셀트리온 주가가 최근 약세를 보이자 국민연금이 셀트리온 주식 매수에 나설 것을 기대하는 투자자들이 늘고 있다.
셀트리온은 그동안 국민연금으로부터 외면을 받아왔는데 올해 코스피 이전상장을 계기로 국민연금도 셀트리온 주식 매수를 조금씩 늘리고 있다.
14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셀트리온은 현재 코스피 시가총액 3위 기업(삼성전자 우선주 제외)인데도 국민연금의 지분율은 5%를 넘지 않고 있다.
자본시장법에 따르면 5% 이상의 지분을 보유한 대주주는 지분 보유 현황이 공개되는데 국민연금은 셀트리온의 5% 이상 주주명단에 이름을 올리지 않고 있다.
반면 국민연금은 코스피 시가총액순위 1위 기업 삼성전자의 지분 9.71%를 들고 있다.
시가총액순위 2위인 SK하이닉스는 지분 10.37%, 4위인 현대차는 지분 8.12%, 5위인 포스코는 지분 11.31%를 보유하고 있다.
코스피 상장사 가운데 국내 대표 제약기업인 한미약품만 해도 국민연금은 한미약품 지분 9.22%를 소유하고 있다.
국민연금이 셀트리온 지분을 적게 보유한 이유는 셀트리온이 올해 2월 코스피로 이전상장하기 이전까지 코스닥 상장사였기 때문이다.
국민연금은 그동안 코스피200지수에 맞춰 펀드 자금을 운용하는 등 코스피 상장사 위주로 투자해왔다.
국민연금의 보수적 투자기조도 셀트리온 투자에 인색했던 배경으로 꼽힌다.
국민연금공단 기금운용본부는 그동안 5% 이상 지분을 보유한 기업들을 공개해왔는데 2016년 말 공개한 280여 개의 5%이상 지분 보유기업 명단에서 바이오벤처기업은 한 곳도 없다.
이를 놓고 셀트리온 등 ‘고위험 고수익’ 성향이 강한 바이오기업에 국민연금의 투자가 소극적이었다는 비판도 꾸준히 제기됐다.
싱가포르 국부펀드 테마섹은 국민연금과 달리 2010년과 2013년 두 차례에 걸쳐 셀트리온과 셀트리온헬스케어에 3500억 원을 투자했는데 현재 보유한 지분의 가치가 5조 원에 이른다. 테마섹은 최근 지분 일부 매각을 통해 1조1천억 원을 현금화했다.
국민연금은 셀트리온의 코스피 이전상장이 가시화되자 올해 들어서 셀트리온 주식을 조금씩 매수하기 시작한 것으로 파악된다.
거래소에 따르면 연기금은 올해 1월 셀트리온 주식을 1321억 원, 2월 1638억 원어치를 순매수했다.
연기금은 국민연금을 비롯해 사학연금, 공무원연금, 군인공제회, 건설공제조합 등을 포함한다. 국민연금은 최근 테마섹이 셀트리온 지분 일부를 시간외대량매매(블록딜)로 매각할 당시에도 390억 원 가량을 매수한 것으로 집계됐다.
셀트리온 투자자들은 국민연금이 셀트리온 주식 매수에 이전보다 적극 나서기를 기대하고 있다. 셀트리온 주가가 최근 테마섹의 지분 일부 매각 이후 약세를 면치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14일에도 셀트리온 주가는 1.45% 하락하며 4일 연속 하락세를 이어갔다.
국민연금이 굴리고 있는 돈은 600조 원이 넘는다. 국민연금이 시가총액 비율대로 셀트리온 주식 투자 비중을 맞춘다면 셀트리온 주가는 상승동력을 얻을 수 있다.
미래에셋대우 등 증권가에서는 국민연금이 매수하는 셀트리온 주식규모가 최대 4조 원에 이를 수 있다는 예상을 내놓고 있다.
일부에서는 국민연금공단의 기금운용본부장이 공석인 상황과 셀트리온의 주가 반등 시기를 연결지어 바라보기도 한다.
국민연금공단 기금운용본부장은 강면욱 전 본부장이 지난해 7월 자진사퇴한 이후 현재까지 공석이다. 이 때문에 국민연금이 투자에 소극적이고 셀트리온 주식 매수 규모도 아직까지는 기대에 못 미친다는 것이다.
국민연금공단은 최근 기금운용본부장 공개모집에 16명이 지원했다고 밝혔다. 이르면 4월에 새 기금운용본부장이 임명될 것으로 업계는 바라본다. [비즈니스포스트 이승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