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왼쪽부터) 김용환 현대자동차 부회장과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이재웅 쏘카 대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 문재인 대통령 방북 남측 경제인 특별수행단 일원들이 20일 백두산 천지를 배경으로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평양사진공동취재단> |
김용환 현대자동차 부회장에게는 ‘책사형 부회장’이라는 말이 따라붙는다.
현대차에서 기획을 담당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윤여철 양웅철 권문식 등 다른 현대차 부회장들과 비교해 대외적으로 노출을 삼갈 정도로 '몸을 낮추는' 점도 이런 말이 붙도록 했다.
그런 김 부회장이 문재인 대통령의 평양 방문길에 4대 그룹 가운데 유일한 전문경영인으로 동행하면서 시선이 몰렸다.
특히
정의선 부회장이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으로 그룹을 총괄하는 자리에 오른 직후여서 향후 김 부회장의 움직임과 관련해 더욱 주목을 받고 있다.
김 부회장은 20일 오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최태원 SK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등과 함께 백두산 천지에 올랐다.
김 부회장은 문재인 대통령의 방북 첫 날부터 남측 경제인 특별수행단의 일원으로 동행해 다른 대기업 총수들과 함께 일정을 소화하고 있다.
애초
정의선 현대차그룹 총괄 수석부회장이 방북길에 오를 것으로 점쳐졌다. 하지만 정 수석부회장이 이미 미국 방문 계획을 세워놓아 김 부회장이 역할을 대신하게 됐다.
김 부회장이 현대차그룹에 사실상 '
정의선 시대'가 열린 뒤 현대차그룹의 대표 역할을 맡게 됐다는 점에서 오너일가의 김 부회장을 향한 신뢰가 두텁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김 부회장은 현재 현대차에서 비서실과 전략기획, 감사실, 법무실, 구매 등을 담당하고 있다. 이른바 기획조정라인을 총괄하는 전문경영인 역할을 오랜 기간 맡고 있어 ‘사실상 2인자'라는 말도 듣는다.
정몽구 회장이 해외 출장이나 중요 행사에 참석하는 등 대외적으로 왕성하게 활동할 때 항상 김 부회장이 지근거리에서 보좌하는 모습을 보여 일찌감치 정 회장의 최측근으로 분류됐다.
2015년 12월 제네시스 브랜드 출범식에서도 정 회장 옆에 앉는 모습이 포착됐는데 정 회장을 오랜 기간 보필하면서 정 회장의 속뜻을 가장 잘 이해하고 있어 신임이 두터운 것으로 알려진다.
김 부회장은 1983년에 현대차에 입사한 뒤 2000년대 중반까지 현대차와 기아차에서만 일했다. 당시 현대차그룹은 현대정공(현 현대모비스) 출신들을 실세 라인으로 중용했기 때문에 김 부회장이 정 회장의 눈에 띌 일은 없었다.
하지만 2006년 현대차 해외영업본부 부사장을 맡아 해외사업 확대에 성과를 낸 뒤부터 김 부회장의 역할이 급격하게 부상했다.
김 부회장은 2007년 연말 인사에서 사장으로 승진한 뒤 기획조정실과 비서실 담당을 맡아 이 때부터 정 회장의 ‘책사형 측근’으로 활동했다. 2010년 부회장으로 승진하면서 30여 개의 주요 계열사와 50여 개의 전체 계열사를 조율하는 그룹 컨트롤타워를 이끌고 있다.
이런 이력 때문에 김 부회장은 ‘실력’으로 부회장에 오른 전문경영인으로 평가된다.
김 부회장은 부회장 승진 이후 현대차그룹의 굵직한 의사결정을 주도적으로 이끌었다.
2011년 옛 현대그룹의 모태인 현대건설 인수전에서 현대그룹을 제친 것은 김 부회장의 가장 큰 성과로 꼽힌다. 정 회장의 숙원사업으로 알려진 통합 신사옥 글로벌비즈니스센터(GBC) 건설 추진과 이를 위한 옛 한국전력공사 부지 인수 등에서도 핵심 역할을 담당했다.
현대차그룹이 3월에 발표한 지배구조 개편안도 김 부회장의 아이디어가 반영된 것으로 알려진다.
김 부회장은 평양 방문에서 돌아온 뒤 그룹 차원의 대북사업을 고민할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그룹은 남북 경제협력사업과 관련해 현대건설과 현대로템을 통해 도로와 철도분야에서 사업 기회를 찾을 수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남희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