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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과산업
자율 출퇴근제, 이재용체제 전환 신호탄?
하루 4시간, 주 40시간만 채우면 출퇴근 자유...삼성전자 7월 확대시행
김희정 기자 mercuryse@businesspost.co.kr | 입력 : 2014-06-16 14:54:31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삼성전자가 7월부터 출퇴근시간을 자유롭게 정할 수 있는 자율 출퇴근제를 확대시행한다. 업계는 이것을 이재용체제 전환의 신호탄으로 보고 있다. 

삼성전자가 7월부터 ‘자율 출퇴근제’를 국내 연구개발과 디자인 인력 전체로 확대한다고 15일 밝혔다. 삼성은 "언제 출근하고 퇴근하든 하루 최소 4시간, 주당 40시간만 근무하면 되는 것이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삼성전자의 자율출퇴근제는 2012년 수원과 화성 반도체연구소 임직원 5천여 명을 대상으로 시험운영 기간을 거쳤다. 오전 6시부터 오후 1시 사이에 출근해 하루 4시간 이상씩 한 주 40시간을 근무토록 하는 유연근무제였다.

유연근무제는 좋은 평가를 받아 지난해 10월부터 무선·가전·TV사업부로 확대 적용됐다. 이번 방식은 출퇴근시간을 완전히 자율화하는 것으로 다음달부터 4만5천여 명의 연구개발과 디자인 인력 전체로 확대시행된다.

이에 따라 해당 직원들은 오후 6시에 출근해 10시까지 4시간만 근무해도 1일 근무로 인정받는다. 단, 주당 40시간의 근무시간을 채워야 하기에 나머지 4일 동안 36시간 일을 해야 한다.

다만 관행상 근무로 인정됐던 사적인 티타임 등은 근무시간에서 제외된다. 또 영업과 마케팅 등 관리직군이나 생산직군은 이 제도를 적용하지 않는다. 외부와 교류가 빈번한 직군이라 근무시간 조정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 자율 출퇴근제, 왜 하나

삼성전자 관계자는 자율 출퇴근제의 확대시행과 관련해 “업무 특성상 밤을 새우는 일이 잦고 외부와 교류도 적은 부서를 대상으로 효율적이고 자율적인 근무환경을 만들어주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삼성그룹은 그동안 ‘관리의 삼성’이라고 불릴 정도로 강력한 시스템을 자랑했다. 이것은 삼성이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할 수 있는 발판이 됐지만 동시에 단점으로도 꼽혔다. 엄격한 관리 시스템 아래서 유연하고 창의적인 사고가 발휘되기 어렵기 때문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과거 산업화 시대에 열심히 일하는 문화만으로도 경쟁할 수 있었지만 스마트시대의 경우 창의성으로 승부해야 한다"면서 "임직원에게 자율성을 부여하면 생산성도 높아지고 창의적 사고 증진이나 글로벌 우수인재 영업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삼성그룹 안팎에서 자율 출퇴근제에 대해 ‘이재용의 삼성’을 알리는 신호로 보는 시각이 많다. 자율 출퇴근제는 '관리의 삼성' 이미지를 벗고 '창조혁신의 삼성'으로 전환하려는 이재용 부회장의 강한 의지가 반영된 결과라는 것이다.

삼성전자는 지난달 해외 출장 때 가족동반을 허용하며 근무환경의 변화를 꾀했다. 이에 더해 다음 달부터 시행되는 자율 출퇴근제까지 일련의 변화를 통해 이재용 부회장은 삼성전자를 국제표준에 맞게 바꾸려 하고 있다. 경쟁사 구글이나 마이크로소프트는 이런 제도를 이미 시행하고 있다.

삼성그룹은 스마트폰 이후 먹거리를 지속적으로 고민해 왔다. 이를 위해 인재들의 창의성이 절실해진 만큼 관리 중심의 인재정책을 창조적 인재양성으로 전환하고 있다. 삼성그룹은 2009년부터 비즈니스에서 캐주얼 복장을 허용하고 근무시간을 스스로 조정할 수 있는 자율근무제를 도입하는 등 사내에 자유로운 분위기를 조성해왔다.

◆ 이건희 회장의 7.4제 절반의 성과

삼성전자의 자율 출퇴근제가 앞으로 자리를 잡을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리면서 이건희 회장이 과거 추진했던 '7.4제'가 다시 주목받고 있다.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은 1993년 신경영을 선언하며 전 임직원의 근무시간을 아침 7시부터 오후 4시로 조정한 7.4제를 시행해 화제가 됐다.

이 회장은 “아침 7시에 시작해서 오후 4~5시 사이에 일과를 끝내보라. 그래서 운동을 하든지, 친구를 만나든지, 또는 어학공부를 하고 6시 30분 전에 집에 들어가라”고 주문했다.

양적 경영에서 품질 경영으로 변화하려면 먼저 직원들 삶의 질이 바뀌어야 한다는 이 회장의 신념에서 나온 것이다. 7.4제 도입 후 임직원들 사이에서 어학공부 붐이 일었고 그룹 자체 토익합격률이 1년만에 55% 올라가기도 했다.

그러나 일이 밀리다보면 초과근무를 할 수 밖에 없기 때문에 7.4제 아래서 퇴근시간이 지켜지지 않는 일이 다반사였다. 사원들의 불만이 커지자 1998년부터 7.4제는 흐지부지됐고, 2002년 전체 그룹 차원에서 8.5제로 전환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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