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2월27일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제17차 공판을 마치고 나오고 있다. <뉴시스>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박영수 특검이 ‘삼성그룹 경영권 승계를 위한 뇌물’이라고 짜놓은 틀에 갇혀있다.
이 부회장은 항소심 결심공판에서 이 틀을 부수기 위해 노력했다. 경영권 승계를 위해 무리할 필요도 없었으며 실력과 노력으로 경영능력을 인정받고 싶었다고 호소했다.
과연 재판부는 이 부회장의 ‘진정성’을 받아들일 것인가?
삼성전자 관계자는 28일 “이 부회장 재판과 관련해 공식 입장은 없다”며 “재판부의 현명한 법리적 판단을 기다릴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고등법원에서 27일 열린 이 부회장의 항소심 결심공판은 1심과 크게 다르지 않게 진행됐다. 특검은 징역 12년 구형을 유지했고 이 부회장의 변호인단은 무죄를 요청했다.
하지만 이 부회장은 최후진술에서 삼성그룹 경영권 승계를 놓고 입장을 자세히 밝혀 이전과 달라진 모습을 보였다.
이 부회장은 “
이건희 회장의 아들이 아닌 진정한 삼성의 리더로 사회와 임직원들에 실력과 노력을 인정받고 싶었다”며 “누구의 힘을 빌리는 것이 아니라 제 자신에 달려있는 일”이라고 말했다.
이 부회장은 삼성그룹 회장으로 취임할 생각이 없었다며 떳떳하게 경영능력을 인정받는 경영자가 되고 싶었다고 말하기도 했다.
삼성그룹 경영권 승계 과정에서 도움을 받기 위해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순실씨에게 뇌물을 줬다는 특검의 틀을 조목조목 반박한 셈이다.
이 부회장은 지난해 말 국정조사 청문회에서도 “경영능력이 저보다 뛰어난 사람이 있다면 삼성그룹을 전문경영인 체제로 운영할 생각도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재판부는 이 부회장의 항소심 선고공판을 예상보다 늦은 2월 초로 예고했다. 선고를 놓고 재판부의 고심이 읽히는 대목이다.
법리적 판단을 우선순위에 두겠지만 삼성그룹이 한국경제에서 차지하는 중요성과 특수성, 이 부회장에 대한 사회적 여론 등을 완전히 외면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이 부회장이 인위적 승계 작업 가능성을 부인하고 사회적으로 능력을 인정받는 ‘정정당당한 승계’를 강조한 점도 재판부의 이런 고민을 더욱 깊게 할 것으로 보인다.
재판부가 이 부회장의 뜻을 진정성 있게 받아들일지가 선고결과를 비롯해 이 부회장의 삼성그룹 경영복귀 가능성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특검은 이 부회장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등을 통한 인위적 경영승계 작업에 도움을 받기 위해
박근혜 전 대통령에 직간접적으로 뇌물을 제공했다는 혐의를 걸어놓고 있다.
하지만 인위적 승계보다 경영인으로서 능력을 증명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여겼다는 이 부회장의 설득이 받아들여진다면 특검의 주장도 힘을 잃을 수밖에 없다.
이 부회장은
박근혜 게이트 사태가 벌어지기 전부터 경영능력을 증명하는 데 온힘을 쏟아왔다.
갤럭시노트7의 단종 뒤 위기상황에서 삼성전자 등기이사에 오르며 책임경영 의지를 보이고 자동차 전장부품 등 신사업 진출을 적극적으로 주도하기도 했다.
로이터는 당시 “이 부회장은 삼성전자의 투명한 경영체제를 요구하는 목소리에 응답해 등기이사에 올랐다”며 “글로벌 스탠다드에 걸맞는 변화를 본격적으로 추진하려는 것”이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