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수정 기자 imcrystal@businesspost.co.kr2018-03-19 13:5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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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자동차그룹이 시장 기대치에는 못 미치나 지배구조 개편 작업을 차근차근 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김진우 최고운 윤태호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19일 현대차그룹 주요 계열사의 정기 주주총회 결과를 놓고 “한 소액주주가 현대차 정기 주주총회에서 순환출자 해소방안을 놓고 질문했으나 회사는 의안이 아니라는 이유로 답변을 거부했다”며 “단 처음으로 주주가 추천한 사외이사가 현대글로비스에서 선임된 점,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이 현대건설 등기이사에서 물러난 점이 눈에 띄었다”고 평가했다.
현대차, 기아차, 현대모비스, 현대제철, 현대글로비스 등 현대차그룹의 주요 계열사들이 정기 주주총회를 마쳤다.
현대차그룹이 조만간 지배구조를 개편할 것이란 관측에 힘이 실리면서 현대차그룹 계열사의 정기 주주총회에 높은 관심이 쏠렸다.
주요 계열사 대부분이 정기 주주총회를 치룬 데 이어 현대로템이 21일, 현대비앤지스틸이 22일, 이노션이 28일, 현대건설이 29일 정기 주주총회를 연다.
현대차그룹은 주요 계열사의 정기 주주총회를 앞두고 추가적 지배구조 개선 방안을 내놓지 않았다. 다만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이 그룹에서 영향력을 확대하며 현대차그룹이 자연스럽게 지배구조 개편 작업을 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정 회장이 21일 임기가 만료되는 현대건설 기타비상무이사에서 물러나면 등기이사를 맡는 계열사는 현대자동차, 현대모비스, 현대파워텍 등 계열사 3곳으로 줄어든다.
정 부회장은 현대차, 기아차, 현대모비스, 현대제철 등 계열사 4곳에 등기이사로 이름을 올리고 있다.
연구원들은 “정 부회장이 등기이사로 있는 계열사 수가 올해 처음으로 정 회장보다 많아졌다”며 “이는 곧 현대차그룹에서 정 부회장의 영향력이 확대된 것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연구원들은 “정 부회장이 대부분의 경영 현안을 직접 챙기는 것으로 보이고 2017년 연말 정기 임원인사에서도 정 부회장 세대로 분류되는 부사장단의 승진폭이 컸던 점도 같은 맥락”이라며 “이를 감안하면 현대차그룹은 시장 기대치보다 느리지만 차근차근 지배구조 개편 작업을 진행 중인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차그룹이 지배구조를 개선하는 과정에서 기아차가 보유한 현대모비스 지분을 정 부회장 또는 현대글로비스가 매입해 순환출자를 해소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파악됐다. 기아차는 현대모비스 지분 16.88% 보유한 최대주주이며 정 부회장은 현대글로비스 지분 23.29%를 보유한 최대주주이다.
연구원들은 “현대글로비스 또는 정 부회장이 기아차의 현대모비스 지분을 매입하는 것은 현대모비스가 분할하는 것을 전제로 하는데 현대모비스는 기업가치를 극대화하기 위해 단순히 투자와 사업회사로 인적분할하는 것을 넘어 사업회사를 단순모듈, 친환경차, A/S부품 등으로 좀 더 세분화하는 것이 유리할 것”이라고 파악했다.
이들은 “(회사 분할) 실행은 외부 압박으로 급하게 진행되기보다 그룹 내부의 일정에 따라 진행될 것”이라고 바라봤다.
현대차그룹 계열사들은 완성차 판매부진의 영향으로 전반적 주가 부진도 겪고 있다.
연구원들은 “현대차그룹은 2018년 상반기까지 점유율, 실적 등이 부진하겠지만 2019년 반등과 지배구조 개편 기대감이 계열사 주가의 바닥을 지지할 것”이라며 “완성차회사 주가를 중심으로 추천하며 현대차를 최선호주로 꼽는다”고 제시했다.
현대차그룹이 지배구조를 개편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현대글로비스 주가가 오를 것으로 예상됐다.
연구원들은 “현대글로비스는 일감 몰아주기 규제로 오너 일가가 지분을 보유하고 있음에도 주가가 저평가를 받았다는 점에서 지배구조 불확실성이 완화만으로도 투자의 기회가 될 것”이라며 “지배구조 개편 과정에서 일감 몰아주기 해법이 수반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현대글로비스는 본업인 물류부문에서 안정적으로 이익을 내는 능력을 재평가받을 것”이라고 파악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임수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