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무인기 기술은 대부분 한국항공우주산업에서 비롯됐다고 보시면 됩니다. 다른 회사 개발인력 중에도 한국항공우주산업 출신이 많습니다.”
함흥빈 한국항공우주산업 무인기비행체팀장은 목소리에 자신감이 가득했다.
6일 방문한 한국항공우주산업 사천 본사는 좀처럼 위축된 국내 제조업 경기와 거리가 멀었다. 들뜨지 않고 차분한 분위기였지만 성장하고 있는 회사답게 역동성이 느껴졌다.
항공기동과 조립동 등 생산시설은 국내와 해외에서 하늘을 가로지를 각종 항공기와 기체 부품을 만들고 있었다. 격납고에서는 생산 완료한 항공기들의 시험이 계속되고 있었다.
한국항공우주산업 본사 한곳에서 또 다른 도약을 이끌기 위한 무인기 기술연구가 한창이었다.
함흥빈 팀장은 무인기 기술개발이 한창 진행되고 있는 연구실을 안내하고 한국항공우주산업의 무인기 개발현황을 소개했다.
- 한국항공우주산업의 무인기사업은 어떻게 진행돼 왔나?
“한국항공우주산업은 한국군 최초로 실전배치된 군단무인기 송골매 개발부터 시작했다. 이후 영상감지기, 지상장비 등의 성능개량 사업을 진행해왔고 현재는 1.5톤급 무인기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국가사업 외에 자체 조성한 연구개발(R&D)펀드를 이용한 선행연구를 통해 무인전투기 기술 등을 확보했다. 현재 브라질과 농업용 대형드론 공동개발을 통해 무인기사업을 상용으로 확대해가고 있다.”
- 무인기사업에서 한국항공우주산업의 경쟁력은 무엇인가?
“국내 유일의 완제기 제조사라는 점이 최대 강점이다.
비행능력 자체는 유인기나 무인기나 동일하기 때문에 한국항공우주산업이 보유한 기술을 무인기에 활용할 수 있다. 또 자체적인 연구개발을 통해 제어기술 등 무인기 기반 기술도 충분히 확보해 왔다. 비행체에서 통제기술까지 다 해본 곳은 우리뿐이다.”
- 빠르게 성장하는 소형무인기 시장에 진출할 계획은 없는가?
“소형무인기시장은 중소기업들에게 기회를 주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 그래야 국내 무인기산업도 더 발전할 수 있다.
우리는 150kg 이상급에 집중할 계획이다. 150kg 이상급은 감항인증을 받아야 하는데 절차가 간단하지 않다. 수십종류에 달하는 관련 서류를 만들어 제출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런 부분은 중소기업에서 하기에 버겁기 때문에 대기업에서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 무인기산업이 어떤 방향으로 발전해 나가야 할 것인가?
|
 |
|
▲ 함흥빈 팀장이 한국항공우주산업의 무인기 개발현황을 소개하고 있다. |
“일단 중국이 상용 무인기시장의 70~90% 이상을 장악하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일단 중국의 장벽을 넘기가 쉽지 않다. 무작정 도전하기보다 기술력을 바탕으로 장기적으로 무인기 콘텐츠 개발에 나서야 한다.
지금은 무인기 기술이 하드웨어에 집중돼 있지만 갈수록 소프트웨어가 중요해진다. 특수 목적의 콘텐츠와 결합되지 않은 무인기사업은 양산까지 이르기는 힘들 것이다.”
- 우리나라 무인기산업 발전을 위해 넘어야 할 부분은 어떤 것들인가?
“일단 항공법상 무인기를 날릴 수 있는 곳이 제한돼 있다. 취미용 소형무인기의 경우에도 동호인들이 교외에서 날리는 것이 불법인 경우가 많다. 이런 부분도 해결해야 하는 부분이다.
또 주파수 문제도 있다. 정부에서 시험용 주파수는 1년 단위로 쉽게 허가를 내준다. 하지만 상업화하고 고출력을 내려면 주파수를 확보해야 하는데 이 부분이 쉽지 않다. 우리나라 주파수 자원이 많지 않기 때문이다.”
함 팀장은 한국항공우주산업이 무인기 개발을 시작할 때부터 참여해 온 엔지니어로서 강한 자부심을 보였다
과거에 개발한 무인기체계의 유지보수 목적으로 운영하고 있는 구형 컴퓨터를 보고 있으면 한정된 자원으로 기술을 개발하기 위한 연구원들의 노력과 열정도 느껴졌다. [비즈니스포스트 김디모데 성현모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