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국내 대형 게임사들을 중심으로 자사의 지식재산권(IP)을 지키려는 법적 분쟁이 잇따르고 있다.
게임의 저작권은 비교적 느슨하게 적용돼왔지만, 최근 법원 판결 등에서 게임 저작권을 적극 인정해주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 이에 따라 게임 표절 시비를 둘러싼 게임사 간 저작권 소송 신경전이 더 격화하고 있다.
소송 결과가 향후 게임 저작권에 대한 중요한 선례가 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비슷한 표절 의혹으로 소송을 당한 게임사들은 바짝 긴장하며 재판 결과에 주목하고 있다.
11일 게임업계에 따르면 지난 10일 넥슨과 아이언메이스는 '다크앤다커'의 저작권 침해 소송 최종 변론기일을 맞아 치열한 법적 공방을 벌였다.
아이언메이스는 넥슨 출신 개발자들을 주축으로 설립된 신생 기업이다. 이들이 넥슨에서 개발하던 ‘P3 프로젝트’들의 핵심 요소들을 빼돌려 다크앤다커를 개발했는지가 분쟁의 관건이 될 전망이다.
지난 5월 1차 변론에서 넥슨은 두 게임이 유사한 게임이고, 개발 중이던 프로젝트를 빼돌린 결과 ‘다크앤다커’ 출시가 빠르게 이뤄졌다고 주장했다. 반대로 아이언메이스 측은 영업비밀을 사용하지 않았으며, 저작권 침해와 부정 경쟁을 한 사실이 없다고 반박했다.
7월에 열린 2차 변론에선 ‘다크앤다커’와 ‘P3 프로젝트’가 장르적 유사성이 있는지를 두고 다퉜다. 마지막으로 열린 이달 10일 3차 변론에서도 실질적 유사성을 두고 대립하면서 팽팽한 입장차를 보였다.
넥슨 측은 “본 사건이 창작을 기반으로 하는 모든 콘텐츠 업계의 생태계와 건전한 경쟁 문화를 훼손하는 중대한 사안으로 보고 매우 엄중하게 소송에 임하고 있다”며 “부정행위가 반복되지 않고 공정한 경쟁 환경이 보장될 수 있도록 그에 부합하는 판결이 내려지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날 최종 변론을 마무리한 뒤, 민사소송 사건을 병합해 오는 10월24일 1심 판결 선고를 내릴 예정이다.
향후 재판 결과에 따라 게임 업계에 미칠 여파가 클 것으로 보인다. 넥슨이 승소할 경우 아이언메이스는 다크앤다커로 거둔 일부 수익을 포함해 배상금을 넥슨 측에 지급해야 한다.
소송이 길어지는 가운데 아이언메이스는 다크앤다커를 지난 6월 게임플랫폼 스팀에 재출시했다. 여기에 크래프톤도 다크앤다커 지식재산권(IP)을 활용한 모바일 게임 ‘다크앤다커 모바일’을 연내 출시할 예정이어서 재판 결과에 시선이 쏠린다.
엔씨소프트의 리니지 지식재산권(IP)을 지키기 위한 법정 싸움도 격화하고 있다.
엔씨소프트는 ‘리니지라이크’(리니지와 비슷한) 게임 중에서 리니지와 유사성이 심한 경우 관용을 베풀지 않고 법적 대응한다는 원칙을 세우고 있다.
전자 공시에 따르면 엔씨소프트는 웹젠을 상대로 지난 9일 ‘R2M’의 서비스 중단과 600억 원의 배상금 지급을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이번 소송은 엔씨소프트가 지난 2021년 웹젠이 ‘R2M’이 ‘리니지M’을 모방했다며 웹젠을 상대로 낸 소송의 연장선이다.
1심에서 엔씨소프트가 낸 저작권 침해 주장은 기각됐지만, 부정경쟁방지법 위반은 인정되면서 사실상 승소했다는 평가가 나왔다. 다만 웹젠은 1심 결과에서 저작권 침해 주장이 기각되면서 표절 인정이 아니라는 입장을 밝히며, R2M 서비스를 이어가고 있다.
엔씨소프트는 1심 승소에도 R2M 서비스가 이어지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며, 서비스 중단과 배상금 지급을 청구했다. 12일에는 2심의 두 번째 변론기일이 열린다.
