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현 CJ그룹 회장 3남매가 이맹희 CJ그룹 명예회장의 혼외자인 이모씨로부터 상속소송을 당했다.
CJ그룹은 이 명예회장이 남긴 재산이 없어 상속소송이 무의미하다는 입장을 보인다.
그러나 이씨 측은 소송과정에서 소송액을 높일 가능성도 있어 이번 소송의 파장이 어디까지 미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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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재현 CJ그룹 회장. |
14일 재계에 따르면 이재현 회장 등을 상대로 상속소송을 제기한 이씨는 이맹희 명예회장의 혼외자다.
이씨는 서울서부지법에 2억100만 원을 청구액으로 산정해 상속분을 달라는 소송을 제기했다. 첫 변론준비기일은 4월1일로 알려졌다.
CJ그룹은 이 명예회장으로부터 물려받은 재산이 없어 이번 소송이 무의미하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이맹희 명예회장은 삼성그룹 이병철 창업주의 장남으로 부인 손복남 고문과 사이에 이미경 부회장과 이재현 회장, 이재환 재산커뮤니케이션즈 대표 등 3남매를 뒀다.
이씨는 이 명예회장이 1964년 당시 여배우와 동거해 낳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씨는 2004년 친자확인소송을 내 2006년 대법원으로부터 이 명예회장의 친자로 인정받았다.
국내 재벌그룹에서 혼외자 관련 스캔들은 과거에도 재계 안팎에서 숱하게 나돌았다. 대개 루머에 그치는 경우가 많았지만 친자확인이나 상속소송 등을 통해 확인된 경우도 적지 않았다.
최근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지난해 말 혼외자로 딸을 두고 있다는 사실을 자진고백해 재계에 충격을 던지기도 했다.
과거 삼성그룹 창업주인 이병철 회장이 일본인 여성과 낳은 혼외자 이태휘씨가 삼성가 상속소송에서 이름이 언급된 일도 있다. 코오롱그룹 창업주 이원만 회장의 혼외자 이모씨도 상속소송을 제기해 법적다툼을 벌인 적이 있다.
태광그룹의 경우 이임용 창업주의 친자로 확인된 이유진씨가 부친의 차명재산 중 상속분을 돌려달라고 소송을 내 이복형인 이호진 전 회장과 법적 다툼을 벌이기도 했다.
이씨는 친자확인 소송을 거쳐 이 창업주의 친자로 인정받은 뒤 상속회복 청구소송을 내 2005년 135억여 원을 뒤늦게 상속했다.
하지만 그뒤 태광그룹세무조사와 검찰수사 과정에서 이 창업주의 차명주식 등 상속에서 제외됐던 재산이 드러나자 그에 대한 상속분을 요구하며 이호진 전 회장을 상대로 다시 소송을 냈다.
법조계에 따르면 혼외자는 원칙적으로 부모의 재산을 상속받을 권리가 없다. 그러나 혼외자가 법적으로 친자관계를 인정받은 경우 혼인기간 중 출생한 자녀들과 동등한 상속권을 갖는다.
CJ그룹의 경우 이씨는 2006년 친자관계를 인정받은 만큼 법적으로 상속권을 주장할 수 있다.
하지만 이재현 회장 등이 이 명예회장으로부터 물려받는 재산의 범위를 놓고 법정에서 논란이 예상된다.
CJ그룹은 1993년 삼성그룹에서 따로 떨어져 나왔다. 이 명예회장은 동생인 이건희 회장과 경영권 상속 경쟁에서 밀려나 ‘비운의 황태자’로 불리며 해외를 떠돌면서 사실상 낭인이나 다름없는 생애를 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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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맹희 CJ그룹 명예회장. |
CJ그룹은 이재현 회장의 모친인 손복남 고문이 당시 보유하고 있던 안국화재 주식을 이건희 회장이 보유하던 제일제당 주식과 맞교환하면서 제일제당을 독립경영한 것이 모태가 됐다.
CJ그룹은 이런 과정을 거쳐 1996년 삼성그룹으로부터 완전히 분리됐다. 이 명예회장이 남긴 유류분이 없다고 CJ그룹 측이 주장하는 이유다.
이 명예회장은 지난해 사망한 뒤 200억 원 가량의 채무를 남긴 것으로 최근 확인됐다. 이재현 회장 등 유가족들은 올해 1월 한정상속승인을 신청해 이 명예회장이 남긴 채무에 대한 책임을 면제받았다.
반면 혼외자인 이씨는 이 명예회장의 자산 1억여 원과 채무 32억여 원을 그대로 상속했다. 상속을 포기하면 향후 유류분 소송을 낼 수 없는 점을 고려한 것으로 풀이된다. 상속을 포기하면 상속인이 아니므로 유류분 반환청구소송을 낼 수 없다.
이 때문에 이씨 측은 현재 2억100원을 청구액으로 했지만 이재현 회장 등 3남매의 재산과 유류분 계산법에 따라 청구금액을 2천 억∼3천억 원까지 키울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씨 측은 이재현 회장 등이 현재 3조 원이 넘는 자산을 보유하게 된 과정에 '아버지의 유산'도 상당부분 기여했다고 주장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수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