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장호 앤디포스 대표이사가 세계적 석학인 노벨화학상 수상자를 사내이사로 영입하며 코로나19 백신 개발 경쟁에 뛰어들었다.
김 대표는 자회사 큐어바이오를 통해 코로나19 진단키트 생산도 준비하고 있는데 진단키트 생산이 본격화된다면 앤디포스의 실적 개선에도 보탬이 될 것으로 보인다.
8일 제약바이오업계에 따르면 코로나19 확산으로 한국산 진단키트에 관심이 높아지는 상황에서 앤디포스가 노벨화학상 수상자인 로져 콘버그 교수를 앞세워 코로나19 백신 개발과 진단키트 생산에 속도를 내고 있다.
앤디포스는 휴대폰 부품으로 사용되는 양면 테이프와 윈도우 필름을 생산하는 회사다.
하지만 김 대표는 바이오 분야를 앤디포스의 미래를 이끌 성장동력으로 보고 투자를 진행해 2008년 바이오회사 큐어바이오를 인수했다.
큐어바이오는 단백질 효소를 기반으로 치료제와 진단기기를 개발하던 바이오벤처다.
김 대표는 로져 콘버그 미국 스탠퍼드대학교 구조생물학 교수의 전문성과 큐어바이오의 기술력을 결합해 코로나19 백신을 개발할 준비를 하고 있다.
로져 콘버그 교수는 유전정보가 유전자(DNA)에서 유전정보전달물질(RNA)로 전달되는 과정을 규명해 2006년 노벨화학상을 수상한 세계적 석학이다.
김 대표는 큐어바이오가 보유한 면역항암제 기술을 한 단계 끌어올리기 위해 로져 콘버그 교수가 이끄는 이스라엘 바이오회사 ‘네오티엑스’에 투자를 하면서 인연을 맺었다.
김 대표는 로져 콘버그 교수가 네오티엑스를 통해 면역항암 신약을 개발한 경험이 있어 큐어바이오가 보유한 'siRNA' 기술과 시너지를 내며 코로나19 백신 개발에 속도를 낼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siRNA 기술은 질병의 원인이 되는 유전자 발현 및 단백질 생성을 효율적으로 억제하는 기술을 말한다.
김 대표는 로져 콘버그 교수를 3월 앤디포스 사내이사로 선임하고 큐어바이오의 과학자문위원회 의장도 맡겨 힘을 실어주고 있다.
김 대표는 자회사 큐어바이오를 통해 코로나19 진단키트 생산에 속도를 내고 있다.
현재 코로나19 진단키트를 생산하고 있는 회사들이 면역진단키트와 분자진단키트 가운데 한 종류만을 생산하는 것과 달리 김 대표는 두 종류의 진단키트를 모두 생산할 채비를 갖췄다.
코로나19 바이러스의 감염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은 분자진단방식과 면역진단방식으로 나눌 수 있다.
분자진단방식은 유전자 증폭을 통해 감염 여부를 판단하는 방식으로 감염 여부를 확인하는데 6시간 가량이 필요하지만 정확도가 높다.
반면 면역진단방식은 항체가 생겼는지를 확인해 감염 여부를 판단하기 때문에 10분에서 20분 정도면 확진자를 확인할 수 있지만 정확도가 분자진단방식보다 떨어진다.
김 대표가 두 가지 방식의 진단키트를 모두 생산하기로 결정한 것은 가능한 모든 진단키트 수요에 대응해 매출을 극대화하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의료 현장에서 정확도가 높은 분자진단키트의 사용이 권고되고 있지만 코로나19가 급격히 확산되면서 빠르게 진단할 수 있는 면역진단키트의 수요도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식품의약국에서도 최근 급속하게 코로나19 환자가 늘어나자 기존 입장을 바꿔 면역진단키트의 긴급사용승인을 허가했다.
전상용 DS투자증권 연구원은 “앤디포스의 분자진단키트 생산능력은 씨젠의 30% 수준이며 면역진단키트를 포함하면 씨젠의 98% 수준”이라며 “주문량에 따라 생산능력은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앤디포스는 30여 나라의 유통업체에서 진단키트 주문 의뢰가 들어오고 있어 4월 안에 수출을 위한 인증 절차를 마치고 5월부터 납품에 들어갈 계획을 세우고 있다.
앤디포스는 2018년부터 순손실을 보고 있어 진단키트 판매가 본격화된다면 실적 개선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앤디포스 관계자는 “로져 콘버그 교수가 코로나19 치료제 개발을 위해 여러 역할을 같이 하고 있다”며 “진단키트는 생산라인과 매출처를 이미 확보해 승인만 남은 단계”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승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