엔씨소프트가 리니지라이크 게임들을 두고 소송전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이번 소송이 엔씨소프트의 리니지 IP와 관련한 첫 저작권 판결이다. 배상금 규모 등이 확정될 경우 향후 유사한 소송 등에 지표로 작용할 예정인 만큼, 업계의 비상한 관심을 끌고 있다.
유사성 수준 차이에 따라 판결이 다르게 내려지겠지만, 엔씨소프트의 동일 IP를 표절한 의혹으로 소송을 벌이는 만큼, 이번 소송 결과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엔씨소프트는 앞서 ‘아키에이지워’ 개발사인 엑스엘게임즈, 배급사 카카오게임즈를 상대로 비슷한 저작권침해 소송을 제기했다. 또 레드랩게임즈가 개발한 ‘롬’을 두고도 이를 서비스한 카카오게임즈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이처럼 표절 소송전이 잇달아 벌어지는 것은 게임업계 내 IP의 중요성이 점차 커지고 있는 가운데 최근 게임 저작권에 대한 법조계의 판결 기조가 바뀌고 있기 때문이다.
그간 국내 게임 표절 소송에서 법원이 저작권 침해를 인정한 경우는 거의 없었는데, 2019년 대법원이 게임 규칙과 시나리오를 저작권으로 인정한 판결 사례가 나오면서 인식이 점차 바뀌고 있다.
당시 대법원은 ‘팜히어로사가’ 개발사 킹닷컴이 홍콩 게임 ‘포레스트매니아’의 국내 유통을 맡은 아보카도엔터테인먼트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원고 측 손을 들어줬다. 당시 대법원은 게임이 복합 저작물을 성격을 가진 저작물으로 인정했다.
이후 2022년 웹젠이 뮤 IP를 두고 중국 게임사 유주게임즈와 저작권 침해소송에서 승소했고, 2023년 엔씨소프트가 웹젠과 저작권 소송에서 승소 판결을 받는 등 승소 판례가 나오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법원이 게임을 두고 소스코드나 원화 등 가시적 결과물 뿐 아니라, 게임규칙이나 게임 요소들의 배열 등 아이디어에 대한 침해 가능성도 인정하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정희경 기자
게임의 저작권은 비교적 느슨하게 적용돼왔지만, 최근 법원 판결 등에서 게임 저작권을 적극 인정해주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 이에 따라 게임 표절 시비를 둘러싼 게임사 간 저작권 소송 신경전이 더 격화하고 있다.
▲ 아이언메이스의 '다크앤다커' 이미지. <아이언메이스>
소송 결과가 향후 게임 저작권에 대한 중요한 선례가 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비슷한 표절 의혹으로 소송을 당한 게임사들은 바짝 긴장하며 재판 결과에 주목하고 있다.
11일 게임업계에 따르면 지난 10일 넥슨과 아이언메이스는 '다크앤다커'의 저작권 침해 소송 최종 변론기일을 맞아 치열한 법적 공방을 벌였다.
아이언메이스는 넥슨 출신 개발자들을 주축으로 설립된 신생 기업이다. 이들이 넥슨에서 개발하던 ‘P3 프로젝트’들의 핵심 요소들을 빼돌려 다크앤다커를 개발했는지가 분쟁의 관건이 될 전망이다.
지난 5월 1차 변론에서 넥슨은 두 게임이 유사한 게임이고, 개발 중이던 프로젝트를 빼돌린 결과 ‘다크앤다커’ 출시가 빠르게 이뤄졌다고 주장했다. 반대로 아이언메이스 측은 영업비밀을 사용하지 않았으며, 저작권 침해와 부정 경쟁을 한 사실이 없다고 반박했다.
7월에 열린 2차 변론에선 ‘다크앤다커’와 ‘P3 프로젝트’가 장르적 유사성이 있는지를 두고 다퉜다. 마지막으로 열린 이달 10일 3차 변론에서도 실질적 유사성을 두고 대립하면서 팽팽한 입장차를 보였다.
넥슨 측은 “본 사건이 창작을 기반으로 하는 모든 콘텐츠 업계의 생태계와 건전한 경쟁 문화를 훼손하는 중대한 사안으로 보고 매우 엄중하게 소송에 임하고 있다”며 “부정행위가 반복되지 않고 공정한 경쟁 환경이 보장될 수 있도록 그에 부합하는 판결이 내려지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날 최종 변론을 마무리한 뒤, 민사소송 사건을 병합해 오는 10월24일 1심 판결 선고를 내릴 예정이다.
