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동걸 KDB산업은행 회장(오른쪽)과 조삼수 금호타이어 노조 대표지회장(왼쪽)이 19일 광주 광산구 금호타이어 광주공장에서 간담회를 마친 뒤 회의실에서 나오고 있다.<뉴시스> |
이동걸 KDB산업은행 회장이 구조조정 원칙을 흔들림없이 끝까지 밀고 갈지 확인할 수 있는 시간도 이제 열흘 남았다.
금호타이어 노조는 2월23일 채권단이 제시한 노사 협상시한을 사흘 앞두고
이동걸 KDB산업은행 회장에게 면담을 요구했다.
당시 산업은행은 “금호타이어 노사가 자구안 합의를 도출하는 단계에서 채권단 대표와 노조 대표의 면담은 적절하지 않다”는 내용의 공문을 보내 이를 거절했다.
그리고 3월20일 오늘. 채권단이 두 번째로 제시한 협상시한을 열흘 앞두고 이 회장은 스스로 금호타이어 광주공장 노조 사무실을 찾아 금호타이어 노조 집행부를 만났다.
그때와 지금은 무엇이 달랐을까.
금호타이어 노조가 해외매각에 반대하며 3월에 고공농성과 총파업을 벌이는 등 수위를 더욱 높이는 동안 이 회장은 구조조정의 밑그림을 그렸다.
중소형 조선사 구조조정은 일단락했다. 성동조선해양은 독자생존 가능성이 낮다고 판단해 법정관리를 결정했고 STX조선해양은 자체적으로 회생 가능성이 있는 만큼 은행 관리 아래 회생 가능성을 찾기로 했다.
대우건설과 KDB생명은 2년 동안 매각하지 않고 정상화에 주력하기로 했다. 매각설에 휩싸이면서 조직이 흔들리고 있는 만큼 그 회사를 정상화할 충분한 시간을 확보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 회장은 구조조정의 원칙을 더욱 분명히 세우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그는 “산업은행의 구조조정은 순수한 은행이라기보다 정부 조직으로서 책임을 떠안는 성격이 강하다”며 “은행 측면에서만 구조조정을 평가하고 비판할 때가 많아 직원들이 위축되고 구조조정에 선뜻 나서지 못해 안타깝다”고 말했다.
그동안 들인 돈을 회수할 수 있느냐 없느냐는 틀에 더 이상 갇히지 않겠다는 의지다.
결국 이 회장은 ‘독자생존’이라는 구조조정의 원칙이 흔들리지 않을 것임을 채권단의 대표자로서 금호타이어 노조에게 직접 전달하기 위해 금호타이어 노조를 찾은 셈이다.
사실상 더 이상 시간을 줄 수 없다는 최후통첩이다.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구조조정 원칙이 흐트러질 것이라는 기대감을 철저하게 지우겠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금호타이어 해외 매각이 불발되더라도 정치적 책임이 산업은행에 집중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해 노조를 설득하려 했다는 대외적 정당성을 얻기 위한 행보로도 보인다.
이 회장은 금호타이어 노조 집행부와 1시간30분가량을 대화하며 채권단의 뜻과 더블스타의 ‘먹튀’가 불가능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 회장은 “노조가 해외매각에 동의하지 않으면 법정관리를 진행할 수 없으며 이렇게 되면 노조에게 더 큰 고통분담이 뒤따르고 회생 불가가 우려된다”고 말했다.
물론 그때와 지금은 여전히 같다.
이 회장과 금호타이어 노조 집행부는 이날 만남에서 서로의 의견 차이만 더욱 확실하게 확인하고 헤어졌다.
금호타이어 노조의 태도는 변함없었다. 여전히 금호타이어의 경영부실 책임은 채권단과 경영진에게 있고 해외 매각은 임시방편일뿐이라고 주장한다.
금호타이어 노조는 계획했던 대로 24일 2차 총파업을 벌이기로 했다.
채권단도 여전히 해외 매각만이 금호타이어를 회생시킬 유일한 방안이라고 보고 있다. 금호타이어 노조가 끝까지 해외 매각에 반대하면 법정관리로 갈 수밖에 없다는 것이 채권단의 시각이다.
2017년 3월부터 1년여 동안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금호타이어 구조조정의 향방이 열흘 뒤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이 회장의 구조조정 원칙이 끝까지 흔들리지 않을지 확인할 수 있는 시간도 이제 열흘 남았다. [비즈니스포스트 최석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