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문국 ING생명 사장은 'MK 5분'이라는 독특한 별명을 지니고 있다.
5분 안에 요점을 다 설명한다 해서 붙여진 별명이다. MK는 '문국'의 이니셜이다.
ING생명이 '매각'에서 '상장'으로 투자금 회수전략이 바뀐 상황에서 'MK 5분'은 그 진가를 발휘했다.
흔히 '상장'은 대주주의 '캐쉬아웃(Cash Out)'을 떠올린다. 회사를 주식시장에 올려 놓고 대주주가 자기 지분을 팔아 투자금을 회수한다는 얘기다.
ING생명이 상장하겠다고 전략을 바꿨을 때도 그랬다.
국내외 투자자들은 기업가치를 끌어올리기 위한 상장이 아니라 매각에 실패한 최대주주 MBK파트너스의 투자금 회수방안 아니냐는 부정적 시각으로 바라봤다. 또 상장후 주가가 떨어지면 대주주나 투자자나 모두 돈을 잃는 '패배 게임'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
'MK 5분'은 이들의 부정적 시각을 불과 5개월 만에 180도로 바꿔놓았다. ING생명 상장작업은 2016년 12월부터 2017년 5월 초까지 진행됐다.
정 사장은 ING생명의 재무 건전성을 앞세워 국내외 투자자들의 의심을 관심으로 바꿔내고 상장을 성공적으로 이끌었다. ING생명 주가는 상장된 뒤 고공행진을 이어갔다.
정 사장은 ING생명을 이끈 최근 4년 동안 뛰어난 성과를 낸 최고경영자(CEO)로 꼽힌다.
우선 전문경영인로서 ING생명의 순이익과 자산규모 등 실적을 착실히 끌어올렸다.
ING생명은 2013년 순이익 1878억 원, 자산규모 24조 원의 중소형 생명보험사였지만 2017년에는 순이익 3402억 원, 자산 규모 31조2157억 원으로 덩치가 불었다.
정 사장은 인수합병 전문가답게 ING생명의 최대주주인 MBK파트너스가 투자한 자금을 충분히 회수하게 해줬다.
MBK파트너스는 2013년 네덜란드 금융그룹 ING그룹으로부터 ING생명을 1조8400억 원에 인수한 뒤 투자금 회수를 위한 적임자로 정 사장을 낙점했다.
정 사장은 제일생명(옛 ABL생명) 구조조정팀과 인수합병 컨설팅회사인 허드슨인터내셔널어드바이져 한국법인 대표, AIG글로벌인베스트먼트 대표 등으로 일하며 국내 보험사의 입수합병 업무를 주로 다뤘던 보험사 인수합병 전문가로 꼽힌다.
MBK파트너스는 2016년 ING생명을 3조 원 이상의 가격으로 팔아 매각차익을 거두려했지만 매각이 여의치 않아 난감했다.
정 사장은 강한 자신감을 피력했고 MBK파트너스는 결국 상장을 통해 자금을 회수하는 방향으로 선회했다.
MBK파트너스는 ING생명 상장을 통해 1조1055억 원을 회수했다. 4년 동안 받은 배당금 등을 합치면 이미 1조5천억 원을 넘는 자금을 회수한 것으로 파악된다.
19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정 사장에게 이제 남은 작업은 MBK파트너스가 들고 있는 ING생명 지분 59.1%의 매각 작업이다.
MBK파트너스가 보유하고 있는 지분 59.15%의 가치는 최근 주가 기준으로 2조5천억 원 수준이다. 여기에 경영권 프리미엄이 붙으면 3조 원 내외까지 치솟을 것으로 예상된다.
ING생명 인수전에 금융그룹 선두자리를 놓고 경쟁하고 있는 KB금융지주와 신한금융지주가 모두 관심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몸값이 크게 오를 것이라는 기대감도 부풀고 있다.
언제나 그렇듯 인수합병 과정에서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가격이다.
ING생명이 매력적 매물임은 분명하지만 지난해 상장된 뒤 주가가 크게 상승하면서 몸값이 크게 뛰어올랐다는 점에 인수후보자들은 망설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2016년 ING생명 지분 100%가 매물로 나왔을 때도 3조 원대 가격이 부담스러워 당시 인수후보자들이 발을 뺐는데 이젠 지분 59.15%에 3조 원이라는 가격이 입에 오르내린다.
2018년 말에 ING그룹으로부터 받은 ‘ING생명’ 브랜드의 사용기한이 끝나기 때문에 하반기에 접어들면 ING생명의 가치가 점차 떨어질 가능성도 있다는 점도 머리 아픈 상황이다.
ING생명에 관심을 두고 있는 곳들은 성급하게 달려들 이유가 없고 정 사장은 올해 안에 ING생명 매각을 마무리해야 유리한 구도이기는 하다.
변수는 ING생명 인수를 검토하고 있는 곳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는 KB금융지주와 신한금융지주라는 점이다.
정 사장은 이들을 상대로 ING생명을 인수했을 때 얻을 수 있는 이점을 강하게 설명하고 동시에 상대방에게 내줬을 때 뒤처지면서 벌어질 격차로 살살 자극해 이들의 조급함을 이끌어내야 한다.
정 사장이 4년 전부터 맡아온 ING생명의 기업가치 끌어올리기라는 임무가 이제 막바지에 이르렀다.
‘MK 5분’이 또한번 위력을 발휘해 올해 안에 인수후보자들이 ING생명의 매력으로 침을 삼키게 만들 수 있을까. [비즈니스포스트 최석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