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위 기업은 모든 CEO의 꿈이다. 1위 기업으로 가는 길도 여럿인데 CEO는 그 선택을 놓고 고심한다.
박정호 SK텔레콤 사장은 흔히 인수합병 전문가로 손꼽힌다. 그러나 SK텔레콤을 맡고 난 뒤에는 인수합병보다는 기술개발과 협력확대에 주력하고 있다.
이동통신시장이 정체돼 있고 통신융합이 활발한 상황에서 인수합병으로는 신사업의 돌파구를 찾기 어렵다고 판단하고 있기 때문이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SK텔레콤은 올해 상반기에 연구개발에 9536억 원을 썼다. 지난해보다 38.2% 늘어나 국내 이동통신사들 가운데 가장 높은 상승률을 보였다.
박정호 사장은 올해 1월 “향후 3년 동안 11조 원을 투자해 사물인터넷, 인공지능, 5G 등 새로운 사업에 투자할 것”이라며 “당장 인수합병 보다는 새 사업들의 생태계를 구축하는 데 힘쓸 것”이라고 말했다.
이 말대로 투자를 대폭 늘리고 있는 것이다. 인공지능과 사물인터넷이 최근 부각되고 있는 만큼 애초 계획한 금액보다 더 많은 투자가 추진될 것으로 보인다.
SK텔레콤 관계자는 “11조 원은 시 신사업들의 중요도를 따져서 산출된 것”이라며 “향후 사업 중요도가 변함에 따라 투자금액도 유동적일 수 있다”고 말했다.
이런 투자의 결과 조금씩 성과를 내고 있다. SK텔레콤은 해외에서 인공지능과 사물인터넷 기술을 계속 수출하고 있다.
박 사장은 세계 3위 이동통신사인 인도 바르티에어텔의 수닐 바르티 미탈 회장과 최근 만나 통신망 운영 기술수출 계약을 체결했다. SK텔레콤의 인공지능을 통신망에 적용하는 기술을 바르티에어텔에 수출한다. 계약규모는 1천억 원 안팎으로 전해졌다.
SK텔레콤 관계자는 “네트워크 기술력 수출은 현지환경에 맞춘 네트워크기술 확보 등 경쟁력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된다”며 “네트워크기술 수출을 바탕으로 사물인터넷 등 다양한 신사업 진출도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7월에는 중국 충칭에서 SK텔레콤의 사물인터넷 전용망인 ‘로라’의 기술을 수출하는 업무협약도 맺었다. 2019년까지 로라 기술이 적용된 스마트 가스미터기를 충칭가스에 공급한다.
박 사장은 다른 기업과 협력도 확대하고 있다.
SK텔레콤은 최근 기업용 IT솔루션업체 더존비즈온과 함께 사물인터넷 및 인공지능을 결합한 기업업무서비스를 개발하는 데 협력하는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국내 아파트 관리비 고지서의 90%를 발급하는 이지스엔터프라이즈와 인공지능을 활용한 관리비 고지서비스 공동개발에도 협력하기로 했다.
박 사장은 인공지능 및 사물인터넷 서비스를 결합해 오픈마켓 ‘11번가’의 경쟁력도 높일 계획도 추진하고 있다. 이를 위해 협력관계를 구축할 수도 있다.
최남곤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SK텔레콤은 11번가의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결합을 원하고 있어 50 대 50의 지분구조를 가진 새로운 형태의 합작회사 설립을 추진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박 사장은 인수합병 전문가로 알려졌지만 협력도 그 못지 않게 중시한다.
SKC&C 대표였던 지난해 IBM와 인공지능 플랫폼인 ‘왓슨’의 국내 클라우드 유통 협력계약을 체결했고 중국 홍하이그룹과 함께 물류합자법인인 FSK L&S를 설립하는 등 협력관계 확대로 성과를 냈다.
SK텔레콤 사장에 오른 올해 1월에는 ‘CES 2017’에서 “(SK텔레콤이) 기술격차로 세계 1등을 못하고 있다면 SKC&C와 IBM의 왓슨 협력처럼 1등 회사와 전략적 협력관계를 맺고 먼저 판을 만드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대락 기자]