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환구 현대중공업 사장(왼쪽)과 박근태 전국금속노조 현대중공업지부 지부장이 28일 오늘 오전 9시 30분부터 조선 2야드 판넬5부 공장의 조합원을 만나고 생산현장을 점검하고 있다. |
강환구 현대중공업 사장이 내년에도 노사관계를 놓고 시름할 것으로 보인다.
현대중공업 노사는 올해 안에 2016·2017년 임금과 단체협약 교섭을 끝내려고 했지만 상여금 분할, 해고자 복직문제 등을 놓고 끝내 의견차를 좁히지 못했다.
현대중공업 노조 관계자는 28일 “27일 임단협 교섭을 타결하지 못해 28일 오전에 본교섭 등을 재개하려고 했다”며 “하지만 회사측 관계자가 현장에 나오지 않아 교섭이 이뤄지지 않다가 오후 3시부터 다시 교섭을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대중공업 노사는 27일 오전 10시부터 12시, 오후 3시부터 11시30분까지 임단협 관련 실무협상을 진행했지만 본교섭은 진행하지 못했다. 27일은 현대중공업 노사가 2016·2017년 임단협을 올해 안에 타결하기 위한 사실상 마지막 시한이었던 만큼 임단협 연내 타결은 물 건너간 셈이다.
현대중공업 노사는 상여금 분할문제, 해고자 복직 사안 등을 놓고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최저임금이 2018년부터 올해보다 16.4% 오른 7530원이 되면 현대중공업 일부 직원의 기본급이 여기에 못 미치게 된다.
회사는 짝수달마다 지급하는 상여금을 매달 분할지급함으로써 기본급을 올리지 않고도 최저임금 규제에 걸리지 않도록 하자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반면 노조는 기본급을 올려줘 이 문제를 해결해 줘야 하며 2016·2017년 임단협 관련 파업으로 징계성 해고를 당한 직원들을 복귀시켜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회사가 2018년 최저임금 인상에 맞춰 기본급을 올려줄 경우 연차가 더 많은 직원들의 임금도 연쇄적으로 오르게 될 가능성이 높다.
노조는 28일 펴낸 노조소식지 민주항해 중앙쟁대위 170호에서 “회사가 상여금을 분할지급하려는 것은 최저임금 규제를 피하기 위한 꼼수”라며 “상여금 분할지급 반대는 최저임금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자는 것이며 오랫동안 생활고에 시달려온 조합원의 생계를 지원하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노조는 회사가 진행하는 유상증자를 놓고도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노조는 “현대중공업보다 훨씬 심각한 위기를 겪고 있는 삼성중공업도, 정부의 지원으로 버티고 있는 대우조선해양도 최저임금 문제로 고민하지 않는다”며 “이런 상황에서 회사는 1조3천억 원 규모의 유상증자로 빚을 탕감하고 5천억 원의 현금을 확보하려는 것은 노동자에게 고통을 전가하고 회사는 경영권 승계구도를 공고히 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중공업 노사가 임단협을 연내에 타결하지 못하면서
강환구 현대중공업 사장은 내년에 더 큰 부담을 안게 된다.
강 사장은 2018년부터 현대중공업 단독 대표이사에 오른다. 김 사장은 박근태 전국금속노조 현대중공업지부 지부장과 함께 28일 오전에 조선3야드 지역을 둘러보는 등 소통을 확대하고 있다. 강 사장이 박 지부장과 현장에 발걸음한 것은 12월 들어 두 번째다.
강 사장이 임단협을 서둘러 타결해달라는 노조원의 요청에 회사의 어려움을 이야기하며 조금만 더 참아달라고 말했다고 노조 관계자는 전했다.
강 사장은 내년에 2016년과 2017년뿐 아니라 2018년치까지 모두 3년치 임단협을 해결해야 한다. 시간을 오래 끌면서 노사 간 감정의 골이 깊게 패인 만큼 강 사장의 부담이 더욱 커지는 셈이다. [비즈니스포스트 이지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