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범 한화케미칼 대표이사 부회장이 국내외 사업장 챙기기에 바쁘다. 올해부터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삼은 고부가가치 제품을 본격적으로 생산하기 때문이다.
김 부회장은 지난해 석유화학시장 호조로 사상 최대 실적을 냈지만 시장 흐름에 영향을 덜 받는 고부가가치 제품 개발을 통해 안정적 수익기반을 마련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한화케미칼의 고부가가치 제품 생산이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한화케미칼은 지난해 4월부터 염소화폴리염화비닐(CPVC)의 상업생산을 시작하고 올해부터 연간 생산가능 규모인 3만 톤에 맞춰 생산하고 있다.
염소화폴리염화비닐은 폴리염화비닐(PVC)보다 열과 압력, 부식에 강하다는 강점을 지닌다. 소방용과 산업용 특수 배관 등에 쓰인다.
2017년 6월부터는 친환경 가소제 ‘에코데치(ECO-DEHCH)’ 생산도 시작했다. 가소제는 플라스틱 소재의 유연성을 높이는 첨가제로 기존에 쓰이던 프탈레이트는 유해성 논란이 있어 일부 플라스틱 제품에 사용이 제한돼 왔다.
에코데치는 수소첨가 기술을 이용해 프탈레이트 성분없이 효과를 낼 수 있어 향후 벽지와 바닥재, 완구류 등 폭 넓게 쓰일 것으로 예상된다.
한화케미칼 관계자는 “에코데치는 지난해 하반기 시험생산을 거쳐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상업생산에 들어갔다”며 “염소화폴리염화비닐과 에코데치 모두 아직 생산량은 적지만 고부가가치 제품 비중을 늘리는 전략에 맞춰 점차 늘려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김창범 부회장은 생산기지와 연구소 등 국내외 사업장을 돌며 전열을 가다듬고 있다. 특히 고부가가치 제품 확대에 집중하고 있다.
기존 석유화학소재로는 국제 시장상황에 크게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지난해 글로벌 석유화학시장 호조로 한화케미칼이 사상 최대 실적을 내긴 했지만 국제유가 등 외부적 요인에 따라 언제든 실적이 악화될 수 있다.
한화케미칼 관계자는 “당장 기존 제품들 생산을 늘려 시장 호조에 맞춰 이익을 늘릴 수 있다”면서도 “하지만 현재 여유가 있을 때 미래를 위해 투자하는 것이 회사가 추구하는 방향”이라고 말했다.
김 부회장은 지금도 새로운 고부가가치 제품 개발에 힘쓰고 있다.
한화케미칼은 2019년 생산을 목표로 수소첨가석유수지 사업도 추진하고 있다. 수소첨가석유수지는 나프타 분해 과정에서 나오는 물질인 ‘C5’에 수소를 첨가한 것으로 무색, 무취, 무독성이며 기저귀나 생리대 등 위생 용품용 접착제로 쓰인다.
지난해 12월에는 국가기술표준원으로부터 고급 렌즈의 소재로 쓰이는 고순도 자일릴렌디이소시아네이트(Xylylene diisocyanate) 제조 기술을 신기술로 인증 받았다. 2020년 상업생산을 목표로 하고 있다.
한화케미칼 관계자는 “현재 가시화되고 있는 제품들 외에도 새로운 고부가가치 제품을 꾸준히 개발하고 있다”며 “김 부회장이 고부가가치 제품 확대에 강하게 뜻을 내비치고 있는 만큼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추진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 부회장은 1955년 태어나 고려대 통계학과를 졸업하고 한양화학(현 한화케미칼)에 입사해 화성사업부 영업팀장, 한화석유화학 폴리염화비닐 사업부장, 한화케미칼 닝보유한공사(중국) 법인장 등을 거쳐 2014년 7월 한화첨단소재 대표이사 사장에 올랐다.
2014년 12월 한화케미칼 대표이사 사장에 선임됐고 2017년 부회장으로 승진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대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