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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과산업
한국기업인가 일본기업인가, 롯데그룹의 정체성 논란 확산
롯데그룹 오너 일가 한국어 몰라, 일본어로 인터뷰...신선호 "너무 섭섭한 일"
김수정 기자 hallow21@businesspost.co.kr | 입력 : 2015-08-03 15:54:22

   
▲ (왼쪽부터)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

“롯데마트, 롯데리아, 롯데백화점, 롯데하이마트, 롯데제과, 롯데칠성, 롯데호텔.”

롯데그룹에 포진한 핵심 계열사들이다. 롯데그룹은 소비재 내수시장을 발판으로 성장했다.

롯데그룹 총수 일가의 경영권 다툼이 막장 재벌드라마를 방불케하는 폭로전 양상을 띠면서 롯데그룹 이미지 실추는 물론이고 매출에도 실질적 타격을 입힐 것으로 예상된다.

폭발적 흥행세를 보이고 있는 영화 ‘암살’에 일본 A급 전범 시게미츠 마모루가 잠시 화면에 비친다. 그는 일본제국의 마지막 외무대신인데 1932년 윤봉길 의사가 상하이 홍커우 공원에서 투척한 폭탄으로 오른쪽 다리를 잃은 인물이다.

시게미츠 마모루는 최근 영화 바깥에서도 화제가 되고 있다. 그가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 부인인 시게미츠 하츠코씨의 외삼촌이라는 소문이 돌았기 때문이다.

공교롭게도 신 총괄회장의 창씨개명한 일본명도 시게미츠 다케오였다. 롯데그룹은 하츠코씨의 외가가 A급 전범과 관련이 없다고 해명했다.

롯데그룹은 한국과 일본에 걸쳐 사업을 영위해 왔다. 신동주 전 일본롯데홀딩스 부회장과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형제간 다툼이 터지면서 롯데그룹의 정체성을 둘러싼 논란도 갈수록 커지고 있다.

롯데그룹이 일본기업이라는 이미지가 덧씌워져 반일본 정서에 기반한 반감이 더욱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신 전 부회장은 이번 사태와 관련 최근 KBS와 인터뷰를 일본어로 진행했다. 신 전 부회장이 일본에서 태어나고 자랐으며 일본인 국적을 소유한 사실도 확실히 각인됐다.

뒤이어 공개한 동영상에서도 신 전 부회장과 신 총괄회장이 나눈 부자간 대화도 일본어 일색이었다. 신 전 부회장측이 공개한 해임지시서 서명난은 신격호라는 이름 대신 시게미츠 다케오가 쓰여있었다.

신 전 부회장은 방송인터뷰 뒤 이번 사태와 무관하게 '한국어를 못한다'는 비난여론으로 뭇매를 맞았다.

그는 “일본에서 태어나 교육을 받고 한국어를 공부하기도 했지만 일이 바빠서 잊었다”면서 서툰 한국어로 “궁민 여러분 재손하무니다(국민 여러분 죄송합니다)”라고 사과했다.

한국 롯데그룹을 10년 가까이 이끌어온 신동빈 회장 역시 신 전 부회장보다 나은 수준이긴 하지만 마찬가지로 한국어에 능통하지 못하다. 신 회장은 한국 국적 소지자이긴 하나 부인은 일본인이다.

신 회장은 일본에서 나고 자란 점은 형인 신 전 부회장과 같다. 그는 일본과 한국의 이중국적을 유지해 병역을 면제받은 뒤 한국 롯데그룹 경영에 뛰어들면서 일본국적을 포기했다.

신동빈 회장은 3일 일본에서 귀국해 공항에서 대국민 사과했다. 그는 롯데그룹이 일본기업인가라는 기자들의 질문에 “한국기업”이라고 잘라 말한 뒤 “95% 매출이 우리나라에서 이뤄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롯데그룹의 형제 다툼은 그 자체로도 충격을 던지고 있지만 국내 재계순위 5위 롯데그룹 총수 일가에 대한 국민적 반감도 크게 키우고 있다. 베일에 싸여 있던 롯데그룹 총수일가의 민낯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신동주 신동빈의 형제싸움은 '히로유키(신동주) 대 아키오(신동빈)'의 싸움인 것이다.

롯데그룹의 정체성 논란이 확산되자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의 동생인 신선호 일본 산사스 회장은 3일 롯데호텔에서 기자를 만나  "너무나 섭섭한 일"이라고 진화에 나섰다. 그는 신동주 전 부회장에 대해 "한국을 아주 좋아하고 능력있는 사람"이라고 옹호했다. 

   
▲ 신선호 일본 산사스 회장.
신 사장은  "반세기에 걸쳐서 우리나라를 위해서 노력해왔음에도 불구하고, 그렇게 얘기(롯데 국적논란) 하는 것은 너무나 섭섭한 일"이라며 "많은 돈을 일본에서 벌어서 한국에 투자했고 벌어왔는데 한국 돈을 일본으로 가져가는 것처럼 말을 하고있다"며 안타까움을 나타냈다.

신 총괄회장은 ‘기업보국’을 창업이념으로 삼아 온 국내 재계 1세대 기업인이다. ‘수신제가평천하’라는 유교적 정서가 강한 국내에서 신 총괄회장이 자식들을 제대로 가르치지 않았다는 비판이 적지 않다.

롯데그룹의 지배구조도 도마위에 오르고 있다. 최상단인 광윤사라는 일본 소재 소기업이 일본 롯데홀딩스를 통해 한국 롯데그룹의 수많은 계열사들을 거느리는 형국이기 때문이다.

한국 롯데그룹은 일본 롯데그룹에 비해 사업규모가 20배 가량 크다. 진위야 어떻든 롯데그룹이 한국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막대한 돈을 벌어 일본으로 가져간다는 이미지가 확대재생산되고 있다.

이번 8월15일은 광복 70주년을 맞는 해이기도 하다.

아베 신조 일본총리의 극우성향 발언 등으로 대일본 정서가 불편한 상황에서 롯데그룹의 이번 사태를 바라보는 국민적 시선이 고울 리 없다. 인터넷포털사이트 게시판이나 SNS 등을 타고 롯데제품 불매운동 움직임까지 나타나고 있다.

서청원 새누리당 최고위원은 3일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국민 삶에 가장 밀접한 기업으로, 당연히 국민으로부터 큰 혜택을 본 국민기업이라 말할 수 있다”며 “그러나 후진적 지배구조, 오너 일가의 정체성과 가풍 모두 우리 국민의 상식과 거리가 멀다”고 롯데그룹의 이번 사태를 비난했다.

정선섭 재벌닷컴 대표도 이날 롯데그룹의 정체성에 대해 “지배구조를 보면 일본에 있는 일본 롯데홀딩스가 한국롯데를 지배하고 있고, 한국롯데가 국내 계열사를 지배하는 형태로 되어 있다”며 “주인은 일본 기업이고 또 돈을 버는 곳, 일하는 곳은 한국기업”이라고 지적했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롯데그룹은 한국에서 벌어들인 이익을 한국에 재투자하는 등 국내 경제발전에 기여한다고 주장해 왔으나 베일에 싸여있던 오너 일가가 한국어조차 못하는 사실상 일본인이나 다름없다는 사실이 만천하에 알려지면서 국민들 사이에 거부감이 급속도로 확산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후계구도가 어느쪽으로 결말이 나든 한국 롯데그룹이 이미지와 매출타격 등으로 입을 피해는 예상보다 훨씬 클 것으로 보여 걱정”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수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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