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범 LG디스플레이 대표이사 부회장이 어려움에 처해있다. LG디스플레이가 올해 1분기에 약 6년만에 처음으로 영업손실을 낼 것으로 보인다.
한 부회장은 단기간의 실적 개선보다 중장기 성장동력을 노리겠다는 목표로 지난해부터 올레드패널에만 시설 투자를 집중하는 '올인' 전략을 밀어붙였다.
하지만 올레드패널에 대규모 투자 효과가 나타나기도 전에 LCD패널업황이 예상보다 빠른 속도로 침체되며 실적 전망이 갈수록 어두워지고 있다.
19일 업계의 분석을 종합하면 중국 정부가 LCD패널 과잉 생산으로 업황 악화를 주도한 중화권 디스플레이업체에 지원을 오히려 더 강화하는 계획을 내놓으며 LG디스플레이가 설 자리는 더욱 좁아지고 있다.
한 부회장은 지난해 LCD에 더 이상 시설투자를 벌이지 않는 대신 올레드패널에 3년 동안 20조 원 가까운 투자금을 들이는 공격적 사업체질 전환계획을 내놓았다.
당장 대형 LCD패널에 시설투자를 벌여 원가 경쟁력을 높인다면 가격 하락의 타격을 어느 정도 방어할 수 있지만 한 부회장은 더 먼 미래를 내다본 셈이다.
한 부회장은 지난해 기자간담회에서 이런 계획을 발표하고 "대형과 중소형 올레드패널의 시장 성장에 대비하기 위해 사활을 걸었다"며 강력한 의지를 보였다.
하지만 최근 LG디스플레이 실적이 부진하고 중소형 올레드패널 사업의 성공 여부도 불투명해지면서 시설 투자에 다소 소극적으로 돌아서는 모습이 나타나고 있다.
LG디스플레이는 올해 초부터 중소형 올레드 수요가 전 세계적으로 크게 줄어들자 기존에 계획했던 증설 투자 시기를 늦추고 투자계획 백지화 가능성도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LG디스플레이가 당분간 실적을 반등하기 쉽지 않은 상황에서 단기간에 성과를 기대하기 어려운 중소형 올레드패널 투자 부담까지 커지면 적자를 벗어나기 어려워질 수 있기 때문이다.
정원석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19일 "LCD패널 가격 하락에 중소형 올레드 신규 공장 가동에 따른 고정비 부담까지 더해져 적자전환 위기의 LG디스플레이에 큰 부담이 되고 있다"고 파악했다.
한 부회장은 모바일기기와 자동차용 디스플레이 등으로 중소형 올레드패널 적용분야를 넓혀 성장동력을 마련하겠다는 확실한 목표를 내걸고 대규모 투자 계획을 발표했다.
선제적 대규모 투자를 벌여야 수년 뒤 본격적 시장 확대에 맞춰 수혜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한 부회장은 15일 열린 정기주주총회에서 "지금은 LCD가 올레드로 전환되는 과도기적 시점"이라며 "올레드사업의 결실을 보여드릴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LG디스플레이가 중소형 올레드패널에서 성과를 거둘 수 있는 시기를 예측하기 더 어려워지며 한 부회장은 기존 투자계획을 밀어붙일지 고심할 수밖에 없는 처지에 놓이게 됐다.
예상보다 심각한 실적 부진으로 투자 재원을 마련하기 부담이 커진 점도 이유로 꼽힌다.
한 부회장이 현실적 상황을 고려해 투자 전략을 바꿔낼 지, 아니면 '올레드 올인' 목표를 이뤄내기 위해 대규모 투자계획을 뚝심있게 밀어붙일 지 선택의 기로에 놓인 셈이다.
최영산 현대차투자증권 연구원은 "LG디스플레이는 LCD와 대형 올레드, 중소형 올레드에서 모두 투자와 수율 확보, 고객사 확보에 신경써야 하는 상황"이라며 "선택과 집중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지적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