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감에 나온 4대 시중은행장, 내부통제 질의와 답변에 미묘한 온도차

▲ (왼쪽부터) 진옥동 신한은행장, 이재근 KB국민은행장, 임동순 NH농협은행 수석부행장, 박성호 하나은행장, 이원덕 우리은행장이 11일 열린 금융감독원 국정감사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비즈니스포스트]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출석한 4대 시중은행장들이 의원들의 내부통제 관련 질의에 답변하면서 미묘한 온도 차이를 보였다.

은행권 평균 수준보다 횡령사고가 적으면 은행장들의 답변과 표정이 비교적 떳떳했지만 그렇지 않은 은행장은 고개를 들지 못했다.

박성호 하나은행장은 내부통제에 앞으로 관심을 더 보이고 노력하겠다면서도 자체 적발이 강화되며 횡령 금액이 계속 줄었다는 점을 강조했다.

반면 이원덕 우리은행장은 4대 시중은행장 가운데 ‘죄송하다’는 말을 가장 많이 입에 올렸다.

11일 금융감독원 대상으로 열린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는 이재근 KB국민은행장과 진옥동 신한은행장, 박성호 하나은행장, 이원덕 우리은행장 등이 증인으로 출석했다. 

권준학 NH농협은행장도 증인으로 채택됐으나 코로나19 확진으로 불출석했다. 대신 임동순 NH농협은행 수석부행장이 참석했다.

시중은행장이 국감장으로 소환된 건 2017년 이후 5년 만이다. 2017년에는 함영주 당시 KEB하나은행장과 이경섭 NH농협은행장이 각각 금융위원회 국감과 공정거래위원회 국감 증인으로 출석했다.

예상대로 5대 시중은행 모두를 향해 내부통제 강화와 횡령 등 금융사고 재발방지 대책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이미 어느 정도는 예상된 질문이었던 만큼 은행장들의 발언에는 막힘이 없었다. 발언은 임동순 NH농협은행 수석부행장, 이원덕 우리은행장, 박성호 하나은행장, 이재근 KB국민은행장, 진옥동 신한은행장 순서대로 이어졌다. 

권준학 NH농협은행장 대신 출석한 임동순 NH농협은행 수석부행장은 오히려 최고경영자가 아니라서 그런지 구체적이고 실무적인 답변만 내놨다. 그는 “내부통제 강화를 위해 현장점검을 두 배 정도로 늘린 상태이고 데이터를 바탕으로 지점별 위험도를 구분해 감독 체계를 강화하는 방안을 생각해두고 있다”고 말했다.

반대로 이원덕 우리은행장은 대규모 횡령사고에 대해 가장 먼저 사과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 행장은 이날 국감 내내 긴장한 듯한 모습을 보였다.

이 행장은 “이 자리를 빌어서 다시 한번 정말 심려 끼쳐드려서 죄송하다는 말씀드리고 싶다”며 “우리은행이 각고의 노력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박성호 하나은행장과 이재근 KB국민은행장은 다른 은행과 비교해 횡령사고가 적었다는 점을 오히려 강조했다. 

박 행장은 하나은행에서도 횡령사고가 있었다는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5년 동안 적발한 18건 횡령사고 가운데 15건은 자체 적발한 것이고 횡령 금액도 계속 줄었다”고 설명했다. 

이재근 행장도 “횡령사고 관련해서는 하나은행장이 상대적으로 적다고 했는데 국민은행도 적다”고 운을 뗀 뒤 횡령사고 사전예방에 힘쓰겠다고 말했다.

진옥동 신한은행장은 횡령사고에서 직업윤리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금융인으로서 가장 중요한 게 직업윤리다”며 “이 부분이 약화하고 있는 점에서 CEO의 의식이 중요하다고 느끼며 일벌백계의 자세로 분위기를 잡아가겠다”고 말했다.

이날 유일한 국감 유경험자였던 박성호 하나은행장은 예상치 못했던 질문에도 침착하게 대응하며 눈길을 끌기도 했다.

오기형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추가 질의시간에 론스타 사태에서 하나금융지주의 책임 문제를 묻자 “그런 결과가 나온 데 국민의 한 사람으로 안타깝게 생각하지만 현재 정부가 취소 소송을 진행하려는 상황에서 의견을 표명하는 것은 자중해야 할 것으로 생각된다”며 곤란한 질문을 넘어갔다.

박성호 하나은행장과 이원덕 우리은행장은 2019년 파생결합증권(DLS) 사태와 관련해 오기형 의원에게 둘만 따로 내부통제 관련 질문을 받기도 했는데 이때에도 박 행장은 막힘없이 답변을 이어갔다. 

오 의원은 각 회사 이사회에서 내부통제를 점검하는지, 어떤 이사가 내부통제를 책임지는지, 성과평가지표에 내부통제시스템 준수 여부를 반영하는지 등 3가지를 물어봤다. 

박 행장은 “사모펀드 사태가 일어난 뒤로 내부통제 책임자가 누구인지 다소 이견이 있었던 부분을 금감원이 가이드를 줬고 내부통제 원칙에 따라 대표이사가 이사회에 연 1회 이상 보고 하고 또 대표이사가 관리하고 있다”고 대답했다. 

이 행장도 “이사회에서 내부통제 위원회를 운영하고 있으며 소비자 이익을 침해할 수 있는지를 소비자부행장이 점검해 성과평가지표에 반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차화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