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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예측의 어려움, 경제는 주체들이 의지로 만들어 가는 과정

백우진 smitten@naver.com 2017-11-10 14:4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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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새가 살겠느냐 죽겠느냐?”

산사의 고승이 제자에게 물었다. 고승은 오른손에 참새를 쥐고 있었다. 

제자가 답했다. 

“새가 산다고 제가 대답하면 스승께서는 참새를 죽이실 수 있고, 새가 죽는다고 답하면 참새를 날려보내실 수 있습니다.”
 
경제예측의 어려움, 경제는 주체들이 의지로 만들어 가는 과정
▲ 백우진 칼럼니스트.

미래를 알고자 하는 인간의 호기심은 단순한 호기심에 그치지 않는다. 미래를 남보다 먼저 알면 막대한 부를 축적하거나 권력을 쥘 수 있다. 재난을 모면하는 일도 가능하다. 

인간이 먼저 알고 싶어 하는 미래의 영역은 다양하다. 몇 가지 열거하면 날씨, 기후 변화, 작황, 주가, 환율, 물가, 유가, 경제성장률, 선거 등을 꼽을 수 있다.

각 가격 변수의 움직임을 미리 알면 현물과 선물에 투자해 큰 돈을 벌 수 있다. 경제성장률의 변화를 남보다 먼저 알 수 있다면 채권 및 주식 매매로 큰 차익을 챙길 수 있다.

사람들은 미래에 대한 궁금증 자체를 사업으로 바꾸기도 해 예컨대 경마가 생겨났다. 

◆ 경제모형을 고치면 예측정확도 높아질까

자연과학의 연구대상인 날씨를 제외하면 인류가 가장 오랫동안 과학적 분석틀을 적용해서 궁리한 분야가 거시경제일 듯 하다.

틀리기 일쑤라는 불만이 끊이지 않지만 일기예보 서비스는 전에 상상하지 못한 수준의 정확도로 날씨를 예측한다. 이에 비하면 거시경제 예측의 정확성은 형편없다.

때가 되면 나오는 뉴스가 주요 연구소와 경제전문가들의 경제성장률 전망치가 실제 결과에서 크게 벗어났다는 얘기다. 거시경제 전망치가 빗나가는 것은 물론이요 경기가 좋아지는지 나빠지는지 방향조차 틀리기 일쑤다. 

많은 경제학자들은 경제예측모형을 보완하고 더 많은 데이터를 수집하고 분석해 모형에 반영함으로써 거시경제 예측의 정확성을 높일 수 있으리라고 본다.

또는 경제예측모형에 반영되지는 않지만 경제주체의 기대와 심리를 주의깊게 파악하면 더 정확한 전망이 가능할 것이라고 기대한다. 

경제모형을 고치는 노력은 계속되고 있다. 국가미래연구원은 2015년 경제예측모형을 독자개발해 2016년 이후 경제전망에 활용하고 있다.

국가미래연구원은 “이 모델은 거시경제 흐름의 방향을 파악하는 동시에 대외 경제 환경의 변화와 정부 경제정책의 변화가 국내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고 평가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예측모형에서 구체적 숫자의 정확성보다는 경제흐름을 읽고”라고 설명해 자체 모형이 숫자는 아니더라도 흐름은 더 정확히 짚어낼 수 있다는 기대를 내비쳤다. 

◆ ‘정확한 예측’이란 19세기 결정론적 세계관의 산물

거시경제를 연구하는 경제학자들은 경제모형 안에 머문다.

그러나 경제모형은 밖에서 바라봐야 한계가 파악된다.

그런 시선을 제공한 학자가 이덕환 서강대 과학커뮤니케이션 교수다. 이 교수는 복잡계 등 개념을 들어 경제예측은 정확할 수 없다고 주장한다.

