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스마트폰회사인 오포와 비보의 무서운 성장 뒤에 ‘중국의 워렌 버핏’이라 불리는 돤융핑 부부가오(BBK)그룹 회장이 존재하고 있다. 돤 회장은 대규모 영업망에 기반한 음향·영상전문 IT회사 부부가오그룹의 성장전략을 오포와 비보에 적용해 전 세계 스마트폰시장의 판을 흔들고 있다. 2일 업계에 따르면 오포와 비보는 중국 스마트폰시장에서 점유율을 빠르게 끌어올리면서 앞으로 애플과 삼성전자까지 위협할 가능성이 있는 ‘다크호스’로 떠오르고 있다. 오포는 2004년 부부가오그룹에서 분리됐지만 돤 회장이 지분을 일부 보유하고 있다. 비보는 부부가오그룹의 전자부문 자회사다. 시장조사기관 스트래티지애널리틱스가 최근 2016년 4분기 판매량 기준으로 글로벌 스마트폰시장의 점유율을 조사한 결과를 살펴보면 오포 6.7%(2950만 대), 비보 6.8%(2560만 대)를 차지했다. 2015년 같은 기간보다 점유율이 2%포인트 이상씩 뛰어올랐다. 오포와 비보가 중국의 스마트폰시장을 사실상 장악한 영향이 반영된 결과로 풀이된다. 2016년 3분기 기준으로 중국 스마트폰시장의 점유율을 살펴보면 오포 16.6%, 비보 16.2%로 화웨이 샤오미뿐 아니라 애플과 삼성전자도 제쳤다. 돤 회장은 1995년 부부가오그룹을 세운 뒤 중소도시와 농촌 등에 소매점을 대규모로 확보하고 소매상인들에게 상당한 이윤을 보장해 광대한 영업망을 구축했다. 오포와 비보도 같은 판매전략을 추구하고 있다. 오포는 2016년 상반기 기준으로 중국 전역에 소매점 24만 곳을 두고 있는데 맥도날드의 전 세계 영업점 수보다 많은 수준이다. 비보는 12만 곳 정도를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레이쥔 샤오미 회장은 “오포와 비보는 중소도시에서 휴대전화를 교체하는 유행 덕분에 성장하고 있다”고 깎아내리기도 했다. 그러나 샤오미도 최근 오프라인 매장을 늘리는 등 오포나 비보와 비슷한 판매방식으로 돌아서면서 돤 회장의 판매전략이 효과적임을 입증했다. 중국 시장조사기관인 IDC의 진디 연구원은 “오포와 비보는 지역마케팅에 치중하면서 현지판매로 얻은 이익을 소매상인들과 나눌 뜻이 있다”며 “두 회사가 세부적인 기준을 밝히지 않았지만 지난해에 가장 많은 보조금을 소매상인들에게 줬을 가능성이 높다”고 추정했다. 돤 회장은 부부가오그룹에서 생산한 MP3와 헤드폰 등의 주요 고객을 청년층으로 설정하고 이연걸 아놀드 슈워제네거 송혜교 등 글로벌 스타들을 광고모델로 기용해 대규모 마케팅을 펼쳤는데 이 전략 역시 오포와 비보에서 그대로 따라하고 있다. 오포는 ‘셀카’를 좋아하는 젊은 여성층을 목표로 스마트폰에서 카메라 기능을 강조했다. 비보는 오포보다 상대적으로 비싸지만 스마트폰에서 오디오 부품과 이어폰의 품질을 높이는 데 주력했다. 리어나도 디캐프리오 슈퍼주니어 송중기 등이 오포와 비보의 광고모델로 활동했다.
돤 회장은 중국 장시성 출신으로 저장대학교 무선전신학과를 졸업한 뒤 인민대학교 대학원에서 경제학을 전공했다. BBK그룹을 세우기 전인 1989년에 학습용 컴퓨터 생산회사인 샤오바왕의 CEO로 취임한 뒤 6년 동안 일하면서 빠른 성장을 이끌어내 사업적 수완을 일찌감치 보여줬다. 그는 언론노출을 상당히 꺼려 ‘은둔하는 백만장자’로 불린다. 2000년대 초에 중국 주식시장에서 대규모 투자차익을 내 ‘중국의 워렌 버핏’이라는 별명도 함께 얻었다. 돤 회장은 2007년에 워렌 버핏 버크셔해서웨이 회장과 점심식사를 내건 경매에 62만100달러를 제시해 버핏 회장과 실제로 만나면서 세계적인 유명세를 타기도 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규연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