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 LG화학 등 무게감이 느껴지는 계열사를 제치고 지난해 LG그룹에서 구본무 LG 대표이사 회장 다음으로 가장 많은 보수를 받았다.
구본무 회장의 신임도 매우 두터워 차석용 부회장이 회의에 늦어도 그럴 만한 이유가 있을 것으로 여기고 이유를 묻지도 질책하지도 않는다는 말도 전해진다.
가장 눈에 띄는 건 차 부회장의 경영전략이다. LG그룹은 인수합병에 소극적인데 차 부회장은 ‘나홀로’ 인수합병에 나서고 있다. 최근 몇 년 사이 LG그룹 전체에서 성사된 인수합병 대부분이 LG생활건강에서 나왔다.
CEO스코어에 따르면 2010년부터 2016년까지 LG그룹의 인수합병 규모는 2조2800억 원에 그쳤다. 이 기간에 삼성그룹이 11조3800억 원, 현대차그룹이 5조5600억 원, SK그룹이 5조800억 원을 인수합병에 쓴 것과 대조적이다.
건수로는 25건으로 많았는데 더페이스샵코리아, 코카콜라음료, 해태음료, 플러스원 등 대부분의 인수합병이 LG생활건강에서 이뤄졌다.
차석용 부회장은 전날 LG생활건강의 일본 자회사를 통해 일본 화장품회사 ‘에이본재팬 ’(AVON Japan)을 인수하며 인수합병에 다시 시동을 걸었다. 지난해 11월 태극제약 지분 80%를 인수한 지 6개월여 만이다.
박은경 삼성증권 연구원은 25일 LG생활건강의 에이본재팬 인수를 놓고 “LG생활건강과 일본 자회사 긴자스테파니, 에버라이프 등과 제품 및 판매채널 측면에서 시너지를 낼 수 있는 회사”라고 평가했다.
차 부회장이 그동안 인수합병 효과를 실적으로 증명하면서 앞으로 LG그룹의 경영전략이 서서히 변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세계적으로 저성장 기조가 이어지면서 인수합병이 기업의 성장에 필수로 떠오르고 있는 사회적 흐름도 LG그룹의 변화에 불을 지필 것으로 보인다.
이미 변화의 조짐이 보이고 있다.
LG전자가 조만간 오스트리아의 차량용 헤드램프 회사 ZKW를 인수할 것이라는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인수가격은 11억 유로(1조4500억 )로 알려졌는데 이는 그동안 LG그룹이 진행했던 인수합병 가운데 최대 규모다. 그동안 LG그룹의 행보를 볼 때 이례적이다.
LG생활건강은 올해 1분기에도 역대 1분기 최고 매출과 영업이익 기록을 갈아치웠다. 전년 같은 기간과 비교한 매출은 2005년 3분기부터 50개 분기 연속으로 성장했고 영업이익은 2005년 1분기부터 52개 분기 연속 늘었다.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13년 동안 한 해도 빠지지 않고 우상향 곡선을 그린 셈이다.
실적의 비결로 인수합병이 꼽힌다. 차 부회장은 취임 이후 20여 건의 인수합병에 성공했다. 인수합병을 통해 LG생활건강의 사업구조를 다각화해 불황에도 견딜 수 있는 체질로 만들었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은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