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승주 한화생명 대표이사 사장이 가격 경쟁력 약화에도 불구하고 주력상품의 보험료를 계속 올리고 있다.
저금리기조가 장기화되면서 자산운용을 통해 수익을 내기가 힘들어진 만큼 보험영업부문에서 수익성을 만회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17일 생명보험업계에 따르면 한화생명이 예정이율을 낮춰 보험료를 인상에 나서면서 다른 생명보험사들도 보험료 인상을 추진할 수 있다는 가능성이 나온다.
한화생명은 7월 들어 주력상품인 종신보험의 예정이율을 2.25%에서 2%로 인하했다. 앞서 4월에도 예정이율을 0.25%포인트 내렸는데 3개월 만에 다시 내린 것이다.
예정이율은 보험사가 고객으로부터 받은 보험료로 보험금을 지급할 때까지 운용을 통해 거둘 수 있는 예상수익률을 의미한다. 통상적으로 예정이율을 0.25%포인트 낮추면 보험료는 5~10%가량 오른다.
예정이율 인하를 통한 보험료 인상은 대형보험사가 먼저 추진하면 중소형보험사가 뒤따르는 경향이 있는 만큼 다른 보험사들도 예정이율을 인하할 수 있다.
다만 한화생명과 함께 빅3로 꼽히는 삼성생명과 교보생명은 예정이율 인하를 검토하고 있지 않다.
삼성생명을 비롯해 주요 생명보험사들은 4월 예정이율을 0.05~0.25%포인트 낮춘 바 있다.
한화생명 관계자는 “모든 상품의 예정이율을 낮춘 것은 아니고 확정금리형 종신보험에만 적용된다”며 “예정이율 인하와 함께 상품구조도 변경돼 보험료를 직접 비교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보험료를 올리면 가격 경쟁력 측면에서 불리한데도
여승주 사장이 연이어 예정이율 인하를 결정한 것은 ‘이차역마진’ 때문으로 보인다. 이차역마진은 보험사가 자산운용을 통해 올리는 이익률이 고객에게 지급해야 할 보험금 이자율에 못 미치는 것을 말한다.
1분기 한화생명의 운용자산 수익률은 4.36%인데 과거 판매한 고금리 확정형 상품 영향으로 보유계약의 부담금리는 4.50%다.
여 사장으로서는 저금리 장기화로 자산운용부문의 수익을 끌어올리기가 쉽지 않은 만큼 보험료 인상을 통해 보험영업 수익성을 만회하려고 할 수 있다.
여 사장은 앞서 6월 업계 최초로 실손의료보험의 신규가입 연령을 낮춰 적극적으로 손해율 관리에 나서기도 했다.
기준금리 인하에 따른 운용자산 이익률 하락은 한화생명 뿐만 아니라 다른 보험사에도 공통적으로 적용되지만 한화생명의 재무건전성이 경쟁사보다 낮다는 점도 예정이율 인하에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1분기 한화생명의 지급여력(RBC)비율은 246%다. 교보생명 346%, 삼성생명 325% 보다 크게 낮은 수준이다. 금융감독원의 권고치인 150%는 넘지만 생명보험사들의 평균인 280%에 못 미친다. [비즈니스포스트 김남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