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시장은 글로벌 SPA 브랜드의 격전장이다.
H&M은 지난해 한국에서 매장 6개를 추가로 열었다. H&M이 2009년 국내에 진출한 뒤로 매년 평균적으로 3개 매장을 열어온 점을 감안하면 적극적인 확장을 꾀한 셈이다. 하지만 한국에서 H&M의 성장은 더딘 편이다. H&M은 독일에서 424개 매장, 이탈리아 200개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H&M은 한국에서 이제 21개 매장을 열었을 뿐이다. H&M이 한국에서 고전하는 것은 현지화에 실패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H&M은 한국 소비자들이 보수적이고 점잖은 디자인을 선호하는 데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못했다는 지적을 받는다. H&M은 경쟁 SPA 브랜드에 비해 화려하고 독특한 디자인에 차별점을 두고 있다. 유니클로보다 디자인이 파격적이면서도 자라보다 가격이 저렴한 제품이 많다. H&M은 미국을 비롯한 세계 10~20대 젊은층에게 큰 인기를 누렸기 때문에 한국에서도 H&M의 차별점을 그대로 이식해 공략하려고 했다. 하지만 국내 젊은층에게 H&M의 디자인은 부담스럽게 비춰진 것으로 보인다. 의류업계의 한 관계자는 “국내 소비자의 취향에 대한 철저한 분석이 이뤄져야만 치열한 SPA브랜드 경쟁에서 이길 수 있다”며 “H&M은 한국지사를 직접 운영했는데도 현지화 전략에 미흡했다”고 말했다. H&M은 뒤늦게 대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 H&M은 지난해 10월 고급 브랜드인 ‘코스’와 스포츠 의류 브랜드인 ‘H&M 스포츠’를 국내에 출시하며 이미지 변신을 꾀하고 있다. ◆ 망고, 매장철수 악순환 스페인 SPA 브랜드인 망고도 유니클로나 자라와 비슷한 시기에 한국시장에 진출했지만 이제 사업을 축소하고 있다. 망고는 현재 국내 매장수가 9개에 불과하다. 망고는 2009년 제일모직과 손잡고 한국시장에 진출했지만 제일모직이 자체 SPA 브랜드인 '에잇세컨즈'를 준비하면서 3년 만에 계약관계를 청산했다.
망고는 지난해 서울 영등포 타임스퀘어에 있던 대규모 매장을 정리하고 명동 1호점도 문을 닫았다. 명동 1호점 자리는 이랜드의 SPA 브랜드인 '스파오'에게 넘어갔다. 명동 1호점은 제일모직과 함께 3층 규모로 국내에 처음 세워져 초반에 망고 인기몰이에 성공했던 상징적 건물이다. 망고는 명동 눈스퀘어 매장도 경쟁업체인 자라에게 내줬다. 망고는 독특한 디자인 탓에 국내 소비자들 눈높이를 맞추지 못한 데다 매장까지 줄면서 한국 소비자에게 확실히 자리잡는 데 실패했다. 망고는 지난해 10월 여성용 가죽부츠에서 알레르기 유발물질이 나와 한국소비자원으로부터 제품회수와 환급조치 명령을 받기도 했다. 당시 망고는 고객센터를 제대로 운영하지 못해 서비스에 민감한 한국 소비자들의 불만을 샀다. 망고는 지난해 12월 글로벌 SPA 브랜드로 처음으로 한국 오픈마켓인 G마켓에 입점했다. 한국에서 오프라인 시장진입에 실패하자 온라인으로 판매를 확대해보려는 고육책인 셈이다. [비즈니스포스트 이계원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