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중공업이 로즈뱅크 해양플랜트를 이번에는 건조할 수 있을까.
현대중공업은 과거 로즈뱅크 해양플랜트 일감을 수주했다가 국제유가 하락으로 계약이 해지된 적이 있는데 올해 이 사업을 수주하기 위해 다시 뛰어들었다.
19일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 등 조선회사 관계자의 말을 종합하면 조선3사가 3월 초 로즈뱅크 해양플랜트를 수주하기 위해 입찰에 참여하겠다는 서류를 미국 정유회사 셰브론에 보냈다.
노르웨이 조선해운 전문매체 업스트림에 따르면 셰브론은 2017년 하반기 조선3사와 싱가포르 조선사 셈코프마린에 로즈뱅크 해양플랜트 입찰에 참여해달라는 입찰제안서를 보냈는데 조선사 4곳 모두가 입찰에 응했다.
셰브론은 영국 북해 셔틀랜드 군도에서 175km 떨어진 해상유전을 개발하는 로즈뱅크 프로젝트에 쓰일 FPSO(부유식 원유생산저장설비)를 발주하기 위한 입찰을 진행하고 있다.
셰브론이 최종적 투자 결정을 2018년 말이나 2019년 초 내릴 것으로 업계 관계자들은 바라보고 있지만 업스트림 등 외국언론은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데 속도를 내기 위해 건조의향서(LOI)를 빨리 체결해 사업에 착수할 수도 있다고 보도했다.
현대중공업이 이번에는 로즈뱅크 해양플랜트틀 건조하기 위해 각오를 다질 것으로 보인다.
현대중공업은 2013년 셰브론으로부터 로즈뱅크 해양플랜트를 2조1570억 원 정도에 수주했다. 하지만 저유가기조가 이어지면서 셰브론이 최종 투자 결정을 계속 미루다가 2016년 계약을 해지하면서 현대중공업은 결국 이 일감을 건조해 수익을 내지 못했다.
현대중공업은 아랍에미리트에서 수주했던 나스르 해상플랫폼 공사를 오는 7월 끝내면 해양플랜트 일감이 모두 떨어져 관련 설비와 인력을 모두 놀려야 하는 상황에 처해있다.
최광식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현대중공업이 로즈뱅크 해양플랜트 일감을 차지하는 게 순리일 것”이라고 말했지만 실제 입찰에서 현대중공업이 특별히 더 유리한 것은 아니라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해양플랜트 발주처가 최근 가격 등을 중요한 요소로 고려하고 있기 때문에 현대중공업이 로즈뱅크 해양플랜트를 수주할 가능성이 특별히 더 높은 것은 아닐 수 있다는 것이다.
대우조선해양도 해양플랜트시장에서 존재감을 잃지 않기 위해 이번에도 해양플랜트 수주전에 뛰어들었다.
대우조선해양이 내부 수주심의위원회를 거쳐 수익성을 어느 정도 검토한 뒤에야 수주에 나서는 점을 고려하면 로즈뱅크 해양플랜트 수주전에 자신감을 보이는 것일 수도 있다.
▲ 정성립 대우조선해양 대표이사 사장(왼쪽), 남준우 삼성중공업 대표이사 사장. |
삼성중공업도 해양플랜트부문에서 독보적 수주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며 여기에서 승부를 보겠다는 의지를 다지고 있다.
다만 싱가포르 조선사 셈코프마린이 이번 수주전에서 강력한 저가공세를 펼칠 가능성이 떨어졌다는 점은 긍정적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셈코프마린은 지난해 대우조선해양이 수주할 것으로 기대를 모았던 요한카스트버그 해양플랜트 하부구조물 일감과 삼성중공업이 수주할 것으로 예상됐던 비토해양플랜트를 둘 다 수주했다.
셈코프마린이 수주한 요한카스트버그 해양플랜트 일감은 연매출의 20%에 이를 정도로 대규모 수주인 것으로 파악되는데 이런 일감을 두 건이나 수주해 일감을 더 확보해야 할 필요성이 줄었을 수 있다는 것이다.
셈코프마린은 베트남의 블록B 해양플랜트 수주전에 입찰서류를 제출하지 않았다.
최 연구원은 이를 놓고 “셈코프마린이 2017년 말 한국 조선사가 수주할 것으로 예상했던 대형 해양플랜트 일감 2건을 확보하면서 경쟁강도가 약해진 것으로 보인다”고 바라보기도 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지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