그는 “우리가 아무리 애를 써서 정보를 수집하고 노력을 해도 경기와 수요 예측은 빗나갈 수밖에 없다”며“우리의 노력이나 능력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이 확실성을 보장할 수 없을 정도로 평형에서 크게 벗어난 비평형, 비선형 상태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이 교수는 ‘확실성의 시대는 막을 내렸다’는 노벨 화학상 수상자 일리야 프리고진을 인용해 경제를 포함한 세상사에 대한 정확한 예측이 무망하다고 말한다.

그는 세상니 ‘사소한 잡음으로 여기는 요동이 걷잡을 수 없이 증폭되는 복잡계’이며 이런 세상에서는 ‘초기에 존재하는 사소한 차이가 거대한 태풍으로 증폭되는 나비효과’도 나타난다고 예시를 든다. 

정확한 예측이 가능하다는 ‘결정론’은 17세기에 형성돼 19세기에 절정을 이뤘으나 이미 오래 전에 퇴장했다.

이 교수는 “해와 달, 그리고 5개 행성(수성, 금성, 화성, 목성, 토성)의 움직임을 정확하게 설명해주는 고전역학은 인류 역사에서 엄청난 성과였다”면서“19세기는 세상 만사가 확실한 인과법칙에 따라 일어나기 때문에 정확한 예측이 가능하다는 `결정론'의 세기였다”고 소개한다.

그는 “오늘날 경기 예측에 대한 우리의 기대는 결정론적 세계관이 절정에 이르렀던 19세기 수준”이라고 평가한다. 충분한 정보를 확보하고 충분한 계산 능력만 갖추기만 하면 경기를 예측할 수 있다고 믿는다는 것이다. (이덕환, ‘불확실성의 시대, 정확한 예측 자체가 불가능’, 디지털타임스, 2012.1.5.)

◆ 데카르트의 이분법을 벗어나야 보인다

경제예측의 한계에는 복잡계 외에 더 고려할 특성이 있다.

과학의 연구대상인 자연과 경제학의 연구 대상인 경제의 근본적 차이에서 비롯된 특징이다.

자연현상의 변수에는 의지가 없지만 경제주체에게는 의지가 있다.

경제를 움직이는 모든 변수에 변화가 없는데도 경제가 좋아지거나 나빠질 수 있다. 미래에 대한 경제주체의 전망이나 의지가 달라지면 그 변화가 경제활동에 영향을 준다.

이런 관계를 사람들은 흔히 ‘경제는 심리’라고 표현한다. 케인스는 투자를 결정하는 기업가의 애니멀스피릿을 강조했다. 그러나 경제주체의 전망이나 의지는 모형에 반영할 수 없다. 

자연현상은 데카르트적 주체와 객체가 나뉜 이분법의 대상이다. 주체는 대상 자체를 연구하면 된다.

경제를 포함한 인간사에서는 주체와 객체가 나뉘지 않는다. 전망하는 경제학자가 경제에 영향을 미친다. 경제주체의 전망과 의지에 따라 소비와 투자의 규모가 달라진다.

서두에서 인용한 고승처럼 정책당국은 경제의 숨통을 조일 수도 있고 경제를 한없이 풀어놓을 수도 있다. 물론 정책당국의 조치가 늘 의도한 효과를 내는 것은 아니다. 정책효과는 기대에 미치지 못하거나 부작용이 나타나거나 꼬이기 일쑤고 이는 경제전망을 더 어렵게 하는 요인이다. 

경제는 객관적으로 전망하는 ‘밖의 대상’이 아니다. 경제주체들이 ‘그 속’에서 의지와 협업으로 만들어가는 과정이다. 
 
백우진은 글쓰기 강사로 활동한다. 책 『백우진의 글쓰기 도구상자』, 『글은 논리다』를 썼다. 호기심이 많다. 사물과 현상을 관련지어 궁리하곤 한다. 책읽기를 좋아한다. 글을 많이 쓴다. 경제·금융 분야 책 『그때 알았으면 좋았을 주식투자법』, 『안티이코노믹스』, 『한국경제실패학』을 썼다. 마라톤을 즐기고 책 『나는 달린다, 맨발로』를 써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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