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과 나의 마음] 직사광선에서 햇살로 나아가는 방법
어릴 적 나는 과자 봉지나 음료수 병, 치약 튜브에 인쇄된 글씨를 읽는 것을 좋아했다.'식품유형: 탄산음료, 소비기한: 밑면 표기일까지, 원재료명: 정제수, 이산화탄소...' 같은 문구들을 천천히 읽어나갈 때면 마치 암호를 해독하는 것처럼 느껴졌다.그랬던 나에게 '직사광선'은 약간은 호환마마같은 존재였다. 거의 모든 제품에는 늘 "직사광선을 피해 서늘한 곳에 보관하세요" 라는 문구가 적혀 있었기 때문이다. 직사광선이 대체 뭐길래 모두가 이렇게까지 피하라는 걸까.당시에는 인터넷도, 인공지능도 없었고, 그렇다고 굳이 사전을 찾거나 어른에게 물어볼 만큼의 호기심까지는 아니었기에 이 궁금함은 마음속에서 한동안 오래 자리하고 있었다.한참이 지난 뒤에야 '직사광선'이란 햇빛을 가리킨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그때 느낀 황당함과 허탈함, 그리고 뒤늦게 찾아온 깨달음이란. 우리는 햇빛이 없으면 살 수 없지만, 너무 강하면 타버리고, 파괴되며, 상해버린다.오랜 세월이 지나 정신과 의사가 되어 나는 다시 직사광선을 떠올렸다. 양육자의 애착과 관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