향후 재판 결과에 따라 게임 업계에 미칠 여파가 클 것으로 보인다. 넥슨이 승소할 경우 아이언메이스는 다크앤다커로 거둔 일부 수익을 포함해 배상금을 넥슨 측에 지급해야 한다.
소송이 길어지는 가운데 아이언메이스는 다크앤다커를 지난 6월 게임플랫폼 스팀에 재출시했다. 여기에 크래프톤도 다크앤다커 지식재산권(IP)을 활용한 모바일 게임 ‘다크앤다커 모바일’을 연내 출시할 예정이어서 재판 결과에 시선이 쏠린다.
▲ 엔씨소프트의 '리니지M' 이미지. <엔씨소프트>
엔씨소프트의 리니지 지식재산권(IP)을 지키기 위한 법정 싸움도 격화하고 있다.
엔씨소프트는 ‘리니지라이크’(리니지와 비슷한) 게임 중에서 리니지와 유사성이 심한 경우 관용을 베풀지 않고 법적 대응한다는 원칙을 세우고 있다.
전자 공시에 따르면 엔씨소프트는 웹젠을 상대로 지난 9일 ‘R2M’의 서비스 중단과 600억 원의 배상금 지급을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이번 소송은 엔씨소프트가 지난 2021년 웹젠이 ‘R2M’이 ‘리니지M’을 모방했다며 웹젠을 상대로 낸 소송의 연장선이다.
1심에서 엔씨소프트가 낸 저작권 침해 주장은 기각됐지만, 부정경쟁방지법 위반은 인정되면서 사실상 승소했다는 평가가 나왔다. 다만 웹젠은 1심 결과에서 저작권 침해 주장이 기각되면서 표절 인정이 아니라는 입장을 밝히며, R2M 서비스를 이어가고 있다.
엔씨소프트는 1심 승소에도 R2M 서비스가 이어지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며, 서비스 중단과 배상금 지급을 청구했다. 12일에는 2심의 두 번째 변론기일이 열린다.
엔씨소프트가 리니지라이크 게임들을 두고 소송전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이번 소송이 엔씨소프트의 리니지 IP와 관련한 첫 저작권 판결이다. 배상금 규모 등이 확정될 경우 향후 유사한 소송 등에 지표로 작용할 예정인 만큼, 업계의 비상한 관심을 끌고 있다.
유사성 수준 차이에 따라 판결이 다르게 내려지겠지만, 엔씨소프트의 동일 IP를 표절한 의혹으로 소송을 벌이는 만큼, 이번 소송 결과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엔씨소프트는 앞서 ‘아키에이지워’ 개발사인 엑스엘게임즈, 배급사 카카오게임즈를 상대로 비슷한 저작권침해 소송을 제기했다. 또 레드랩게임즈가 개발한 ‘롬’을 두고도 이를 서비스한 카카오게임즈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이처럼 표절 소송전이 잇달아 벌어지는 것은 게임업계 내 IP의 중요성이 점차 커지고 있는 가운데 최근 게임 저작권에 대한 법조계의 판결 기조가 바뀌고 있기 때문이다.
그간 국내 게임 표절 소송에서 법원이 저작권 침해를 인정한 경우는 거의 없었는데, 2019년 대법원이 게임 규칙과 시나리오를 저작권으로 인정한 판결 사례가 나오면서 인식이 점차 바뀌고 있다.
당시 대법원은 ‘팜히어로사가’ 개발사 킹닷컴이 홍콩 게임 ‘포레스트매니아’의 국내 유통을 맡은 아보카도엔터테인먼트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원고 측 손을 들어줬다. 당시 대법원은 게임이 복합 저작물을 성격을 가진 저작물으로 인정했다.
이후 2022년 웹젠이 뮤 IP를 두고 중국 게임사 유주게임즈와 저작권 침해소송에서 승소했고, 2023년 엔씨소프트가 웹젠과 저작권 소송에서 승소 판결을 받는 등 승소 판례가 나오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법원이 게임을 두고 소스코드나 원화 등 가시적 결과물 뿐 아니라, 게임규칙이나 게임 요소들의 배열 등 아이디어에 대한 침해 가능성도 인정하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정희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