 홈페이지를 통해 중국인 신입 및 경력직을 채용하고 있다. 채용직무는 경영기획과 생산기획으로 나뉜다.
채용된 이들은 3개월 동안 한국에서 일하다 내년 초에 우시에서 근무를 시작한다.
우시에 있는 SK하이닉스시스템IC 8인치(200mm) 파운드리공장 가동을 위한 채용으로 파악된다.
SK하이닉스시스템IC는 “이번 채용은 SK하이닉스시스템IC의 중국 법인 소속 인력을 충원하려는 것"이라며 “중국이나 한국 반도체사업장에서 일한 경험이 있는 사람을 우대한다”고 밝혔다.
SK하이닉스시스템IC는 2017년 7월 SK하이닉스에서 분사한 파운드리 전문기업이다.
2018년 7월 중국 우시 시정부 투자회사인 우시산업집단과 합작법인을 설립하고 현지에 파운드리공장을 설립한다는 계획을 내놨다.
충북 청주에 있는 기존 파운드리공장의 장비를 2021년 말까지 순차적으로 우시 공장으로 옮겨 생산은 중국에서, 연구개발은 한국 본사에서 수행하는 이원화체제를 갖추기로 했다.
우시공장은 2019년 완공돼 현재 일부 반도체에 관한 시험생산에 들어갔다. 올해 말부터 소규모 매출이 발생할 것으로 알려졌다.
SK하이닉스시스템IC는 5일 청주 반도체장비 1206대를 우시로 이전한다고 공시해 우시 공장 가동계획이 차질 없이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동재 대표는 우시 공장의 정상 가동이 멀지 않은 만큼 본격적으로 중국에서 파운드리 고객사 확보를 추진할 것으로 전망된다.
우시 공장은 SK하이닉스시스템IC가 모기업에 매출 절반을 의존하는 사업구조에서 벗어나 파운드리사업의 외연을 확대하기 위해 계획됐다.
SK하이닉스시스템IC 감사보고서를 보면 2019년 기준 매출 6615억 원 가운데 절반에 가까운 3089억 원가량이 SK하이닉스에 나온 것으로 파악된다.
SK하이닉스가 최근 인텔 낸드사업부 인수로 10조 원을 넘는 대규모 자본을 투입하게 된 상황도 SK하이닉스시스템IC의 파운드리의 자생력을 키울 필요성을 높이고 있다.
SK하이닉스 본업인 메모리반도체 설비투자의 축소 가능성까지 제시되는 만큼 상대적으로 영세한 파운드리사업에 관한 투자는 더욱 줄어들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SK하이닉스시스템IC는 200mm 파운드리의 장점을 앞세워 중국 팹리스(반도체 설계 전문기업)를 고객사로 끌어들일 수 있다고 본다.
직경 200mm 웨이퍼를 기반으로 하는 파운드리사업은 현재 대세인 300mm 파운드리와 비교해 생산량이 적지만 생산비용은 더 저렴하다는 장점이 있다. 소규모 팹리스를 위한 다품종 소량생산에 적합하다.
실제로 8인치 파운드리에 관한 수요는 세계적으로 꾸준히 늘고 있으며 중국에서 시장성도 긍정적이다. 시장 조사기관 IHS는 중국 팹리스시장이 2017년 255억 달러 규모에서 2021년 686억 달러 수준으로 성장한다고 내다봤다.
국제정세도 SK하이닉스시스템IC에 유리하게 돌아가고 있다. 증권업계는 중국의 주요 8인치 파운드리기업 SMIC가 미국으로부터 반도체장비·소재 수급과 관련한 제재를 받는 상황이 SK하이닉스시스템IC에 이익이 될 수 있다고 바라봤다.
김동원 KB증권 연구원은 “SK하이닉스시스템IC는 대만 TSMC와 삼성전자 파운드리의 주력시장과 달리 중국 틈새시장을 공략하고 있다”며 “올해 4분기부터 우시공장의 본격 가동이 전망돼 (SMIC 제재에 따른) 반사이익이 기대된다”고 말했다.
김경민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미국·중국 무역갈등과 반도체 패권 다툼은 완제품 공급사 화웨이와 팹리스 하이실리콘을 거쳐 SMIC까지 확대되고 있다”며 “한국 파운드리업종에서 8인치 웨이퍼 양산라인의 수혜가 이어질 것으로 판단된다”고 내다봤다.
다만 SK하이닉스시스템IC의 경쟁기업이 SMIC만 있는 것은 아니다. 국내의 대표적 8인치 파운드리기업 DB하이텍은 일찌감치 중국에 진출해 현지 고객사를 다수 보유하고 있다. 2019년 매출 8074억 원을 거둬 SK하이닉스시스템IC보다 규모가 크다.
삼성전자나 TSMC 등 파운드리 강자들도 300mm 파운드리를 주력으로 할뿐 여전히 200mm 파운드리사업을 하고 있다.
이동재 대표의 고객 확보전략이 중요한 까닭이다.
이 대표는 1962년 태어나 성균관대에서 전자공학과를 나왔다. 이후 삼성전자, 차터드세미콘덕터 등 반도체기업에서 주로 일했다. 2009년 SK건설로 자리를 옮긴 뒤 2014년부터 SK하이닉스에서 파운드리사업을 맡았다.
2017년 SK하이닉스시스템IC가 분사하자 최고운영책임자(COO)를 담당하다 2019년 12월 대표이사에 올랐다. [비즈니스포스트 임한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