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확장현실기기 '무한', 안드로이드 확장성으로 애플·메타 뛰어넘을까

▲ 12일(현지시각) 미국 뉴욕 구글 캠퍼스에서 열린 'XR 언락' 행사에서 삼성전자, 구글, 퀄컴이 공동 개발한 확장현실(XR)기기 '무한'을 구글 직원이 시연해 보이고 있다. <빌라왈 시두 엑스>

[비즈니스포스트] 삼성전자, 구글, 퀄컴이 새로운 확장현실(XR) 기기로 애플과 메타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하드웨어, 소프트웨어, 반도체(AP)에서 업계 선두를 달리는 3개 기업이 힘을 합쳐 내년 XR 시장에 반향을 일으킬지 주목된다.

특히 애플과 메타와 비교해 서드파티(협력사) 확장성이 큰 구글 안드로이드 운영체제(OS)와 인공지능(AI) 적용으로 경쟁력을 끌어올릴 것이란 평가가 나온다.

삼성전자는 애플의 XR기기 '비전프로' 실패를 반면교사 삼아 기기의 가격, 성능 등을 개선한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전자는 12일(현지시각) 미국 뉴욕 구글 캠퍼스에서 열린 'XR 언락' 행사에서 구글, 퀄컴과 협력해 개발한 XR 기기 ‘프로젝트 무한’을 공개했다. 

삼성전자가 2023년 갤럭시 언팩 행사부터 개발 중이라고 언급해온 XR 기기는 내년 헤드셋과 스마트 글라스(안경) 형태로 출시될 전망이다. 

블룸버그의 마크 거먼 분석가는 삼성전자의 ‘무한 XR 기기’를 사용한 뒤 “매우 인상적”이라며 “이 헤드셋은 애플 비전프로가 더 빠르게 진화해야 한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삼성전자의 XR 기기는 AI와 운영체제, 다양한 응용 앱에서 애플과 메타에 앞설 것으로 보인다.

애플은 올해 1월 XR 헤드셋 '비전프로'를, 메타는 지난 9월 XR 글라스 '오라이온' 시제품을 공개했다.

아직 두 제품 모두 AI 적용이 확실치 않다.
 
삼성전자 확장현실기기 '무한', 안드로이드 확장성으로 애플·메타 뛰어넘을까

▲ 삼성전자가 12일 미국 뉴욕 구글 캠퍼스에서 열린 'XR 언락' 행사에서 공개한 확장현실(XR) 기기 '프로젝트 무한' 렌더링 이미지. <삼성전자> 


삼성전자와 구글, 퀄컴은 새로운 XR 기기에 구글의 AI ‘제미나이’와 공동 개발한 멀티모달 AI 기반 안드로이드 XR 운영체제를 적용한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이날 CSS인사이트 수석 분석가 레오 가비를 인용해 “애플이 아직 비전프로에 애플인텔리전스(AI)를 약속하지 않았고, 메타는 호라이즌 OS의 AI 기능에 언급하지 않았다”며 “이런 측면에서 (세 기업은) 경쟁사보다 오히려 빠른 출발을 했다”고 분석했다.

삼성전자의 새 XR 기기 사용자는 구글 제미나이를 통해 대화 방식으로 정보를 탐색할 수 있고, 맞춤형 응답을 제공하는 AI 에이전트 기능을 사용할 수 있다. 키보드 사용이 어려운 XR 사용 환경에서 AI 에이전트는 XR기기를 기존 스마트폰을 대체하는 정보기기가 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안드로이드 기반의 다양한 XR 애플리케이션생태계도 XR기기 '무한'의 경쟁력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부족한 확장성이 애플 비전프로 실패의 원인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궈밍치 대만 TF인터내셔널 연구원은 “애플 비전프로가 고객과 장벽이 생긴 것은 단순히 가격과 무게 문제 외에도 사용할만한 앱이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최원준 삼성전자 MX사업부 부사장은 “안드로이드 XR 플랫폼은 뛰어난 확장성과 함께 다양한 폼팩터에 적용될 수 있다”며 “끊임없이 확장되는 에코시스템과 폭넓은 콘텐츠로 사용자에 풍요로운 경험을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 측은 기기 출시에 맞춰 XR에 특화한 앱과 게임, 콘텐츠 등을 공개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다양한 서드파티 앱·서비스 콘텐츠를 확보해 플랫폼 규모를 확장을 계획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XR 기기 시장 확대의 가장 큰 걸림돌로 작용한 가격도 상당히 낮출 것으로 예상된다. 

마크 거먼 블룸버그 분석가는 “가격은 XR기기 시장의 높은 진입 장벽이었으며, 삼성전자는 이를 알고 있다”며 “삼성전자는 고객이 지불하기 편안할 가격대를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애플 비전프로는 지난 11월 한국 가격 기준으로 499만 원에서 559만 원에 판매된다. 메타 역시 ‘메타 퀘스트3’ 후속 XR기기를 준비했지만, 가격을 맞추지 못해 개발을 중단한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전자 확장현실기기 '무한', 안드로이드 확장성으로 애플·메타 뛰어넘을까

▲ 최원준 삼성전자 MX사업부 부사장이 12일(현지시각) 미국 뉴욕 구글 캠퍼스에서 진행된 'XR 언락' 행사에서 사미르 사맛 구글 안드로이드 에코시스템 부문 사장과 악수하고 있다. <삼성전자>


시장조사업체 IDC에 따르면 미국에서 비전프로는 올해 2분기까지 17만대가 판매되는데 그쳤다. 애플의 판매 예상치인 30~40만 대에 크게 못 미치는 수준이다. 미국 IT매체 디인포메이션에 따르면 애플은 올해 이후 비전프로 생산을 중단할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삼성전자의 XR기기 무한은 우선 헤드셋 형태로 공개됐지만, 메타의 ‘오라이언’과 같은 안경 형태의 XR기기도 조만간 공개할 것으로 예상된다.

구글 측은 소규모 이용자 그룹을 대상으로 안드로이드 XR을 실행하는 XR 안경 시제품 테스트를 곧 시작한다고 밝혔다. XR 안경 제작을 위한 협력사는 공개하지 않았지만, 이 역시 삼성전자와 협력할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전자와 구글의 XR 안경 출시는 메타의 오라이언보다 더 빠를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메타는 지난 9월 오라이언을 공개하면서 2년 내 제품을 출시할 게획이라고 밝혔다. 

삼성전자는 이르면 내년 1월 XR 기기의 실물을 공개할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 안드로이드어쏘리티 등 외신은 내년 1월 갤럭시S25 시리즈 언팩 행사에서 XR기기 무한이 함께 선보일 것으로 예상했다. 매체는 이어 헤드셋 형태의 무한이 실제 판매되는 시기는 내년 하반기가 될 것으로 측했다. 김호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