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중근 부영그룹 회장(가운데)이 1월31일 오전 서울시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서 조사를 받기 위해 검찰청사에 들어서고 있다. <뉴시스> |
이중근 부영그룹 회장이 비자금 조성과 횡령·배임, 임대료 부풀리기 등 여러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다.
부영그룹 계열사들이 외부 감시에서 벗어나 있었기 때문에 불법과 탈법이 가능하지 않았겠느냐는 말이 건설업계에서 나온다.
19일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부영그룹이 2017년 9월 기준으로 보유한 22개 계열사 가운데 한국거래소에 상장한 계열사는 단 한 곳도 없다.
2016년 말 기준으로 재벌 총수가 있는 26개 대기업집단 계열사 1093곳 가운데 상장사 비율이 15%(169곳)인 점을 감안해도 부영그룹의 상장 비율은 매우 낮다.
부영그룹이 기업공개를 할 만한 뚜렷한 유인이 없어 상장기업을 만들지 않았다고 보는 시각이 있다.
부영그룹은 호텔과 리조트, 골프장 등 레저사업도 하고 있지만 주력사업은 임대주택사업이다.
계열사 22곳 가운데 부영과 부영주택, 광영토건, 남양개발, 동광주택, 남광건설산업, 동광주택산업, 부강주택관리 등 8개 계열사가 종합건설·부동산사업을 하고 있다.
부영그룹 계열사들은 2016년에 매출 2조3875억 원을 냈다. 이 가운데 건설계열사들이 낸 매출이 전체의 93.3%인 2조2283억 원이다.
사실상 건설사업에서 대부분을 벌어 들이는 것인데 임대주택사업은 현금 조달에 매우 특화돼있기 때문에 상장을 통한 자금조달이 부영그룹에 큰 의미가 없다.
부영그룹은 실질적 지주사인 부영을 통해 30여 년 동안 전국 약 250개 부지에 모두 20만3천여 가구의 임대주택을 공급했다. 입주민에게서 임대료를 5~10년 동안 받다가 분양주택으로 전환하는 방식으로 사업을 벌여 안정적 현금 확보가 가능했다.
하지만 부영그룹이 커진 기업규모에 걸맞은 경영감시구조를 갖췄는지를 놓고 의구심도 널리 자리잡고 있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상장을 하게 되면 지배구조가 외부에 공개돼 경영활동과 관련해 여러 감시를 받게 된다”며 “부영그룹이 계열사들을 상장하지 않은 것은 이 회장 개인의 선택일 수 있으나 그에 따른 보완책이 제대로 마련됐는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비상장사로 계열사를 두는 것은 각 기업의 선택에 따른 것이라 비판의 대상으로 삼기 힘들더라도 자체적으로 경영을 적절하게 감시할 수 있는 체제를 마련하는 데 소홀했을 수 있다는 것이다.
다른 대형건설사들은 대부분 상장을 통해 시장에 기업과 관련한 많은 정보를 공개한다. 경영활동과 관련한 여러 사항을 시장에 공시해야 하는 의무를 지닐 뿐만 아니라 외부감사인에게서 계속 감시도 받는다.
그러나 부영그룹은 기업공개를 하지 않은채 사실상 이 회장의 ‘1인경영체제’로 운영됐기 때문에 오너의 결정이나 경영활동에 적절한 비판이나 감시가 사실상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파악된다.
실제로 부영이 2017년 5월31일 공시한 대규모기업집단현황공시 자료에 따르면 부영그룹 계열사들 감시구조는 취약한 것으로 파악된다.
이 회장의 부인인 나길순씨는 2009년부터 부영그룹 계열사인 동광주택의 감사를 맡고 있다. 동광주택은 2016년 매출 3467억 원을 내 부영그룹에서 두번째 많은 매출을 거둔 기업인데 부인을 감사인으로 두는 것은 흔치 않은 일이다.
이 회장의 셋째 아들인 이성한 부영엔터테인먼트 대표는 2014년부터 현재까지 광영토건 감사를 맡고 있다.
계열사 대표가 다른 계열사의 감사를 겸임하는 사례도 있다.
남정두 전 동광주택 대표이사 겸 광영토건 대표는 2012년부터 2017년 6월까지 부영과 부영주택 감사를 맡았다.
이종혁 무주덕유산리조트 대표이사 겸 천원종합개발 대표이사는 2017년 5월 기준으로 부영그룹 계열사 14곳에서 대표이사와 사내이사, 기타비상무이사, 감사 등의 직책을 두루 맡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남희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